자살의 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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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의 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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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04.22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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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호프와 함께하는 생명목회이야기(6)

우리나라의 자살이 심각하다는 것은 이미 언급한 바이다. 한 해에 1만 4,160명이 자살로 죽는다. 자살률로도 세계에서 1위이다. 독일과 같은 나라는 한 해에 보통 1만 명 정도가 자살로 죽는데, 전체 인구는 8천 2백만 명 정도이다. 우리나라는 인구가 5천만 명에 못 미치는 상황인데, 이에 비하면 우리나라의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자살은 항상 이렇게 심각했는가? 그것은 절대 아니다. ‘어느 순간에서부터 자살은 우리에게 다가왔다’고 표현하는 것이 옳다. 가장 최근 통계인 2012년의 것을 보면 인구 10만 명 당 자살로 인해 죽은 사람의 숫자를 나타내는 자살률은 28명이었다. 이에 비해 10년 전인 2002년에 자살률은 19.1명이었다. 또 20년 전인 1992년에 우리나라 자살률은 9.7명에 불과했다.

약 20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는 그렇게 자살이 심각한 나라는 아니었다. 이 정도 수준이라면 독일과 비슷했다. 전체 OECD 31개 국 가운데서 보면 자살률 9.4명인 독일이 26위를 차지하고 있는데 이와 같은 수준이다. 그렇다면 20년 전의 수준이라면 자살률로는 세계에서 그렇게 나쁜 수준은 아니었다고 할 수 있다. 현재로 치면 우리나라에서 사망률이 9.4명이라면 사망 원인 10위에도 들지 못하는 수준이다.

그런데 20년 동안 우리나라는 무엇보다 자살에 있어서 급격한 변화를 겪은 것이다. 최근 20년을 살펴보면 무엇보다 1998년이 특별하다. 우리가 잘 알고 있다시피 이때 우리는 IMF 사태를 겪었다. 1996년, 1997년부터 자살률이 오르기 시작했는데 1998년에 갑자기 19.9명으로 뛰어 오른다. 경제적으로 갑자기 어려움이 닥치니까 자살이 늘어난 것이다. 국가의 변동이 개인의 자살로 이어진 것이다.

이후 자살률은 이전과 같지는 않지만 안정을 찾아가는 것으로 보였다. 약 15명 수준으로 내려왔다. 그런데 2002년 19.1명으로 다시 뛰어 오른다. 월드컵이 치러진 그 해였다. 온 국민이 축제 분위기였고, 사회는 상당히 분위기가 좋았는데 개인적인 상실감은 피하지 못한 것이다. 이후 우리나라는 자살의 급물살을 탄 것 같았다. 2003년에 자살률은 또 24명으로 뛰어 올랐고, 이후 꾸준한 증가세를 보였다. 이것이 2011년에 정점에 이르러 31명까지 이른다. 약 20년 전에 비해서 3배 이상 뛰어오른 것이다.

그 동안 우리나라에서는 자살에 대한 인식이 빠르게 변화했다. 처음에는 자살을 개인의 부족함, 즉 심약함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다들 겪는 고통이고 어려움인데 사람이 부족해서, 또는 마음이 약해서 그렇게 됐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것이 2002년 탤런트 이은주 씨가 죽으면서 우울증이 자살의 원인이라고 널리 알려졌다.

이때부터 사람들은 자살은 마음의 병 때문이라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우울증에 걸리게 되면 최악의 경우 자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최근에는 전문가들 사이에서 사회적 질병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개인의 문제로 보거나 마음의 병 때문이라고 하기에서는 이 사회에서 자살이 너무 많이 퍼져있다는 것을 인식한 것이다.

이러한 인식의 변화는 늦었지만 정부의 정책으로 이어졌다. 2011년에는 소위 자살예방법이라고 하는 ‘자살 예방 및 생명존중문화 조성을 위한 법률’이 국회에서 통과되었고, 2012년에는 그 시행령이 나왔다. 그 결과는 2012년도 자살 사망자 수 1만 5,906명, 자살률 31.2명에서 2012년 사망자 수 1만 4,160명, 자살률 28.1명으로 낮아졌다. 즉, 한 해 사이에 1,746명이 줄어들고, 사망률은 3.1명이 줄어드는 역사가 일어난 것이다.

이러한 것을 보면 자살률이 늘어나는 것도 사회적 영향력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고, 동시에 그 줄어드는 것 역시 그 영향력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결국 이 사회에서 죽음이 아니라 생명이 문화가 살아난다면 자살은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을 우리는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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