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의 자살 경향 중 중요한 부분 중에 하나는 ‘남자들의 자살률’이 높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남자의 자살률은 여자보다 2배가 넘는다. 가장 최근의 통계인 2012년을 봐도 전체의 자살률은 28.1명이었고, 이 중 여자는 18.0명이었던데 반해 남자는 38.2명으로 여자에 비해 2배 이상이 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런데 더 중요하게 볼 부분이 있는데, 자살이 많아지는 장년층에서의 비율이다. 10대에서는 5.5명 대 4.7명, 20대에서는 23.5명 대 15.2명, 30대에서는 34.6명 대 19.8명, 40대에서는 42.9명 대 18.3명, 50대에서는 53.2명 대 17.2명, 60대에서는 66.8명 대 19.9명, 70대에서는 115.6명 대 42.8명, 80대 이상에서는 181.7명 대 73.0명이다.

이 수치에서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자살이 가장 많은 40대부터 성별 차이가 두드러진다. 40부터는 평균인 2배를 훌쩍 넘어서고, 50대와 60대에서는 3배 이상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물론 70대와 80대 이상에서는 비율로는 3배까지 차이가 나지는 않지만 자살률 자체가 높은 것을 감안해야 한다. 즉, 자살률에 있어서 70대는 73명 정도의 차이가, 80대 이상에서는 약 120명 정도의 차이가 나고 있다. 전체적으로 자살률이 28.1명인데 이에 비해 이 비교수치는 정말 너무 큰 차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남자들의 자살이 많을까. 일반적으로 설명하기는 남자들의 자살 성공률이 높기 때문이라고 한다. 정신과 쪽에서 볼 때 자살의 원인을 우울증으로 볼 때 남자의 자살률을 설명해 보기는 어렵다.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바와 같이 여자가 남자에 비해 우울증이 훨씬 더 높기 때문이다. 즉, 여자들에게서 우울증에 걸린 사람이 훨씬 많다면 자살한 사람도 여자가 더 많아야 하는데 현실적으로는 남자가 더 많은 것이다.

이러한 결과에 대한 일반적인 설명은 여자들은 자살을 할 때 소극적인 반면 남자들은 적극적이라는 것이다. 즉, 여자들은 마음이 약해서 자살의 방법에 있어서 약한 것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시도하는 이들은 많은데 실제 죽음에 이르는 사람은 적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남자들은 자살 행위가 적극적이다 보니 자살에 이르는 경우가 더 많다는 것이다.

이것은 물론 적절한 설명 중에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어느 정도는 이해가 되는데 장년층에 있어서 이렇게까지 차이가 나는 것은 이것으로 설명할 수 없다고 본다. 즉, 우울증만이 아닌 사회적 환경이 남자들로 하여금 더 많이 자살에 이르게 한다고 볼 수 있다.

장년 남자들의 경우는 일반적으로 가장으로서 갖는 책임이 크다. 가족의 경제적인 부분을 책임지고 있다는 것은 한국 남자들의 경우 큰 짐이라고 할 것이다. 또한 남자들은 대화가 적다. 즉, 문제가 있거나 마음에 짐이 있을 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이나 여건이 없다. 친구를 만나도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기는 어렵다. 더군다나 가정도 이러한 순간에는 별 도움이 안 된다. 가장으로서 약한 모습을 가족들에게 드러내는 것에 한국 남자들은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 가족들의 입장에서도 가장은 돈을 벌어오는 이라는 생각이 팽배하기에 돈을 벌어오지 않는 가장에 대해서 그리 관대하지 못하다. 더군다나 한국의 남성들은 자아정체성이 불명확하다. 자신을 연봉 얼마에, 회사나 사회에서 가지는 직함 정도로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직장을 잃거나 놓게 되고, 경제적으로도 어려움에 빠지며 자신의 존재 이유를 잃어버리는 것이다. 이 나이가 되어서 문득 가정으로 돌아가려니 이미 늦었고, 하소연을 할 수 있는 상대도 갖고 있지 못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적지 않은 이들이 살아야 할 이유를 놓고 만다. 우리 주변에 강해 보이는 그 남자가 자살의 위험 앞에 가장 취약한 자라는 사실을 꼭 기억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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