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질병, 자살
상태바
사회적 질병, 자살
  • 운영자
  • 승인 2014.03.18 22: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라이프호프와 함께하는 생명목회이야기 (2)

대한민국에서 자살로 죽는 사람은 한 해 1만 4,160명이다. 이는 하루 39명이 자살로 죽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숫자로 나열하면 사람들이 잘 실감하지 못한다. 육군 1개 사단이 1만 명이다. 그러면 한 해에 육군 1.5개 사단이 자살로 죽는 것이다. 다시 말해 2년이면 3개 사단이 자살로 인해서 사라지는 것이다. 요즘 초등학교 교실을 보면 학생이 25명 정도 된다. 그러면 하루에 초등학교 1.5개 반 정도가 자살로 인해 사라지는 것이다. 역시 이틀이면 초등학교 3개 반이 사라지는 것이다.

매년 9월이면 통계청에서 ‘사망 원인 통계’라는 것을 발표한다. 지난 한 해 동안 사람들이 죽은 원인을 밝히는 것이다. 가장 최근 통계인 2012년 통계를 보면 자살은 전체 사망 원인 중에 4위에 있다. 1위가 암이고, 2위가 뇌혈관 질환, 3위가 심장 질환이다. 그리고 자살이라는 얘기다. 그 다음으로 당뇨병과 폐렴 등이 나온다. 심지어 교통사고는 9위에 있다.

자살로 인해서 죽는 사람이 당뇨병 환자보다 더 많고, 교통사고로 인해서 죽은 사람보다 많다면 우리 주변에서 그러한 환자나 사고자보다도 많은 자살 사망자나 생존자들을 보아야 할 것인데 그렇지 못하다. 특히 당뇨병으로 인해 죽은 사람보다 더 많은 사람이 자살로 인해 죽었다면,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이 그 당뇨병 환자보다 많다고 보아야 한다. 당뇨병 환자라고 다 그 병으로 죽는 것이 아닌 것처럼,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다 그로 인해 죽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즉, 우리 가운데 자주 보게 되는 당뇨병 환자들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죽고자 하는 유혹과 괴로움에 갇혀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그러한 자살의 위험 가운데 있는 사람을 본 적이 있는가. 만약에 없다면 우리는 그 만큼 우리 주변의 사람들에게 무관심한 것이다. 결코 그러한 사람이 없을 수는 없다. 단지 우리가 그들에게 말을 붙이지 못했고, 그들은 우리에게 터놓지 못했을 뿐이다.

나는 자살은 사회적 질병이라고 생각한다. 대한민국에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자살로 죽어 가는데 그것을 개인적인 문제라고 이 사회가 방관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렇게 많은 생명이 스스로 죽어 가는데 그들을 이 사회가 돕지 않는다면 그것은 직무유기이다. 다른 사망 원인에 대해서는 이 사회가, 특히 정부가 나서서 돕고 있다. 그러한 질병에 걸리지 않도록 계몽하고 예방하고 있다. 특히 건강보험을 통해서 그들의 질병을 사회가 도우려고 하는 것이다. 그런데 자살에 대해서는 이 사회가 냉담하다. 도우려는 마음도 없고, 심지어 외면하려고 한다.

자살예방활동을 하면 가끔 듣는 질문이 있다. ‘그런다고 자살이 줄겠느냐?’는 것이다. 죽으려는 사람은 죽게 되어 있는데 굳이 예방한다고 죽으려는 사람이 안 죽겠느냐는 비관론이다. 그러면 예를 들어 설명한다. 과거 우리나라에서 교통사고로 인해서 죽는 사람이 많았다. 교통사고가 사망 원인의 4~5위를 다툴 때가 있었다. 그런데 어느 때부터인가 교통사고가 줄어들었다. 그 이유는 교통문화가 개선되었기 때문이다. 교통문화가 개선되어 신호를 지키고, 정지선을 지키니 사망자 숫자도 줄어든 것이다. 어떻게 이렇게 교통문화가 개선되었는가. 개인적으로는 ‘이경규의 양심 냉장고’라는 프로그램이 큰 영향력을 끼쳤다고 생각한다. 캠페인이 성공하니까 우리나라 교통문화가 개선되었고, 교통문화가 새로워지니 사고가 줄고 인명이 구원된 것이다.

현재 이 나라는 죽음의 문화가 지배하고 있다. 죽음도 하나의 선택이라는 인식이 팽배한 것이다. 이를 생명문화로 변화시키면 현재 이 나라의 심각한 자살문제는 해결될 것으로 확신한다. 이 생명문화는 누구보다도 교회가 앞장 설 때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부분이다. 생명을 이해하고, 생명을 깨달아 품고 있는 우리 교회가 이 사회에 생명문화를 일구어간다면 ‘자살’이 아니라 ‘살자’의 문화가 일어나리라 믿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