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시야에서 사라진 건 찰나였다. 아이가 바닥에 흘린 아이스크림을 닦기 위해 잠깐 허리를 숙인 순간이었다. 일어서서 목청껏 아이의 이름을 불러봤지만, 아무리 주위를 둘러봐도 아이의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어린이날을 앞두고 유독 많은 인파가 몰린 복합쇼핑몰 안에서 일어난 일이다.
눈 깜짝할 사이 없어진 아이를 찾아 사람들 사이를 헤맨다. 아이가 보이지 않는 잠깐의 순간에 속이 타들어 간다. 맞은편 장난감 가게 안에서 해맑게 웃고 있는 아이를 발견하곤 철렁 내려앉은 가슴을 쓸어내린다.
아이와 관련된 사고는 예기치 않는 ‘순간’에 발생한다. 잠시 한눈파는 사이 아이는 잰걸음으로 부모의 시야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 경우 아이를 재빨리 찾아 다행이지만, 만약 아이를 찾지 못하고 직원에게 신고하면 그 즉시 시설의 모든 출입구를 통제하고 아이를 찾는 ‘코드아담(Code Adam)’이 발령된다.
우리나라는 2005년 ‘실종아동등의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실종아동법)을 제정한 이후 다양한 관련 제도의 시행으로 실종아동의 발견율이 기하급수적으로 올랐다. 그러나 모든 실종아동이 가정의 품으로 돌아간 것은 아니다.
적게는 수년을 많게는 수십 년을 실종된 아이를 찾아 전국을 헤매는 이들의 아픔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사라진 아이를 찾아 헤매며 피폐해진 가정이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이다. 전국을 방방곡곡 다니다 경제적 위기에 시달리며 자신의 몸을 돌보지 못해 큰 병을 얻어 일찍 작고한 부모들도 많다. 자식을 잃은 슬픔을 감당할 수 없어 자살로 생을 마감한 이들도 있다. 부모에게 아이의 실종은 생사를 넘나드는 고통 그 자체다.
‘실종아동’ 부모의 가슴 아픈 현실
실종아동 부모들의 시계는 대부분 아이를 잃은 순간에 멈춰 있다. 1992년 당시 7세의 첫째 아들을 지인에게 맡겼다가 실종된 이동가 군의 어머니 A씨(69)는 30년 넘게 아들을 찾아 전국을 헤매며 가슴 아픈 시간을 보냈다.
때로는 전단지를 뿌리다가 ‘어떻게 자식을 잃어버릴 수 있느냐’는 행인의 말에 상처를 받기도 했다. 전단지 속 아들의 얼굴이 밟힐까 주우며 숨죽여 운 시간은 셀 수도 없다. 그는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단 하루도 아들을 잊은 적이 없다. 동가는 어려서부터 영리하기로 소문난 집안의 기둥이자 제 심장과도 같은 아이였다. 지금도 비슷한 나이의 아이를 보면 심장이 멎는 것만 같은 아픔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아들을 실종한 그 날부터 따뜻한 바닥에서 자는 것도 죄스럽다는 생각에 1년 내내 찬 방에서 잠을 청하고 있다. “내가 죄인이란 생각에 도무지 따뜻한 데서 자는 것은 견딜 수 없었어요. 극심한 우울증에 시달렸고 살아도 사는 게 아니었습니다. 수년을 동가를 찾아 헤매며 방황했는데, 딸 아이가 우리는 자식이 아니냐는 말에 정신을 차렸습니다.”
때론 죽는 것이 사는 것보다 낫겠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하지만 언젠가 아들을 찾게 될 것이라는 믿음이 그를 지탱했다. 그는 5월생인 동가 군의 생일을 떠올리며 지금도 매년 5월이 되면 주인공 없는 생일상을 차린다.
그는 “매일 생일상의 주인공이 돌아오기만을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하고 있다. 아들을 다시 만난다면 너를 버린 것이 아니라 잃어버린 것이라는 말을 꼭 해주고 싶다”며 “이제 곧 일흔인데, 죽기 전 아들 얼굴을 보는 것이 마지막 소원”이라고 말했다.
박금자 권사(과천중앙교회)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37년 전인 1984년, 두 살배기 아들 정희택 군을 잃어버렸다. 몸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아이에게 밥을 먹인 뒤 깜빡 잠이 들었는데 아이가 사라진 것이었다. 희택 군을 찾아 전국을 돌아다녔지만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
1988년 교통사고로 그의 남편마저 세상을 떠났다. 남은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공장일을 나가야 했지만 그는 희택이를 찾는 일을 절대 포기할 수 없었다.
“벌써 30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어린 시절 희택이의 얼굴과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처음 3년은 몸의 모든 피가 바싹 마르는 것과 같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아들을 향한 걱정과 그리움은 매일 온몸이 소금에 절여지는 것 같은 고통이었습니다. 세상 사람 같으면 살 수 없는 고통이었겠지만, 신앙심이 있었기에 버틸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아이를 다시 만난다면,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 박 권사는 “그저 엄마로서 지키지 못한 것에 미안하다는 마음”이라며 “죽기 전 아이를 볼 수만 있다면 여한이 없을 것이다. 아픔은 묻어두고 다시 한번 꼭 끌어안고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다”고 말했다.
실종아동 매년 ‘2만명’ 발생
경찰청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2년 접수된 18세 미만 아동 실종신고는 2만6천416건이다. 최근 5년간 발생한 실종아동의 99% 이상은 조기에 발견되고 있지만, 1년 이상의 장기 실종아동은 981명이나 된다. 아동권리보장원 통계자료에 따르면 2022년 장기 실종아동은 총 981명이며, 5년 내는 7.1%, ‘5년 이상 10년 미만’은 12%, ‘10년 이상 20년 미만’은 4.1%, 20년 이상 아동은 총 87.6%(859명)에 이른다.
'실종아동 접수 현황’(2019~2023년)을 살펴보면 실종아동 신고접수는 매년 2만건 전후로 이중 대부분의 아이가 돌아왔지만, 2019년 11명, 2020년 13명, 2021년 16명, 2022년 28명, 2023년 137명 아이들의 행방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그래도 10년 전 수치에 비해 실종아동 수가 현저히 줄어든 것은 큰 성과가 아닐 수 없다.
전문가들은 실종아동법이 도입된 2000년대 초반부터 실종아동의 발견율이 크게 올랐다고 분석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2005년에는 실종에 관한 기본법인 ‘실종아동등의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실종아동법)’ 제정 이후 새로운 전기가 마련됐다는 것. 실종아동은 실종신고 당시 14세 미만 아동을 의미했으나 2013년 법률 개정을 통해 18세 미만으로 확대했다. 이러한 ‘실종아동법’의 시행으로 △지문 등 사전등록 △실종경보 문자안내 △유전자(DNA) 분석 △실종경보(앰버경고) △복합인지기술을 활용한 과거사진변환 및 대조사업 △실종예방지침(코드아담) 등을 실시하고 있다.
실종아동 구하는 ‘골든타임’
실종아동이 발생했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골든타임’ 내 아이를 찾는 일이다. 보통 사람이 밀집한 곳에서 아동이 사라지는 순간은 단 40초. 아동이 실종된 직후 2~3시간이 아이를 찾을 수 있는 ‘골든타임’이다.
12시간이 지나면 아이를 찾을 확률이 42%로 떨어지고, 7일이 지난 뒤에는 11%로 줄어든다. 실종된 아동이 장기 미아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다양한 제도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그중 하나가 ‘지문등록’이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실종아동을 찾는데 걸리는 시간은 평균 94시간이지만, 지문을 등록한 경우 평균 46분으로 큰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불특정 다수가 출입하는 시설에서 아이를 잃어버릴 경우 시행되는 제도는 ‘코드아담(실종예방지침)’ 제도가 있다. 연면적 1만㎡ 이상의 다중이용시설에서 시설 봉쇄를 통해 미아 발생을 방지하고, 10분 내로 아동을 찾을 수 있는 선진국형 시스템이다.
경찰에 따르면, 국내에서 ‘코드아담’이 시행된 2014년 이후 지난해 7월까지 총 3만9,319건의 ‘코드아담’이 발령됐으며, 3만 9,121건(99.5%)이 시설 내에서 즉각 아동을 발견할 수 있었다. 상당한 성과다. 보건복지부와 경찰은 연면적 1만㎡ 이상의 대규모 점포·지하철 역사·유원시설·여객터미널 등 전국 1,647개의 다중이용시설에 ‘코드아담’ 제도를 적용하고 있다.
백석대 경찰학부 이건수 교수는 “제도의 시행을 통해 다중이용시설 관리자와 직원들은 의무적으로 실종 상황 발생에 대한 훈련을 받아야 한다. 아동의 인권을 보호하고 아동실종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더욱 갖게 됐다는 점에서 ‘코드아담’의 실효성은 매우 크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실종아동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는 시설의 영업주와 지자체, 경찰, 부모들이 먼저 실종예방지침을 숙지하고 함께 지켜가는 노력이 요청된다. 이 교수는 “다중시설 외에도 지하철 주변과 공원을 비롯해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서도 추가적으로 제도를 확대해나갈 필요가 있다”며, “실종아동을 발견하기 위해서는 초기의 발 빠른 대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