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와 자살 유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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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와 자살 유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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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07.08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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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호프와 함께하는 ‘생명목회이야기’ (15)

교회에서 성경공부 시간에 한 집사가 자신의 이야기를 꺼냈다. 주제는 자살에 대한 것이었다.

그의 아버지는 한 교회의 사찰집사였다. 즉, 평생 그 교회에서 자란 사람이었다. 어느 날 동생이 자살을 했다. 그는 의사였고 어느 모로 보나 자살할 것 같지 않은 사람이었다. 동생은 유서도 안 남겼다. 단 하나, 같이 자란 형에게 ‘미안해’라는 문자 메시지 하나만 남겼다. 잘 자랐고, 성공한 동생이 갑자기 자살을 했으니 그 집사의 마음이 얼마나 아팠겠는가. 아프다가 아니라 정말 무너져 내린 것이라고 해야 옳을 것이다.

장례가 진행되는데 그 집사가 들리도록 어떤 성도가 이야기를 한다. “지옥 간 사람 장례는 뭐하러 치러주나.” 그 소리를 듣고 이 집사는 너무 큰 충격을 받았다. 동생을 그야말로 창졸간에 잃었는데 그 가족들이 들리도록 하는 이야기가 ‘지옥’이라는 것이다. ‘아버지가 그 교회 사찰로 평생을 보내셨고, 자신과 동생도 그 교회에서 자랐는데 한 교회 성도에게 듣는 소리가 이럴 수 있는가’ 하는 생각이다.

한국 교회는 공동체라고 하면서, 심지어 우리가 잘 쓰듯이 가족이라고까지 하면서 자살이라는 사건을 앞에 두면 잔인해지는 것 같다. 한 교인으로 지내면서 신앙생활을 함께 하고, 한 신앙으로 함께 했는데 자살했다는 이유로 그를 너무 쉽게 지옥으로 갔다고 단정해 버린다. 그런데 그것이 마음만이 아니고 그 유가족들의 가슴에 대못 수준이 아니라 말뚝을 박는 일을 하는 것이다.

자살 유가족들을 만나보면 사건 이후 교회에서 버티지 못하는 것을 본다. 이런 아픔을 겪게 되면, 우리 신앙인이라면 하나님의 위로와 교회 공동체의 함께함을 절실히 필요로 한다. 장례는 어떻게 보면 남은 이들에게 하나님의 위로를 전해주고, 공동체가 함께 할 수 있는 자리이다.

그런데 이 장례 전에 교회는 혼란에 빠진다. 자살한 이의 장례를 교회가 치러주어도 될 것인가에 대해서 논쟁이 일어나는 것이다. 자녀가 죽고, 남편이 죽고, 아내가 죽고, 부모가 죽은 이들을 앞에 두고 교회가 이 문제로 다툼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유가족들은 실망 가운데 교회를 떠난다. 교회만 떠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믿는 하나님마저 떠나게 되는 것이다. 즉, 하나님의 위로와 교회 공동체를 가장 필요로 하는 그 때에 그들은 교회와 하나님께 실망하고 떠나버리게 되는 것이다.

자살 유가족은 자살 위험이 가장 높은 사람들이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자살이 유전이라는 말도 한다. 유가족 가운데 자살이 많으니 유전적 요인이 있을 것이라는 가정이다. 그 정도로 유가족은 가장 큰 위험 가운데 있다. 그 주요 원인 중에 하나는 사랑하는 사람이 스스로 죽었다는 충격과 슬픔, 그리고 죄책감 때문이다.

교회는 이러한 아픔을 어떻게 위로하고 보듬을 것인지에 대해서 준비해야 한다. 이것이 자살예방의 가장 시급한 부분 중에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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