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계명 : “여호와의 이름을 망령되게 부르지 말라”(출 20:7)
3계명 핵심은 하나님의 ‘이름’… 다양하나 모두 영광스러워
‘망령되게’는 ‘신성을 모욕하고 경건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
이제는 서양 문화가 제법 자리를 잡은 것 같다. 일상 속에서도 외국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말들을 사용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깜짝 놀랄만한 일이 생겼을 때 입에서 “오 마이 갓”(Oh My God)이라는 말이 튀어나오는 것이 그리 낯설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문제는 이런 표현이 제3계명 “여호와의 이름을 망령되게 부르지 말라”를 범하는 것일 수 있다는 점이다. 이 말을 하는 상황은 부정적인 경우일 확률이 높다. ‘갓’이 반드시 하나님을 지칭하는 것은 아니라고 변명할 수도 있다. 그러나 서양문화에서 대문자로 시작하는 ‘God’이 성경 속 하나님을 뜻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영미권에 ‘God’이나 ‘Jesus’를 넣은 비속어가 많다는 사실도 잊지 말아야 한다.
3계명을 아는 기독교인이라면 앞으로 이런 표현이 습관적으로 튀어나오려고 할 때 스스로 주의하고 자제할 필요가 있다. 하나님께서는 “너는 네 하나님 여호와의 이름을 망령되게 부르지 말라”고 명하신 뒤에 “여호와는 그의 이름을 망령되게 부르는 자를 죄 없다 하지 아니하리라”고 분명하게 가르치셨다.
무엇보다 귀한 하나님의 이름
3계명에서 하나님은 ‘이름’에 강조점을 두고 계신다. 강영안 교수(미국 칼빈신학교 철학신학)는 저서 ‘십계명 강의’에서 이렇게 주장한다.
“3계명은 1,2 계명과 마찬가지로 2인칭 직접화법을 쓰고 있습니다.(중략) ‘너는 나의 이름을 망령되게 부르지 말라’고 하지 않고, 그 이름 ‘여호와’, 곧 ‘야웨’의 이름을 망령되게 부르지 말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나 여호와의 이름을’이라고 하지 않고 ‘네 하나님 여호와’ 즉, 하나님의 이름을 3인칭화해서 표현합니다. 이런 방식으로 하나님의 이름을 주제화시킵니다. 이는 3계명의 관심이 하나님의 이름에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성경에는 하나님을 지칭하는 여러 가지 이름들이 등장한다. 히브리어로 ‘엘로힘’이라고 발음하는 하나님은 높으신 분을 뜻한다. 우리말 ‘하나님’ 혹은 ‘하느님’도 하늘에 계신 높은 분이라는 의미가 강하다. 또 다른 이름 ‘여호와’는 ‘우리와 가까이 계셔서 언약을 맺고 구원하시는 분’이라는 뜻이다. 이밖에 우리는 하나님을 ‘주님(Master:주인)’, ‘만군의 하나님(세상 모든 권력을 가지고 전쟁을 수행하는 하나님)’, ‘아바 아버지(아빠처럼 친근하게 나를 돕는 분)’ 등의 다양한 버전으로 부른다. 각각의 이름들은 하나님의 특징적인 면들을 잘 나타낸다.
그런가하면 유대교 전통에서는 ‘여호와’의 이름을 부르는 것조차 경계해 왔다. ‘여호와’라는 이름을 감히 읽지도 못했고 대신, ‘주님’이라는 의미로 ‘아도나이(Adonai)’라고만 읽었다. 얼마나 오랫동안 입에 담지 않았으면 원래의 ‘음가’가 무엇이었는지 잊어버리기까지 했다. 훗날 히브리어 학자인 빌헬름 게제니우스(1786~1842)가 초기 성서의 언어를 연구하다가 오늘날의 음가를 찾아내기 전까지 수천년동안 ‘여호와’는 ‘신성사문자’라 하여 비밀처럼 묻혀 있었다. 빌헬름 게제니우스는 아도나이의 모음인 ‘A,O,A’를 신성사문자에 붙여 YaHoVaH로 발음하게 했다. 그때부터 영어로는 ‘제호바’ 우리말로 ‘여호와’가 됐다.
망령되게 부른다는 의미
그렇다면 3계명 속에 ‘망령됨’은 무엇을 뜻할까. 국어사전에는 “늙거나 정신이 흐리어 말이나 행동이 정상적인 상태에서 벗어나 있다”고 나온다. 교회용어사전에서는 한걸음 더 나아가 “‘거짓되고 공허한’ 것, 신앙윤리상으로 ‘이교도적이며 타락하고 부정한’ 것, 하나님과 관련해서는 ‘신성을 모욕하고 경건하지 않은’ 것을 뜻하는 말로 쓰인다”고 설명하고 있다. 쉽게 말해 하나님의 이름을 헛되게, 함부로, 생각 없이, 경솔하게, 가볍게 부른다는 뜻이다.
백석대 장동민 교수(역사신학, 교목부총장)는 저서 ‘우리 시대를 위한 십계명’에서 하나님의 이름을 가볍게 또는 불순하게 사용하는 사례를 정리했는데 △하나님의 이름을 모독하고 저주하는 것 △하나님의 이름을 부끄러워하고 부인하는 것 △하나님을 원망하는 것 △여호와의 이름으로 맹세하고 지키지 않는 것 △자신의 이익을 취하기 위하여 하나님의 이름을 사용하는 것 △자신의 죄와 실수를 하나님의 섭리와 작정으로 돌리는 것 등이다.
장 교수는 이 가운데 ‘자기의 이익을 취하기 위해서 하나님의 이름을 사용하는 것’을 지적하면서 거짓 선지자들에 대한 말씀인 예레미야 6장 13~14절을 언급했다.
“이는 그들이 가장 작은 자로부터 큰 자까지 다 탐욕을 부리며 선지자로부터 제사장까지 다 거짓을 행함이라. 그들이 내 백성의 상처를 가볍게 여기면서 말하기를, 평강하다, 평강하다, 하나 평강이 없도다”(렘 6:13~14)
장 교수는 “예레미야 6장의 말씀은 구약 시대에 악한 제사장과 거짓 선지자들이 백성들의 상처를 건성으로 치료해 주면서 ‘샬롬, 샬롬’ 했지만 하나님이 보시기에 그것은 매우 역겨운 짓이라고 꼬집고 있는 내용”이라며 “오늘날도 많은 이들이 예수님의 이름을 팔아서 자신의 이익을 취하는 경우가 있다. 신약성경에서는 이런 사람들을 ‘경건을 이익의 방도로 삼는 자들’이라고 말씀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