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에 예배만 드린다고 4계명을 지킨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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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일에 예배만 드린다고 4계명을 지킨 것일까
  • 손동준 기자
  • 승인 2021.06.01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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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천하는 십계명, 다시 쓰는 신앙행전 ⑯ 안식의 조건

제4계명 : “안식일을 기억하여 거룩하게 지키라”(출 20:8)

일주일에 하루만 거룩하게 지킨다고 4계명을 범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안식일을 거룩하게 지키기 위해서는 나머지 6일간의 삶을 힘써 살아야 한다.
일주일에 하루만 거룩하게 지킨다고 4계명을 범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안식일을 거룩하게 지키기 위해서는 나머지 6일간의 삶을 힘써 살아야 한다.

7일 중 ‘안식일’만 집중하는 것은 반쪽짜리 신앙
성별된 그리스도인으로서 안식일의 정신 따라야

우리가 안식일을 지킨다고 할 때 ‘안식일’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은 반쪽짜리 해석에 불과하다. 안식일이 안식일 되기 위해서는 나머지 6일의 삶이 그만큼 중요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지나치게 ‘안식일’만을 강조하다 보면 사회에서 말하는 속칭 ‘선데이 크리스천’이 되기 쉽다. 삶의 예배를 지향하는 크리스천에게 일주일은 어떤 시간이어야 할까. 그리고 많은 크리스천들이 혼동하는 ‘안식일’과 ‘주일’의 차이, 그리고 여전히 우리가 힘써 주일에 지켜야 할 것들은 무엇인지 알아봤다.


안식일로 가는 나머지 6일

“안식일을 기억하여 거룩하게 지키라”(출20:9)는 명령 뒤에 나오는 것이 바로 “엿새 동안은 힘써 네 모든 일을 행할 것”(출20:10)이라는 가르침이다. 6일 동안 어느 누구보다 더욱 힘써 일하는 것이야말로 안식일을 올바로 지킬 수 있는 전제 조건인 것이다. 박요일 목사(강성성경연구원)는 자신의 책 ‘십계명 특강’에서 “하나님을 믿는 성도들은 세상 사람과 구별된 사람들”이라면서 “이들에게 세속적 업무가 면제 되거나 중지된 것은 결코 아니다. 세속적 업무를 하나님께서 주신 일로 알고 6일간은 그것에 힘써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 목사는 특히 “6일 동안 구별하여 일하지 않고 무위도식 하는 자에게 안식일의 구별은 무의미하다”며 “성경은 누구든지 일하기 싫어하거든 먹지도 말게 하라고 하셨다. 이방인들이 7일 동안 해내는 몫을 6일 만에 감당할 수 있도록 성도들은 창의력을 가지고 성실한 자세로 요셉처럼 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일곱째 날에는 ‘하나님 여호와의 안식일’로서 “너나 네 아들이나 네 딸이나 네 남종이나 네 여종이나 네 가축이나 네 문안에 머무는 객이라도 아무 일도 하지 말라”고 명하신대로 복되게 쉬는 것이다. 어찌 보면 요즘 말하는 ‘워라벨’의 정신이 이미 십계명 안에 잘 녹아 있다고 볼 수 있다. 

힘써 일하는 것이 안식의 전제가 되는 이유는 성경에도 나타나 있듯이 하나님이 창조 사역을 하신 후에 안식하신 원리와 비교하면 이해가 쉽다. 출애굽기 20장 11절에서도 “이는 엿새 동안에 나 여호와가 하늘과 땅과 바다와 그 가운데 모든 것을 만들고 일곱째 날에 쉬었음이라 그러므로 나 여호와가 안식일을 복되게 하여 그날을 거룩하게 하였느니라”라고 설명하고 있다.
 

주일이 안식일은 아니지만

많은 기독교인들이 ‘주일성수’를 이야기하면서 4계명을 언급하기도 하는데, 사실 엄밀한 의미에서 ‘주일’과 ‘안식일’은 다르다. 안식일은 창조주 하나님을 기억하고 그 위대하심을 찬양하고, 사람에게 베푸신 사랑에 감사하며 예배하기 위해 정한 제도다. 동시에 출애굽 사건을 기억하고 감사하는 날이기도 하다. 반면 주일은 예수께서 부활하신 날을 기억해 그리스도의 부활이 나의 부활의 예표임을 믿고 찬양하는 날이다. 

초대교회 교인들은 유대교인들이 지키는 안식일(토요일)과 자신들이 지키는 주일(일요일)이 달라 불편을 겪기도 했는데, 그 모습이 2000년 교회 역사를 담은 책 ‘교회사 핸드북’(생명의말씀사, 2005년)에 잘 나타나 있다. 

“기독교의 예배일인 주일은 기독교회의 초기부터 성수되었다. 그것은 안식일을 지키는 유대교로부터의 기본적인 이탈이었다. 한 주간의 첫날로 옮긴 것은 예수께서 부활하신 날을 주마다 상기하기 위해서였다. 4세기 초 콘스탄틴의 시대까지는 주일(일요일)이 공휴일이 아니었다. 그때까지 그리스도인들은 일하러 가야 했기에 주일의 이른 아침이나 늦은 시간에 예배 모임을 가졌다.”

이후 여러 논쟁을 거쳐 주후 313년에 로마 제국이 기독교를 공인하면서 ‘일요일(Sunday)’과 기독교의 주일이 합쳐지게 됐고, 그때부터 전 서구 세계가 일요일을 휴일인 동시에 예배드리는 날로 지키고 있다. 특히 17세기 청교도들이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에 “일주일의 마지막 날(토요일)이 아니라 일주일의 첫날(일요일)이 항구적으로 지켜야 할 거룩한 날”이라고 쓴 것이 오늘날의 그리스도인들이 주일을 중요하게 지키는 계기가 됐다. 

청교도의 후예들로부터 복음을 전달 받은 한국교회가 ‘성수 주일’을 중요한 가치로 지키고 있는 것도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예배학자 정장복 교수(전 한일장신대 총장)은 “기도 중에 ‘오늘 거룩한 안식일을 주시어서 감사합니다’라는 표현을 흔히 사용하곤 한다”며 “이렇게 된 이유는 한국에 온 선교사들이 주일을 안식일로 부르면서 교육을 시킨 경우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정 교수는 “주일의 명칭을 더 이상 안식일로 부르지 않는 것이 기독교의 경향”이라면서도 “비록 안식일의 이름은 사라지고 내용이 달라졌다 하더라도 주님의 날에 지켜야 할 규범은 시대가 아무리 변해도 준수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점점 주일의 의미가 ‘예배’로만 국한되어 가는 세태를 지적했다. 

이어 ‘장로교 예배 모범’에 명시된 △주일 예배를 위해 기도하되 설교와 성례전을 집례할 목사를 위해 기도할 것 △예배를 마치고 남은 시간은 독서와 명상과 주신 말씀의 복습과 병자의 심방을 비롯한 자선의 손길을 펼치는 데 힘 쓸 것 등을 소개하면서 “예배만 드리고 마음껏 육신을 즐겁게 하는 날로서 주님의 날이 끝날 수 없다. 자신이 불신자들과 성별된 그리스도인임을 인정한다면 주님의 날에 주님이 원하시는 일을 하는 가운데 피로의 회복도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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