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결서약식 사라진 사회…교회는 무얼 말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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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결서약식 사라진 사회…교회는 무얼 말해야 하나
  • 손동준 기자
  • 승인 2021.09.14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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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천하는 십계명, 다시 쓰는 신앙행전 (30)혼전순결은 고리타분한가

결혼 밖의 모든 성관계 금지하는 7계명
지난해 통계 작성 이후 혼인 가장 적어

하나님은 성을 ‘결혼’ 안에서 사용하도록 하셨다. 그런데 갈수록 결혼을 꺼리는 문화가 퍼지고 있다.
하나님은 성을 ‘결혼’ 안에서 사용하도록 하셨다. 그런데 갈수록 결혼을 꺼리는 문화가 퍼지고 있다.

한때 한국교회 안에서 ‘순결서약식’이 유행처럼 번졌던 때가 있다. 주로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행사였는데, 결혼 전까지 성관계를 갖지 않겠다고 하나님 앞에서 약속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었다. 서약식에 참가한 이들에게는 순결반지나 서약서를 증정해 이를 기억하도록 했다.

한국사회의 유교적 풍토와도 잘 맞아 떨어지면서 교회 담장을 넘어 각급 학교에서도 순결서약식을 진행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순결서약식’이 사라졌다. 왜일까. 

존스홉킨스 대학의 재닛 로젠바움 박사가 평균 17세 청소년 중 순결서약을 한 289명과 서약을 하지 않은 64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가 답이 될지 모르겠다. 로젠바움 박사는 혼전순결을 맹세한 이들 가운데 82%가 서약을 어겼으며, 첫 성관계 시기나 성관계 파트너 수 등에서 별반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이미 성 경험을 한 여러 청소년, 청년들에게 덮어 놓고 혼전순결을 강조해 죄의식을 가중시켰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교회탐구센터의 송인규 소장은 “정죄하는 식의 위압적 조치로는 성 고민을 제대로 도울 수 없다”며 “개개인이 납득할 만한 이유를 제시하지 못하고 무턱대고 혼전순결을 강조하는 것은 합당치 않다”고 평가했다.

더 나아가 일각에서는 이같은 순결 서약식이 ‘생물학적’ 순결을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생식기관을 결합하는 육체적 관계가 아니라면 성관계가 아니라는 왜곡된 인식을 낳았다고 지적한다. 
순결서약식이 사라진 빈자리에는 ‘성’에 대해 자연스럽게 이야기하고, 성관계는 죄가 아니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문화가 대신 자리를 잡았다. 각종 미디어에서 연인 간의 성관계는 당연하며, 이를 터부시하는 것은 ‘꼰대’라는 식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런 상황 속에 교회는 어떤 메시지를 내보내야 할까. 갈수록 변화하는 세태를 생각하면 녹록지 않다. 

 

결혼하지 않는 사회

“제7계명에서 명하는 의무는 몸과 마음과 정서와 말과 행위의 순결과 우리 자신 및 다른 사람들의 순결을 보존하는 것과 눈과 그 외의 모든 감각에 대하여 깨어 있는 것과 절제함과 순결한 친구와 사귀는 것과 단정한 복장과 독신의 은사가 없는 자들의 결혼과 부부 간의 사랑과 동거이며, 우리의 사명에 부지런히 노력하는 것과 모든 경우의 부정을 피하고, 부정으로 향하게 하는 일체의 유혹을 물리치는 것이다.”

7계명이 명하는 의무를 다룬 ‘웨스트민스터 대요리 문답 제138문’이다. 웨스트민스터 대요리 문답은 독신의 은사가 없는 자들이 7계명을 어기지 않기 위해서는 ‘결혼’할 것을 제시하고 있다. 

갈수록 결혼이 늦어지고, 더 나아가 결혼을 꺼리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크리스천이 7계명을 준수하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 3월 발표한 2020년 혼인 및 이혼 통계를 보면 2020년 혼인 건수는 21만 4,000건으로 전년 대비 2만 6,000건이 줄어 10.7% 감소했다. 인구 1,000명당 혼인 건수를 의미하는 조혼인율은 4.2건으로 전년보다 0.5건 줄었다. 2020년 혼인 건수와 조혼인율 모두 1970년 혼인통계 작성 이후 가장 적은 수치를 기록했다. 평균 초혼연령은 남자는 33.2세, 여자는 30.8세로 전년과 비교하면 남자는 0.1세 낮아졌고 여자는 0.2세 높아졌다.

2018년 사회조사(통계청)에서는 미혼 여성 4명 중 3명이 결혼에 대해 ‘안 해도 된다’고 답했다. 남녀 통틀어 결혼을 안 해도 된다는 응답은 2010년 34%에서 2018년 50%로 가파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반면 같은 조사에서 ‘비혼 동거’에 대한 인식은 2010년 반대가 60%, 동의가 41%였던 것이 2018년 반대 44%, 동의 56%로 역전현상을 보였다. 연령대별로는 20대가 74%로 가장 높은 동의 비율을 나타냈다. 

 

정죄보다 하나님 바라보도록

환경과 상황이 변했다고 해서 인간의 본성에 뿌리 박고 있는 육체의 정욕까지 사라져 버린 것은 아니다. 30대 청년 A씨는 “과거 교회에서 삶을 나눌 때 이성 친구와의 여행은 입 밖에 꺼내기도 어려운 주제였지만, 요즘은 다르다”며 “혼전 동거에 대해 열려있는 시각을 보이는 청년들도 종종 볼 수 있다. 불과 몇 년 사이에 ‘성’에 대한 시각이 많이 바뀐 것 같다”고 말했다. 

인간의 성적 욕망이 가장 왕성한 20~30대를 미혼으로 지나는 이들이 압도적으로 많아지다 보니 교회 안에서도 이같은 문제를 안고 목회자를 찾아가는 젊은이들도 늘어나고 있다. 

백석대학교 공규석 교수(교목본부장)는 죄책감을 자극하기보다는 예수님이 몸소 행하셨던 가르침을 상기시키는 방식으로 상담을 한다. 공 교수는 “예수님은 혼전순결을 지키지 못한 이를 정죄하지 않으신다고 가르친다. 다만 다시는 같은 죄를 짓지 않도록 명하셨음을 분명히 한다”며 “청년들이 하나님 앞에 더 가까이 나갈 수 있도록 인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강남대 백소영 교수(기독교학과)는 순결을 성관계에 국한하기보다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전인적 개념으로 확장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백 교수는 “혼전순결에 관해 이야기할 때 특정 신체 부위의 문제로만 취급해서는 안 된다”며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영적 순결이 무엇인지를 성찰하도록 이끌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백 교수는 또 “우리는 주 앞에서 회개하면 어떤 죄든 사해주신다는 칭의론을 믿는 사람들이기에 문제를 안고 찾아온 이에게 너무 큰 마음의 짐을 갖도록 해선 안 된다”면서도 “‘우리의 삶이 이렇고 세상이 이러니 계속 이렇게 살아도 된다’는 식의 메시지가 되어서도 안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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