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은 손으로도 마음으로도 새겨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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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상은 손으로도 마음으로도 새겨선 안 된다”
  • 손동준 기자
  • 승인 2021.03.31 11: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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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천하는 십계명, 다시 쓰는 신앙행전 ⑧형상에 하나님을 가두지 말라

제2계명 : “너를 위하여 새긴 우상을 만들지 말라”(출20:4)

부산에 자리한 예수상.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예수상을 본 떠 만든 것으로 유명하다.
부산에 자리한 예수상.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예수상을 본 떠 만든 것으로 유명하다.

하나님을 ‘눈으로’ 보려고 해서는 안 된다는 경고
형상을 만드는 배후에 있는 인간의 생각이 문제

보통 2계명에 등장하는 ‘우상’이라고 하면 나무나 돌, 쇠붙이 따위로 만든 사람이나 신의 형상을 떠올린다. 2계명이 등장하는 성경 본문을 보면 “너를 위하여 새긴 우상을 만들지 말고 또 위로 하늘에 있는 것이나 아래로 땅에 있는 것이나 땅 아래 물속에 있는 것의 아무 형상이든지 만들지 말며 그것들에게 절하지 말며 그것들을 섬기지 말라”고 가르치고 있다. 

이어지는 본문에서 “나 여호와 너의 하나님은 질투하는 하나님인즉 나를 미워하는 자의 죄를 갚되 아비로부터 아들에게로 삼사 대까지 이르게 하거니와 나를 사랑하고 내 계명을 지키는 자에게는 천대까지 은혜를 베푸느니라”고 쓰여 있다. 하나님께서 얼마나 2계명을 범하는 것을 미워하시는지 뼈저리게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연중기획 ‘실천하는 십계명, 다시 쓰는 신앙행전’에서는 지난주부터 2계명을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 2계명에 대해 논할 때 “1계명과 도대체 어떻게 다르냐는” 질문이 빠지지 않는다. 2계명과 1계명의 차이를 명확하게 짚어보고, 더 깊게 들여다봤다. 

 

1계명과의 결정적 차이

1계명은 “너는 나 외에는 다른 신들을 네게 두지 말라”고 명한다. 말 그대로 ‘다른 신’을 섬기는 것을 금한다는 뜻이다. 반면 2계명은 ‘하나님’을 ‘하나님 그대로’ 섬기라는 명령이다. 나무나 돌, 쇠붙이 따위로 만든 형상으로 하나님을 표현하지 말라는 뜻이다.

열왕기상의 여로보암 왕은 ‘금송아지’를 가리켜 하나님이라고 했다. 열왕기왕 12장 30절은 이같은 행위에 대해 “이 일이 죄가 되었다”고 분명히 말한다. ‘다른 신’으로서 형상이 아니라 ‘하나님’을 표현한 것일지라도 분명히 죄라는 뜻이다.  

‘십계명, 언약의 10가지 말씀’의 저자 손재익 목사(한길교회)는 2계명의 특징을 설명하면서 “하나님을 형상화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눈에 보이지 않으시는 하나님의 속성’을 그대로 보존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 목사는 특히 “하나님을 ‘눈으로’ 보려고 해서는 안 된다”며 “우리 주변에 우상의 가능성이 있는 것은 최대한 없애도록 노력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의도가 있어도 하나님을 형성화해서는 안 된다. 그렇게 하는 사람은 자신이 하나님보다 더 지혜롭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고 경고했다.

지난주에도 언급했듯이 천주교에서 2계명을 1계명에 포함하고 있는 것은 천주교 내에 수많은 성상과 성화 때문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반면 종교개혁으로 인해 탄생한 개신교는 2계명을 별도로 지키는 까닭에 예배당 안팎에 성화와 성상을 두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횃불트리니티신학대학원대 안덕원 교수(예배학)는 “종교개혁 당시 츠빙글리가 성화와 성상, 심지어 오르간까지 치워버린 이유는 상징이 상징하는 바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가령 오르간 소리가 좋아서 예배당에 오는 사람이 생길 수 있는 것”이라며 “종교개혁가들은 하나님을 하나님 그대로 예배할 수 있어야 한다고 믿었다”고 설명했다. 

 

형상이 허용된 예외 사례

그런가하면 성경 속에서 ‘형상’을 통해 하나님께 나아갈 수 있었던 예외 사례가 있다. 바로 ‘성막’이다.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 백성에게 하나님을 만나는 장소로서 성막을 허락하셨다. 성막은 예수 그리스도를 예표하기 때문이다.

백석대 이경직 교수(조직신학)는 출애굽기 40장 32절 “구름이 회막에 덮이고 여호와의 영광이 성막에 충만하였다”는 구절을 인용하면서 “말씀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 가운데 거하시는 일은 그분께서 우리 가운데 성막을 치셨다는 의미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스라엘 백성이 하나님을 만날 수 있는 성막은 금송아지처럼 인간이 고안해낸 것이 아니다”라면서 “하나에서 열까지 철저히 하나님의 지시에 따라 만들어지는 것이다. 하나님은 예수 그리스도를 우리를 구원할 유일한 길로 주셨다. 우리가 믿고 싶은 방식대로 믿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제시한 믿음의 도리에 따라 믿어야 한다”고 해석했다. 

이 교수는 특히 “우리 그리스도인은 하나님의 성전으로서 철저히 하나님의 말씀에 의지해 세워지고 빚어져야 한다”며 “성막과 성막에 속한 모든 것이 하나님의 설계에 의해 디자인되었듯이, 우리 삶의 모든 부분이 하나님 말씀의 지배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형상도 우상

오늘날의 현대인들에게 2계명이 중요하게 다가오는 까닭은 ‘물리적 형상’으로 새긴 우상 때문만은 아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에 새긴 형상’에 대해 더욱 경계하는 신학자들도 있다.  강영안 교수(미국 칼빈신학교 철학신학)는 자신의 저서 ‘십계명 강의’에서 “형상을 만드는 배후에 있는 인간의 생각, 그것이 문제”라며 “형상 자체보다는 형상을 만들어 하나님을 지배하고자 하는 생각과 마음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우리는 하나님을 두 가지 방법으로 만들어 낼 수 있다. 하나님은 사랑의 하나님이시다. 항상 좋은 분이시다. 그래서 하나님은 한없이 부드럽고 모든 것을 다 용서해 주는 마음씨 좋은 할아버지, 손자가 아무리 잘못을 해도 나무라지 않는 그런 할아버지 같은 분이시다라고 생각 할 수 있다.(중략) ‘하나님은 무서운 분, 죄에 대해 심판하시고 징벌하시고 우리가 잘못할 때 항상 가만 두지 않고 회초리를 들고 책망하시는 분’이라고도 생각할 수 있다.”

전자의 경우 ‘좋으신 하나님 좋으신 하나님 참 좋으신 나의 하나님’이라고 찬송하면서 만족하고, 그것으로 나와 하나님의 관계가 다 형성된 것처럼 생각하는 우를 범할 수 있다. 반면 후자의 경우 무슨 일을 하든지 하나님 안에서 자유하기보다는 늘 얽매이고 기쁨도 즐거움도 없이 항상 두려움과 공포에 싸여 신앙생활을 할 수도 있다. 강 교수는 “이 두가지 예는 개인의 심리와 관련해서 하나님을 각자의 생각대로 만들어 본 경우”라며 “‘인간이 생각으로 만들어 낸 하나님’에 대해서 비판하는 것을 성경 여러 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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