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빈, “거짓 증거는 이웃에 대한 모든 험담을 대표”
크리스천의 덕목은 낙담한 이들을 일으켜 세우는 것
제9계명 : 네 이웃에 대하여 거짓 증거하지 말라(출 20:16)
하나님은 모든 피조물 가운데 사람에게 특별한 선물을 주셨다. 바로 ‘언어’다. ‘이토록 놀라운 동물의 언어’(에바 메이어르 지음, 까치, 2020)라는 책이 있다. 책에는 150개 가량의 어휘를 익히고 50개의 사물을 식별한 회색앵무의 이야기, 노래를 통해 문장을 표현하는 찌르레기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이밖에도 언어적 특성을 보이는 동물들의 이야기가 책을 가득 채운다. 그럼에도 저자는 “동물에게 언어능력이 있다고 단정하기는 아직 이르다”고 설명한다. 인간의 언어 체계와 비교하기는 어렵다는 것. 동물에게서 언어 유전자를 찾겠다고 나선 학자들도 있지만, 아직 이렇다 할 결과물이 나온 사례는 없다. 현재까지는 ‘인간에게 주어진 특별한 선물’로서 언어를 조명하기에 무리가 없다.
9계명은 3계명과 더불어 이 ‘언어’와 관련한 내용을 다룬다. 3계명이 하나님에 대한 언어의 범죄를 금한 법이라면, 9계명은 사람에 대한 언어의 범죄를 금한 법이다. 강성성경연구원장 박요일 목사는 “인간에게 있어 언어생활이 중요하므로 하나님께서는 십계명 중에 언어에 대한 계명을 두 개나 주신 것”이라고 해석한다. 박 목사는 “하나님께서 우리 인간에게 언어를 주신 것은 하나님을 찬양하고 하나님의 영광을 증거하고 그 구원의 은총을 선포하기 위함”이라며 “또 이웃을 위하여 격려와 위로와 사랑으로 봉사하며 자신을 바르게 표현하라고 주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귀한 언어를 가지고 하나님께 항거하거나 이웃을 해하고 자신을 거짓되게 하는 데 사용하면 그것은 죄악”이라며 “이를 엄히 금하신 계명이 제9계명”이라고 덧붙였다.
험담을 금하다
앞의 계명인 6~8계명과 다른 9계명 특징은 ‘대상’이 명시되어 있다는 점이다. 특별히 ‘네 이웃에 대하여’ 거짓 증거하지 말라고 말씀하신다. ‘올인원 십계명’(세움북스, 2019)의 저자 권율 목사는 “9계명의 가르침은 열방을 향해 진정한 ‘네 이웃’이 어떠해야 하는지 보여주라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종교개혁자 칼빈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그는 ‘십계명 강해’에서 9계명을 설명하면서 “거짓 증거는 이웃에 대한 모든 험담을 대표한다”고 표현했다.(칼빈의 십계명 강해, 비전북스, 2011) 비록 하나님이 ‘거짓 증거하지 말라’고 하셨을지라도, 그분의 가르침은 우리의 모든 비방, 거짓 보고, 그리고 동료들을 헐뜯거나 그들의 명성을 더럽힐 목적으로 행하는 모든 부정한 말들에 적용하려 하셨다는 것.
칼빈은 “너는 네 백성 중에 돌아다니며 사람을 비방하지 말며 네 이웃의 피를 흘려 이익을 도모하지 말라”는 레위기 19장 16절을 인용하면서 “이 본문을 통해 우리는 하나님이 우리에게 동료 인간들과의 책임 있는 사귐을 요구하신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어 “사실 그분은 그 누구도 다른 이의 명성이나 재산을 공격하는 것을 용인하지 않는다”며 “그러므로 자기 이웃의 명성을 떨어뜨리거나 어떤 식으로든 그들을 중상하는 자들은 공연한 분란을 일으키는 것이고 사람들 사이에 존재하는 사랑의 유대를 깨뜨리는 것”이라고 경고한다.
비판 대신 애정을
“횃불을 던지며 화살을 쏘아서 사람을 죽이는 미친 사람이 있나니, 자기의 이웃을 속이고 말하기를 ‘내가 희롱하였노라’하는 자도 그러하니라”(잠 26:18~19)
성경은 자기의 이웃을 속이고 비방하여 거짓을 퍼뜨리는 사람을 ‘횃불을 던지며 화살을 쏘아서 사람을 죽이는 미친 사람’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물리적인 화살보다 ‘말의 화살’이 더 치명적일 수 있음을 성경은 이미 가르쳐 왔다. ‘천만 크리스천’을 자부하는 한국사회에서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악성 댓글로 고통당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인지, 반복되는 비극에도 온라인 공간 속 언어들은 왜 갈수록 수위를 높여만 가는지 부끄럽기만 하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말의 죄악을 피할 수 있을까. ‘우리 시대를 위한 십계명’(대서, 2017)의 저자 장동민 교수(백석대 역사신학)는 “상대의 사정을 잘 모를 때는 가만히 있는 것이 옳다”며 “다른 사람을 비방하는 상대와 한자리에 있을 때는, 찡그린 얼굴로 거부의 뜻을 나타내든지, 최소한 맞장구치지 말고 가만히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장 교수는 또 “마음이 불편하면 비판적인 시각을 갖게 된다. 비판적인 시각을 가진 사람의 입에서 나가는 말이 까칠한 말”이라며 “사랑 가득한 마음을 품고 이웃에게 애정과 호의를 가지고 대하라”고 주문했다.
칼빈도 역시 “사랑은 허다한 죄를 덮느니라”는 베드로전서 4장 8절을 인용하면서 9계명을 대하는 신자의 태도를 제시한다.
“성령께서 우리에게 원하시는 것은 우리가 아첨이나 거짓말이나 이웃의 악을 조장하는 일에 개입하지 않고 오히려 가능한 한 그런 잘못들을 시정하는 것, 그리고 잘못을 범한 자들을 낙담시키지 않으면서 그들을 돕기 위해 애쓰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