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性) 정체성의 혼란이 부르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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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性) 정체성의 혼란이 부르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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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7.15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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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호프와 함께하는 ‘생명목회이야기’ (63)

80년대 초 서울지역의 어느 교회에서 전도사로 일하고 있을 때이다. 어느 날 한 권사님이 자기 딸 부부를 심방해달라고 요청하였다. 그래서 심방 대원들과 함께 그 권사님을 모시고 딸이 사는 집을 찾았다. 가보니 권사님의 딸은 식사준비까지 해놓고 기다리고 있다가 반갑게 맞아주었다. 남편은 택시 기사로 일하는데, 식사 시간에 들어오기로 했다고 해서 먼저 감사하는 마음으로 예배를 드렸다. 그리고 막 식사를 시작하려고 할 때에 남편이 들어왔다. 그런데 뭔가 분위기가 이상했다. 살펴보니 겉보기에는 덩치도 크고 남자처럼 생겼는데, 아니었다. 여자였다. 순간 너무나 당황스러웠다. 난 그것도 모르고 일반 가정처럼 생각하고 가정과 자녀 생산을 위해서도 열심히 기도했던 것이다.

잠시 어색한 시간이 흐르고 나서 그냥 겸연쩍은 인사만 하고는 묵묵히 밥을 먹었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생각이 나질 않았다. 권사님들도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는지 대화가 없었다. 그렇게 심방을 마치고 나오면서 심방을 부탁했던 권사님께 약간은 원망조로 말했다. “미리 귀띔이라도 해주셨으면 좋았잖아요!”

80년대 초만 해도 레즈비언, 게이, 트랜스젠더니 하는 말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았던 시절이다. 그러니 크리스천들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 그 동성 부부는 그후 몇 번 교회에 나오는가 싶더니 결국은 보이질 않았다.

성(性) 정체성의 문제는 단순하지가 않다. 생물학적으로도 두 가지 성징을 가지고 태어나는 경우가 확률적으로 2천 명에 한 명꼴로 있다. 그렇게 추산하면 우리나라에 약 2만5천 명 정도가 있다는 것이 된다. 내가 만났던 어느 자매는 고등학교에 다닐 때까지 여자로 알고 살았는데, 어느 날 몽정을 하면서 자신에게 두 가지 성징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점점 몸이 남자처럼 변하고, 수염과 다리와 팔에 털이 많아지면서 그 자매는 결국에는 정신 이상 증세를 보이더니 어느 날 세상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이런 경우에는 어렸을 때 부모가 발견하는 대로 의사의 도움을 받아 빨리 성을 결정하여 수술을 해 줘서 성(性) 정체성의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요즘 동성애 문제로 나라 안팎이 시끄럽다. 특히 교회 안에서도 뜨거운 논쟁이 진행되고 있다. 이 문제가 중요한 이유는 단순히 법이나 혹은 윤리와 도덕적인 문제만이 아니라 한 사람이 죽고 사는 생명의 문제와도 직결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교회가 이 문제를 다룰 때에는 충분한 실태 파악과 연구를 하면서 의견을 개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전에는 매매춘의 문제가 뜨거운 감자처럼 논의된 적이 있었다. 지금은 그 문제에 대해서 교회의 입장이 어느 정도 정리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동성애 문제도 어쩔 수 없이 과도기적 과정을 겪을 수밖에 없겠지만, 그렇더라도 너무 성급하게 격렬한 집단적 태도를 보이게 되면, 우리의 의도와는 다르게 혐오적 태도나 혹은 특정 사안에 대한 적개심으로 오해를 받을 여지가 있다.

크리스천들과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를 믿어 구원을 받고, 하나님으로부터 의롭다 여김을 받아 하나님의 자녀가 되어 살아가지만, 그렇다고 완전하다는 뜻은 아니다. 죄가 없지도 않다. 그러기에 우리와 다른 삶의 태도나 문제를 가진 사람들을 쉽게 정죄할 권리도 없다. 아니,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고 주님은 가르쳐주셨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주님처럼 오히려 그들의 삶 가운데로 뛰어 들어가 그들의 소외와 고통을 더욱 이해하려고 해야 한다. 그러면서 살리는 일에 힘을 쏟아야 한다. 그렇게 해서 혹 있을 수도 있는 세상의 따가운 눈초리와 편견의 억압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 불행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예방에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것이다.

노용찬(라이프호프기독교자살예방센터 공동대표. 빛고을나눔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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