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공격성과 분노, 그리고 충동적 자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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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공격성과 분노, 그리고 충동적 자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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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6.24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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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호프와 함께하는 ‘생명목회이야기’ (60)

인류의 역사와 발전에 관하여 연구하는 사람들은 불의 발견을 중요하게 여긴다. 그런데 이 불은 인류 역사에 유익만 준 것은 아니다. 불의 파괴성은 분노와 공격성을 만날 때 생명까지도 앗아가는 결과로 나타나기도 하기 때문이다.

우연히 SNS에 한 장애인이 엘리베이터를 먼저 탄 사람들이 자신을 태워주지 않고 먼저 내려갔다고 전동휠체어로 엘리베이터 문을 들이받다가 문이 부서지면서 아래로 추락하는 동영상을 본 적도 있다. 순간적인 분노를 참지 못해서 일어난 비극이다.

방화도 분노의 표출이라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2008년 2월 10일 저녁 9시 경 뉴스를 보기 위해 TV를 켰는데, 긴급 뉴스로 숭례문이 불타고 있는 것이 보도되고 있었다. 처음에는 흰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 오르고 있어서 쉽게 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여 그렇게 놀라지는 않았다. “저 정도 불은 금방 끌 거야!” 아내에게 그렇게 말했었는데, 자정쯤 되어 다시 뉴스를 보니 불길은 점점 번져가고 있었다. 그때부터 가슴이 뛰기 시작하였다. 그러더니 새벽쯤 되어서 국보 1호인 숭례문이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그것은 단순히 숭례문만 무너져 내리는 것이 아니었다. 역사가 무너져 내리는 것이었고, 시민들의 억장이 무너져 내리는 것이었고, 나라의 체면이 무너져 내리는 것이었다.

숭례문이 타버린 것은 어이가 없게도 방화에 의한 것임이 밝혀졌다. 방화범은 채 모씨로 토지 재개발 보상에 대한 ‘불만’을 참지 못해 불을 질렀다는 것이다. 경찰은 채 씨 집에서 ‘오죽하면 이런 일을 하겠는가?’라는 제목의 편지를 발견했는데, 토지보상금 문제, 민원 제기가 제대로 처리되지 못한 데 대한 서운함, 사회에서 받은 냉대 등의 이야기가 빼곡히 담겨 있었다고 했다.

채 씨의 범행은 치밀한 계획에 의한 것이었다. 그는 2007년 7월과 12월에도 두 차례에 걸쳐 숭례문을 사전답사 하는 등 사전계획을 세웠고, 그 계획에 따라 저지른 일이었다. 뿐만 아니라 채 씨는 같은 이유로 2006년 4월 창경궁 문정전에서 불을 질렀다가 문화재보호법 위반으로 징역 1년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기도 했었다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방화의 범죄 심리에 관심을 갖게 된다. 방화는 타인의 건물이나 재산에 의도적으로 불을 내는 범죄를 말한다. 정신과 전문의들은 채 씨가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충동을 참지 못하고 반복적으로 방화를 한 점 등으로 보아 반사회적 인격 장애인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전홍진 교수는 “남성이 반사회적 인격 장애를 보이면 알코올 중독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은데 채 씨가 방화 당시 술 냄새가 났다는 정황으로 볼 때 알코올 중독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태연 교수는 “서양 심리학에서 억울함은 잘 거론되지 않지만 한국인의 심리에서는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며 “억울함이 해소되지 않으면 결국 한(恨)이 되는데 억울함을 해소하기 위해 간혹 폭력적인 방법을 택하든가 극단적인 경우 자살을 하기도 한다”고 설명하면서, “본인의 뜻대로 되지 않는 사회체제에 대한 반항, 저항, 분노의 표출이기도 하다”고 분석했다.

성경은 말한다. “분을 내어도 죄를 짓지 말며 해가 지도록 분을 품지 말고 마귀에게 틈을 주지 말라”(엡 4:26, 27). 화가 날 수 있지만, 그것을 다스리지 못하면 때론 재산만이 아니라 생명도 앗아가게 된다. 억울함과 순간적인 분노를 참지 못하고 마치 주변 사람들에게 화를 내듯 충동적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경우는 더 이상 없어야 할 것이다.

노용찬 목사(LifeHope기독교자살예방센터 공동대표. 빛고을나눔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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