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체온을 나누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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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체온을 나누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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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7.01 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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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호프와 함께하는 ‘생명목회이야기’ (61)

오늘은 더위도 식힐 겸 겨울날씨에 대한 이야기로 글을 열어가려고 한다. 요즘 장마전선이 형성되면서 종종 무덥기도 하다. 덥다보니 반대로 추운 겨울 날씨가 생각나기도 한다. 날씨가 더우면 사람들은 자신들도 모르게 축 늘어지기 일반이요, 반대로 날씨가 추우면 몸을 움츠리게 된다. 체온을 조절하기 위한 본능적인 행동들인데, 체온이 너무 높아지거나 혹은 낮아지면 건강을 잃기도 하고, 심지어는 생명을 잃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가을이면 단풍이 든 나뭇잎들은 시간이 지나면 떨어져 낙엽이 된다. 사람들이 보기에는 아름답지만, 나무의 입장에서 보면 혹독한 추위의 겨울을 나기 위해서 스스로 이파리를 떼어내는 것이다. 그렇게 해야 건조한 겨울에도 수분을 유지할 수 있고, 또한 적정한 온도를 유지하면서 생명을 이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에 급격한 변화가 와서 기온이 너무 내려가거나 혹은 너무 올라가면 혼자의 힘만으로는 체온을 유지할 수 없게 된다. 서로의 도움이 필요하다. 이러한 경우는 영구동토 지역이라고 할 수 있는 남극에서 관찰된다. 그곳에서 오랜 세월 동안 생명을 유지하고 있는 황제펭귄 무리가 있다. 이들은 폭풍이 부는 혹한기를 이기는 비법을 가지고 있는데, 그것은 바로 서로 뭉치는 것이다. 펭귄 전체가 큰 무리를 지어 차례로 자리를 바꿔가면서 밖에 있던 펭귄이 안으로 들어가고, 안에 있던 펭귄은 밖으로 나오고 하면서 서로서로 몸을 맞대고 체온을 유지하면서 뼈를 깎는 것과 같은 매서운 바람과 추위를 이기는 것이다.

사람은 어떤가? 비록 영화 속의 한 장면이기는 하지만, 아주 오래전 상영되었던 소피아 로렌이 주연한 ‘해바라기’라는 영화가 있었다. 그 영화에서 남편이 러시아와 전쟁이 터져 징집되어 전쟁터로 끌려가게 된다. 밀고 밀리는 전투를 거듭하다가 퇴각을 하는데, 마침 계절이 바뀌어 혹독한 겨울날씨를 만나게 된다. 병사들은 추위에 떨며 행군을 하다가 한 작은 집을 발견하고는 본능처럼 그 집으로 몰려 들어간다. 한 치의 틈도 없이 밀리듯이 들어가 서로 몸을 기대며 언 몸을 녹이는 것이다. 불길이라는 것이 전혀 없었지만, 몸과 몸을 맞대고 체온을 나눈다. 그렇게 오랫동안 침묵이 흐른다.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극한의 추위를 이기기 위해서는 서로의 체온을 나누어야만 함께 생존할 수 있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고, 서로를 의지하는 장면이었다.

사회가 어려우면 사람들의 마음이 움츠러들 수 있다. 더욱 이기적으로 변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의 역사를 살펴보면, 어려운 시절일수록 오히려 인정이 넘치고 서로 상부상조의 정신을 발휘했던 사회라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그러한 모습은 아마도 기나긴 역사 속에서 수많은 외적의 침입과 난리와 재난에 시달려 온 결과로 자연스럽게 터득된 삶의 지혜이다. 밖으로부터의 위협이 있을 때 서로 돕지 않으면 공멸한다는 것은 지각이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알 수 있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이 온 나라를 위협했지만, 이제 어느 정도 진정세를 보이고 있다. 이번 전염병을 대처하는 데 있어서 이런 저런 비판들도 있기는 하지만, 국제보건기구(WHO)는 우리나라가 매우 능동적이며 적절하게 메르스에 대처한 국가로 발표하였다. 그리고 분명히 인정할 것은 당국과 의료종사자들의 헌신과 서로를 배려하는 시민의식이 어우러져서 메르스를 이겼다고 생각한다. 여기에 교회가 더욱 문을 열고 밖을 향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 무엇이든지 급변하기에 때론 혼란스럽기도 한 세상에서 교회마저도 움츠러든다면 희망을 잃을 수 있다. 우리는 사랑과 희망의 전도자가 되어야 한다. 그것은 바로 우리의 따뜻한 생명의 체온을 나누는 ‘봉사와 나눔의 실천’으로 이루어질 것이다.

노용찬 목사(LifeHope기독교자살예방센터 공동대표. 빛고을나눔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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