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청년의 삶과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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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청년의 삶과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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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4.22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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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호프와 함께하는 ‘생명목회이야기’ (52)

지난 3월 19일 경향신문에 한 청년에 대한 안타까운 기사가 실렸었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지난 19일 오후 9시쯤, 서울 관악구 대학동 고시촌 한 원룸에서 구 모씨(25)가 숨진 채 발견됐다. ‘물에서 탄내와 연기가 난다’는 주민의 신고를 받고 소방당국이 출동해 원룸 화장실에서 알몸으로 쓰러진 구씨를 발견했다. 소방관들은 심폐소생술을 하며 구씨를 인근 병원으로 옮겼지만 살릴 수는 없었다.(중략) 구씨는 호프집 종업원과 치킨집 배달일 등 가리지 않고 아르바이트를 했지만 월세를 내고 나면 생활비를 마련하기도 힘겨웠다. 안정적인 직장을 잡으려고 애를 썼지만 취업벽을 뚫기가 쉽지 않았다. 집주인 한 모씨(71)는 경찰 조사에서 ‘정말 착실한 젊은이였다. 아르바이트를 구하지 못한 한두 달을 제외하고는 방세도 거의 밀린 적이 없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씨는 고교 시절부터 조울증을 앓아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군 훈련소만 3번 퇴소한 끝에 2013년 의가사 제대를 했다. 서울 관악경찰서는 19일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면서 ‘유족 조사 결과 경제적 어려움 등 때문에 목숨을 끊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경찰은 구씨의 정확한 사망 동기 등을 계속해서 조사할 예정이다.”

위의 기사를 읽어보면 구씨는 누구보다도 열심히, 그리고 성실하게 살려고 애썼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그렇게 불행하게 생을 마감했는가? 그에 관한 매우 짧은 내용이지만, 그의 심정을 알 수 있는 몇 가지 단서를 발견할 수 있다.

첫째, 구씨는 고교시절부터 앓아오던 조울증이라는 삶의 짐이 있었다. 조울증은 양극성 장애라고 해서 기분이 들뜰 때는 조증이 나타나고, 기분이 가라앉을 때는 울증이 나타나는 기분 장애에 해당하는 정신적 질환이다. 특히 청소년 시기에 이러한 질환을 앓고 있을 경우 학업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아마도 구씨는 이때부터 많은 고통이 있었을 것이다.

둘째, 구씨는 군대생활도 조울증 때문에 제대로 할 수 없었다. 군 훈련소 입소만 3번이나 되풀이하다가 의가사 제대를 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경험도 구씨에게는 정신적으로 큰 어려움을 주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셋째, 구체적인 사연을 알 수 없으나 위해 일찍 가족과 떨어져 혼자 살았다. 가족은 절대적인 삶의 지지기반인데, 가장 어려운 시기에 그 기반과 멀어져 있었다는 것은 많은 외로움을 겪었을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아마도 이것이 그의 정신적 어려움을 더욱 가중시켰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취직에 어려움이 있었다. 힘을 다했지만 취직이 되지 않았을 때 겪었을 좌절감이 위의 여러 가지 요인들과 결합되어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되었던 것 같다.

구씨의 자살에 대해서 우리는 어떠한 윤리도덕적 잣대를 들이댈 수는 없다. 왜냐하면 그는 그 누구보다도 위와 같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정말로 치열하게 자신의 삶을 살아가려고 몸부림쳤던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순간에 고난의 벽을 넘지 못하였다.

여기서 우리는 생각해본다. 그러할 때에 주변에 그를 알고 있었던 사람들이 지지기반이 되어줄 수는 없었을까? 그는 왜 사회적 안전망이라는 그물망에 잡히지 않은 것일까? 사회보장제도는 이때 어떤 도움이 되어야 하는 것일까? 교회는 이러한 젊은이들을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가? 답은 분명하지만, 우리의 관심과 노력이 부족한 것이다.

노용찬 목사(라이프호프기독교자살예방센터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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