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도, ‘보존’도 결국은 생명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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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도, ‘보존’도 결국은 생명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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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10.14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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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호프와 함께하는 ‘생명목회이야기’ (74)

며칠 전 교역자 월례회에 참여하기 위해 여수에 다녀오다가 섬진강 변을 따라 드라이브를 하면서 올라올 기회가 있었다. 비록 스쳐가면서 본 경치이지만 섬진강이 왜 그렇게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가를 실감할 수 있었다. 그러면서 문득 우리가 살아가는 이 산하는 정말로 아름답고, 풍요롭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자연스레 어렸을 때 자랐던 고향 생각이 떠올랐다.

어렸을 적에 살던 작은 섬 주변은 드넓은 갯벌로 둘러싸여 있었다. 그 갯벌은 섬 주민들에게 참 많은 것들을 제공해 주었다. 맛살, 낙지, 참게, 망둥어, 굴, 파래, 김, 미역 등등 수많은 수산물들을 끊임없이 생산할 수 있도록 해주어서 섬 주민들에게 대대로 이어지는 삶의 터전이었다. 여름에는 농사를 짓고, 겨울이면 해산물을 채취하여 생계를 유지했다.

그런데 어느 날 지리부도를 살펴보니 개발계획이 되어 있었다. 그 때가 초등학교에 들어가기도 전이니까 국토개발계획은 정말 오래 전에 되어 있었던 것이다. 길게 둑을 막아 농경지와 공장지대로 만든다는 야심에 찬 계획이었다. 그 계획대로 만들어진 것이 바로 시화방조제이다. 결과적으로 큰 호수가 생겼는데, 그 이름이 지금의 시화호이다.

바다를 막기 위해 큰 둑을 만들면서 내가 살던 섬은 거의 다 없어졌다. 어린 친구들과 새집을 찾느라고 오르락내리락 하며 헤집고 다니며 놀던 산도 반이나 깎여 나가고 없어졌다. 둑을 막으려면 막대한 흙과 골재가 필요했었는데, 그것을 구하기 위해 산을 무너뜨린 것이다. 결과적으로 추억이 서려 있던 옛 고향의 정취는 사라지고 삭막한 모습만 남았다.

더 놀라운 것은 그 섬의 갯벌에는 맛살이 참 많이 났었는데, 둑을 막고 난 후 그 해 겨울을 지나고 났더니 맛살이 거짓말처럼 하나도 없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망둥어 낚시도 재미있었는데, 이제는 입질도 잘 하지 않는다고 한다. 조력발전소를 세우면서 그래도 지금은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시화호는 죽은 바닷물로 시커멓게 변했다. 거기서 잡히는 물고기들은 먹기가 겁이 난단다. 시화공단에서 흘러나오는 폐수로 중금속에 오염되었을 것이라는 심증이 있기 때문이다.

경제학자들은 갯벌에서 나오는 수익과 바다를 막아 땅을 만들었을 때의 수익을 계산해 본다. 개발론자들은 당장 얻어지는 수익에 초점을 둔다. 반대로 가능하면 환경을 보존하자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은 장기적으로 얻어지는 수익에 초점을 둔다. 결과는 무엇일까? 우리가 오래 전부터 삶의 터전으로 삼았던 생태환경을 보존할 때에 얻어지는 장기적인 수익이 더 크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왜 개발론자들은 포기하지 않을까? 그 이유는 간단하다. 개발한 자들에게 당장 큰 이익을 가져다 주기 때문이다. 갯벌을 의지해서 대대로 자자손손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보상비 외에는 없다. 그리고 그 곳을 떠나야 한다. 약간의 보상을 받고 대대로 살아오던 생산의 터전을 떠나 새로운 삶의 터전을 개척해야 한다. 자녀들에게는 당연히 보장되어 있던 생산의 터전은 없어진 것이다. 그들은 이제 냉엄한 초 경쟁사회를 헤쳐 나가야 한다.

하나님께서는 스스로 지으신 세상을 우리에게 잘 보존하고 가꾸라고 맡겨 주신 것이지 우리의 탐욕으로 취하라고 맡겨 주신 것이 아니다. 엄밀한 의미에서 우리가 살아가는 이 지구라는 삶의 터전은 우리 것이 아니라 하나님 소유다. 하나님의 소유를 우리 맘대로 뒤바꿔놓는 것은 또 다른 의미에서 보면 죄요, 태만이다. 하나님께서는 사람을 지으시고, 그 사람을 이끌어 에덴동산에 두어 그것을 경작하며 지키게 하셨다(창 2:15; 1:26~28)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노용찬 목사(라이프호프기독교자살예방센터, 빛고을나눔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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