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과 섞이질 못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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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과 섞이질 못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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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9.09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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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호프와 함께하는 ‘생명목회이야기’ (70)

“겉으로는 더없이 ‘잘나가는’ 듯 보였지만, 실제 그의 회사 생활은 전혀 그렇지 못했던 것 같다. 끝없는 실적 압박과 회사 내 파벌싸움에서 오는 시기·질투에 괴로워했지만 그에게 손을 내미는 이는 없었다. 부인과 두 자녀를 둔 가장이자 회사 내 최연소 임원으로 승진한, 성공했던 46살 가장은 결국 ‘군중 속의 고독을 느낀다’는 말을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법원은 그의 업무상 재해를 인정했다.”

위의 글은 2015년 9월 6일자 한겨레신문에 실렸던 기사의 일부이다. 사건은 2012년에 일어났지만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기까지 3년여의 시간이 흘렀다. 이 아무개 씨는 1989년 카이스트 졸업과 동시에 엘지그룹 계열사에 입사한 것을 시작으로 승진을 거듭해 평균보다 4~5년 이른 44살의 나이에 회사 내 최연소 상무가 됐던 사람이다. 그러나 끊임없는 경쟁과 업무 스트레스, 다른 사원들의 견제와 시기와 질투 가운데 지인에게 ‘군중 속의 고독을 느낀다’는 문자를 보내기도 했다.

그러던 중 그는 2012년 8월10일 처남에게 ‘우리 아이들과 처를 잘 부탁한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낸 뒤 이른 아침 아파트 옥상에서 투신했다. 유족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유족급여 및 장의비부지급처분 취소 소송을 냈고, 서울행정법원은 “이씨가 극심한 업무 스트레스로 우울증세가 악화돼 정상적인 인지능력이 저하된 상태에서 자살에 이르게 된 것으로 보인다”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지난 6일 밝혔다.

경우는 다르지만, 신문기사를 읽으면서 언젠가 인터넷 상담란에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자신을 비관하면서 올린 상담글이 떠올랐다.

“전 항상 혼자였습니다. 너무 은혜가 되고 존경하는 목사님이 계신 교회에서 공동체생활을 하고도 싶었지만, 제가 사람들과 잘 섞이지 못하는 이유로 결국 사람들과 트러블이 생겨 그 교회를 떠나게 되었고, 그 이후로 방황도 많이 하다가 이제 또 다른 너무 좋은 교회를 만났고 제 곁에 소중한 몇몇 사람으로 인해 사랑을 배우고 또 하나님을 향해 더 많이 채워진 믿음으로 다시 공동체 생활을 시도해보고 싶지만, 겁이 납니다... 후우... 그런데 전 사람들과 너무 섞이질 못합니다. 사회적으로 넘 적응을 못합니다.”

이 청년은 사람들에게 거부당하거나 버림받는 것을 미리 불안해하고 두려워하고 있었다. 주변 사람들은 잘 대해주고 있는데도 스스로 자기 식으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결론 내리기를 ‘사람들이 자신을 싫어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군중 속의 고독은 많은 사람들이 느끼고 있다. 그것은 어쩌면 이 사회가 만들어낸 허상 때문일 수도 있다. 사회는 오직 성공과 업적을 원한다. 그러다보니 사람들은 자기가치를 자신이 이루어놓은 성공이나 업적, 그리고 그에 대한 주변 사람들의 평판에 의지하게 된다. 이러한 보상을 위해 지나치게 사람들에게 다가가고, 인정을 받으려 하고, 때로는 의존하려다가 오히려 주변 사람들에게 따돌림을 당하는 경우도 있다. 그럴 때 “거 봐! 이 사람들은 날 싫어하고 있잖아!” 이렇게 결론을 내리면서 사람들로부터 도망치려고 한다. 결국 사람들의 평가에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자신은 사람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아야만 가치 있는 존재라고 믿는 왜곡된 신념이 문제인 것이다.

자신에 대한 왜곡된 신념은 하나님의 절대적인 수용과 용서를 경험하는 것을 통해서만 치유될 수 있다. 신앙공동체인 교회는 어떤 조건 없이 받아들여지는 경험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사랑의 실천은 생명 자체를 사랑하고 존중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성경은 말한다. “자녀들아, 우리가 말과 혀로만 사랑하지 말고 행함과 진실함으로 하자”(요일 3:18).

노용찬 목사(라이프호프기독교자살예방센터. 빛고을나눔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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