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자의 장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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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자의 장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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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07.02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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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호프와 함께하는 ‘생명목회이야기’ (14)

자살한 사람의 구원에 대한 논쟁 이후에 나타나는 것은 ‘자살로 죽은 사람의 장례를 치러주어도 되는가?’이다. 중세의 관점에서 볼 때 구원 받지 못한 자, 또는 죄를 저지르고 회개하지 못하고 죽은 자의 장례를 교회에서 치러줄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은 현재 한국 교회에서 많이 사라지고 있으나 아직까지도 유효한 부분이 있다.

실제적으로 살펴보면 많은 교회들이 사인을 밝히지 않고 장례를 치르는 경우들이 가장 많다. 유가족이 숨기는 경우도 있고, 교회 차원에서 숨기는 경우도 있다. 그 사인을 공식적으로 밝힐 경우 교인들 중 문제 제기를 하는 사람이 나타나고 교회가 엉뚱한 논쟁에 휩싸이게 될까봐 두려운 것이다.

또는 적지 않은 경우 자살로 인해 죽은 사람의 장례를 피할 수는 없고, 담임목사는 피하고 부교역자를 시키는 경우도 있다. 심지어 전도사가 장례를 인도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면 담임목사도 그 죽은 이의 구원에 대해,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그가 천국을 갔는지, 지옥을 갔는지를 이야기하지 못하는 것인데, 이 부교역자는 무슨 말을 하겠는가.

이 문제는 상당히 심각하면서도 아이러니한 문제이다. 교회를 다니지 않는 사람이, 그가 동네사람이든 또는 교인의 가족이든, 죽고 교회에 장례를 의뢰하면 대부분 교회는 그 장례를 치러주는 것으로 알고 있다. 입장이 꽤 난처하기는 하지만 목회자들은 그 장례를 맡을 수 없다고 단호하게 말하는 법은 없다. 그런데 한 교회에서 함께 신앙생활하고 한 하나님을 믿었던 형제요, 자매가 자살로 인해서 죽으면 그 장례를 거부하는 것이다.

도대체 우리 가운데 그 어떤 사인으로 인해서 죽었던, 그 장례를 거부하는 경우가 있던가. 그런데 비록 그가 자신의 목숨을 스스로 끊는 큰 죄를 지었다고 해도 그의 모든 신앙생활과 교회 공동체 안에서 함께 했던 그 모든 과거를 부정하는 것이 가능할까. 아니 하나님은 정말 그를 저주 가운데 그냥 놔두셨을까. 이미 살펴본 바와 같이 구원은 하나님의 주권이다. 우리는 그의 은혜에 기대는 수밖에 없다. 우리가 장례를 치러줄 수 있는가의 판단도 결국 그 은혜의 범위 안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요즘처럼 대한민국에서 자살자가 많은 상황에서 교회는 자살자의 장례에 대한 논의를 해 놓아야 한다. 자살예방활동을 한다고 하기 때문에 가끔 받는 전화는 상담 전화 외에도, 교회에서 갑자기 자살한 사람이 생겼는데 장례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리고 장례 절차는 어떻게 꾸려 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문의이다.

많은 교회들이 대한민국 사회에서 자살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다는 이야기는 들어도, 그것이 우리 교회에서 일어날 것이라고는 생각을 안 한다. 그러다 직접 자살한 사람이 교회 공동체 안에 나타나면 우왕좌왕하게 된다.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자살은 이제 사회적 현상이다. 자살 예방과 함께 교회는 교회 안에서 나타나게 되는 자살자의 장례에 대해서 준비해야 한다. 그 때에 구원에 대한 판단 이전에 그가 그 교회 공동체의 한 일원이었고, 우리의 형제, 자매였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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