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신진화론은 교단 신학에 위배”…불붙은 ‘창조론 vs 진화론’ 논쟁
상태바
“유신진화론은 교단 신학에 위배”…불붙은 ‘창조론 vs 진화론’ 논쟁
  • 김수연 기자
  • 승인 2024.04.22 11: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신대 박영식 교수 징계로 시작된 ‘창조신학 논쟁’ 교계와 학계로 확산돼
서울신대 신학부 교수들 “유신진화론은 기성총회 창조신앙과 불일치” 성명
진보 기독교학회 “자연과학과 창조자에 관한 비판적 대화는 학문의 자유다”
보수 신학자들 “유신진화론은 성경의 역사와 대속사 부정, 교단 입장따라야”
사진=서울신대 전경.
사진=서울신대 전경.

서울신학대학교 교수 징계 사건으로 촉발된 창조론과 진화론 논쟁이 뜨겁다. 논란이 확산되자 서울신대 신학부 교수들이 우리 대학은 성결교회의 창조교리를 창조신학의 중심으로 삼는다. 유신진화론은 기독교대한성결교회가 고백하는 창조신앙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신학적 입장까지 발표해 관심을 모았다. 서울신대를 넘어 보수와 진보 기독교 학회 간 대립으로 이어지고 있는 창조론과 유신진화론 논쟁에 대해 살펴보았다.

도마에 오른 신학적 정체성
성결교단 신학에 위배 판단

서울신대 안에서 논란이 시작된 것은 이미 3년 전이다. 하지만 지난달 서울신대 법인이사회가 교원징계위원회에 박영식 교수에 대한 징계의결요구서를 보내고 최소 정직에서 최고 파면에 이르는 중징계를 주문하면서 박영식 교수를 구하기 위한 진보학회의 지지성명이 발표됐고, 이어 서울신대 신학적 입장과 보수 관점에서 창조론을 지지하는 학회가 잇달아 성명을 발표하며 대리전으로 확전되는 모양새다.

논란의 발단은 20219월 기성 모 지방회 감찰회 목회자들이 박영식 교수의 책 <창조의 신학, 2018>과 강의 내용을 문제 삼아 서울신대 측에 신학적 검토를 요청하면서다. 박영식 교수의 저서와 논문이 교단과 학교의 이념에 맞지 않고, SNS 등에서 유신진화론만을 옹호하고 창조과학을 사이비과학이라 칭하며 비판과 설전을 이어온 점을 지적했다.

서울신대는 같은 해 신학검증위원회를 구성했다. 그리고 2년여에 걸친 검토 끝에 최근 박영식 교수는 성경 해석과 신학의 방법론에 있어서 과학주의적 합리주의적 편향성을 보인다. 신학적으로 성결교회의 교리적 입장과 배치된다고 결론 내렸다. 법인이사회도 2022년 조사위원회를 꾸려 공정한 조사를 위해 박영식 교수로부터 서면 의견서를 받고 대면 질의 기회를 가졌다.

검증위는 박영식 교수는 2022신학적 고백과 반성이라는 자필 성명문을 통해 자신의 주장 가운데 내용적으로 오해를 살 부분이 있음을 인정하고, 복음주의 신학과 교단 신학 전통을 수용하고 해명하는 일에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2023년 박영식 교수가 발표한 <성결교회의 창조신학 구성을 위한 기초작업> 논문을 통해 약속이 성실히 이행되지 않음을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이를 보고받은 법인이사회는 올해 3서울신대 건학 및 교육 이념과 신앙선언문·사명선언문 위배 성실 의무 및 품위 유지 의무 위반 등을 이유로 교원징계위원회에 징계의결요구서를 제출했다.

박영식 교수 역시 지난 17일 기자회견을 열고 강하게 반박했다. 교단 100주년 사업으로 출간한 <성결교회신학> 집필에 참여하고, 성결교회의 창조신학을 위한 논문도 작성했음을 피력한 그는 성결교회가 보수복음주의, 근본주의, 문자주의를 배격하고 웨슬리안 사중복음에 기초한 유연한 신학을 전개해 온 정통성 있는 교단임을 잘 알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두 차례에 걸친 조사위원회와 신학검증 등이 성결교단이 다져놓은 포용적이고 복음적인 전통을 허물까 염려스럽다. 균형 잡힌 신학을 보수복음주의로 퇴행시키려는 시도가 아닐까 의심된다더 이상 성결교회의 전통과 서울신대의 학문성이 훼손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징계 철회를 요구했다.

학계서도 양 진영 첨예한 대립
유신진화론 기독교교리 위협


서울신대와 박영식 교수 사이 갈등의 핵심 쟁점은 창조론유신진화론간 대립이다. 그도 그럴 것이 특히 보수 신학계를 중심으로 그동안 유신진화론은 성경의 역사성과 권위를 약화시키고 과학과 신학을 타협시킨 이론이란 비판을 받아왔다.

창조론은 우주와 생명체의 기원을 창조주 하나님에게서 찾는다. 성경의 기록대로 태초에 하나님이 모든 생명체를 각 종류대로 독립적이고 어떠한 진화과정도 필요 없는 완벽한 상태로 창조하셨다는 것. 물론 창조론 안에서도 연대나 순서, 방법에 따라선 다양한 견해가 존재한다.

창조과학의 중심축을 이루는 즉각적창조론’, ‘젊은지구론의 경우 성경을 문자적으로 해석해 창세기 1장의 을 오늘과 똑같은 ‘24시간으로 본다. 성경 인물들의 족보와 연대를 바탕으로 지구의 나이는 6,000~1만년 가량으로 보고, 노아의 홍수가 전지구적으로 일어나 오늘날 지구의 지형을 이뤘다는 이론이다.

생명체의 각 종들이 하나님의 직접 창조에 의해 생겼다는 시각은 동일하지만, 창세기 1장의 상당한 기간으로 생각하고 현재까지 알려진 지질·물리·천체학적 발견을 감안해 지구의 나이를 수십억년으로 추정하는 점진적창조론’, ‘늙은지구론도 있다. 이 경우 노아의 홍수도 상당 기간에 걸쳐 이뤄졌으며 전지구적이라는 사실엔 동의하지 않는다.

이 밖에 지성을 가진 신적인 존재가 세상을 설계했다는 지적설계론도 있다. 지적설계론은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없는 틈에 불특정 지적설계자를 상정한 이론으로 비기독교인도 포용하고 있다.

이처럼 창조론의 스펙트럼은 무척 넓다. 박영식 교수가 지지한 유신진화론도 엄밀히 말하면 (진화적)창조론 중 하나지만, 생물의 진화를 하나님의 섭리로 받아들인다는 점에서 신학계에선 심각하게 경계해왔다. 유신진화론은 하나님의 창조를 믿기는 하지만, 과학계가 밝혀낸 진화론을 과학적 사실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유신진화론자들은 창세기 1~11장을 대개 은유로 해석한다. 아담은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된 최초의 인류가 아니며, 현생 인류는 영장류를 통해 진화돼왔고 지금도 진화 중이라고 말한다. , 인간이 나타나기 오래전부터 많은 생물들이 살았고, 죽었고, 멸종했다고 본다.

이 같은 관점에서 유신진화론은 기독교의 근본 교리를 흔든다. 성경은 분명히 최초의 인류 아담의 죄로 말미암아 세상에 사망이 들어왔다(5:12)고 기록한다. 그러나 유신진화론은 아담의 역사성을 담보하지 않고, 인류의 원죄와 예수 그리스도의 대속사를 부정하며, 나아가 성경을 신화적 이야기로 취급하는 전개로 흐르는 위험성을 내포한다.

유신진화론은 또 인간이 하나님의 형상과 성품을 닮은 존재라는 것, 그리고 진화의 어느 단계부터 구원을 받을 영혼으로 규정할지 등 풀어야 할 숙제가 산적해 있다.

물론 창조론이나 유신진화론 모두 과학적으로 100% 입증할 수 없다는 결점을 가진다. 서울신대도 어느 특정한 하나의 신학 이론을 전적으로 지지하는 태도는 올바르지 않다고 여긴다고 했다.

다만 우리 대학은 성경에 기초해 하나님의 창조가 예수 그리스도의 구속적 진리를 준비하고 드러내는 은총의 행위임을 주장한다현대 과학의 발전이 전통적인 성경의 이해와 기독교 신앙고백을 더욱 풍성하게 해줘야 할 과제를 안고 있지만 과학이 기독교 신앙이 강조하는 구속의 주제를 불명확하게 해선 안 된다고 명확히 선을 그었다.

서울신대 신학검증위도 박영식 교수는 창조과학자들과 지적설계론자들의 공헌을 거부한다. 그의 창세기 해석은 하나님의 무로부터의 창조, 6일간의 창조, 창조의 순서, 아담과 이브의 역사적 실존성, 하나님의 형상 부여 등 성경이 가르쳐온 역사성을 상실하게 만든다이는 하나님의 전능성 등을 주장하는 개신교 복음주의와 성결교회가 창조에 대해 교리적으로 고백하는 신조들을 거부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학문연구 자유와 교권 침해?

신학대특수성고려해야

이번 일이 외부로 알려지자 교계와 학계에서도 양 진영이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며 논쟁을 이어갔다.

(
)한국창조과학회는 유신진화론은 진화론에 대한 신학적 타협이며 과학적 사실이 아니다. ‘생물학적 진화나 빅뱅은 과학적으로 증명된 사실이란 신념에 기반해 성경에 기록된 창조를 진화론과 타협해 해석했다는 점에서 가설과 추론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무신론적 신념인 진화론과 다르지 않다고 했다.

이어 유신진화론의 주장처럼 수많은 유인원들 중 한 무리를 골라서 아담이 되게 하셨다면, 하나님의 형상대로 창조된 인간의 존엄성과 정체성은 사라진다. 성도들의 창조신앙을 훼손하고 변질시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박영식 교수와 함께 전국의 진보 성향의 조직신학자들과 연세대·숭실대·성공회대 기독교 교수 등 100여명은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반박에 나섰다.

이들은 박영식 교수의 창조신학은 창조자 하나님에 대한 교회의 신앙과 결코 배치되지 않는다. 오히려 자연과학 이론들과 진지하면서도 비판적으로 대화함으로써 창조자 하나님에 대한 신앙을 합리적으로 이해 가능하도록 변증하고 있다그가 사용한 자료들 모두 오늘날 전 세계 유수한 신학기관들에서 당연하게 사용되고 있다고 성토했다.

창조론과 진화론 논쟁은 학문의 자유를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가에 대한 신학자의 연구 범위로 확산됐다. 박영식 교수의 유신진화론을 옹호하는 조직신학자들은 서울신대가 교권을 침해한 것을 넘어 마녀사냥을 가하고 있다며 징계 철회를 적극 요구하고 나섰다.

조직신학자들은 설령 교단의 신학과 위배된다는 이유로 징계를 가하는 것은 학문의 자유가 보장돼야 할 지성의 전당인 대학에서 자행돼선 안 될 일이라며 징계 절차를 즉각 중단하고 사태의 재발 방지와 신학 연구 및 활동의 자유를 보장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라고 입을 모았다.

성공회대 신학과 교수회는 대학의 교원은 자유로운 연구와 토론을 통해 학문을 연마하고 발전시킬 의무와 권리가 있다. 대학은 이 같은 권리를 장려하고 보호할 책임이 있다고 유감을 표했다.

물론 학문 연구의 전당이자 배움의 상아탑인 대학에서 서로 다른 견해가 자유롭게 공존하는 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교단 직영의 고등교육기관이자 예비 목회자 및 사역자를 양성하는 곳에서 교단의 신학적 고백과 배치되는 이론을 주입시키는 것은 온당치 않다는 여론도 팽팽히 맞선다.

신학의 자유는 일반대학에선 허용될 수 있지만, 신앙고백 위에 운영되는 교단 신학교 테두리 안에선 절제돼야 한다는 것이다.

기독교학술원 김영한 원장은 일반 대학에선 창조론이든 유신진화론이든 얼마든지 학자의 학문적 소신에 따라 강의할 수 있다. 하지만 교단 신학대에서 교단의 신앙고백에 위배된 강의는 교단과의 계약 위반에 해당한다고 소신을 전했다.

그러면서 교단 목회자를 양성하는 신학교에서 교단의 신앙고백을 지켜 강의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학교법인과 교수의 약속이다. 교수들은 이 약속에 서명했고, 약정을 지키지 않았다면 대학이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기성 전 총회장을 역임했던 성락성결교회 지형은 목사는 "서울신대 교수들의 학문적 양심과 소신, 이사회 행정의 신중함과 정당성, 이미 외부로 확대된 여러 상황의 원만함이 절실하다. 우리 교단 외부에서 온통 얘기들인데 교단이 떠밀려서 개입하는 모양새가 될까 걱정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박영식 교수의 징계 여부는 오는 25일 결정된다

서울신대는 22일 기자회견을 열고 "신학대는 교단의 신학적 정체성을 보존하고 전수할 책임과 의무를 지닌다"고 강조했다.
서울신대는 22일 기자회견을 열고 "신학대는 교단의 신학적 정체성을 보존하고 전수할 책임과 의무를 지닌다"고 강조했다.

 

박영식 교수
지난 17일 연세대에서는 박영식 교수 징계의결 철회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