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신칭의에 ‘성화’ 더한 성령 충만한 실천가

인물로 보는 종교개혁 500년 ⑬ 존 웨슬리 손동준 기자l승인2017.12.06 16:18:04l수정2017.12.06 16:22l141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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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존 웨슬리의 초상화, 윌리엄 해밀턴, 1788년

존 웨슬리 (John Wesley, 1703~1791)
영국의 종교개혁가이자 신학자, 감리교회의 창시자로 널리 알려져 있다. ‘세계가 나의 교구’라는 구호를 외치며 한 손에는 성경을, 다른 한 손에는 사랑을 들고 민중 속으로 파고든 전도자다. ‘오직 믿음’으로 하나님의 인치심과 동시에 회심이 순간적으로 일어난다고 본 루터의 견해와 달리, 웨슬리는 ‘순간적’이고 ‘수직적’인 회심 이후에 종말을 향해 ‘수평적’으로 나아가며 하나님의 형상으로 변화되는 ‘성화’를 강조했다.

칼뱅보다 2세기 늦게 태어난데다 앞선 종교개혁자들과 신학적인 입장이 조금 달랐지만, 종교개혁을 다시 개혁한 인물로 꼽힌다. 성령의 도움으로 죄를 극복하고, 이를 통한 자유함과 능력으로 사회를 거룩하게 해야 한다고 믿었던 그의 신학은 감리교 뿐 아니라 성결교회와 나사렛교단, 오순절 등 많은 주류 개신교 교단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올더스게이트 체험
웨슬리는 영국 성공회 목사인 새뮤얼 웨슬리의 아들로 1703년 태어났다. 어머니 수잔나로부터 매일 성경공부와 기도훈련 등 엄격한 신앙교육을 받으며 자랐다. 11세부터는 6년간 런던의 차터하우스 스쿨에서 수도원교육을 받았다. 한창 감수성이 예민한 사춘기에 학교에 입학한 웨슬리는 수도원교육의 엄격한 과정 가운데서도 장학금까지 받으며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다.
 
이후 옥스퍼드대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크라이스트처치 칼리지를 졸업한 뒤 교수급 특별연구원으로 선발돼 10년 가까이 봉직했으며, 1737년 미국 조지아로 선교를 떠난다. 
 
선교지에서 만족할만한 결실을 얻지 못하고 영국으로 복귀한 그는, 실패로 인해 깊은 좌절에 빠진다. 그러나 우연한 기회에 영적인 대 변화를 체험하는데, 바로 ‘올더스게이트 체험’이다. 
 
1738년 5월 24일 저녁 웨슬리는 모라비안 교도들의 올더스게이트 집회에 참석해 로마서 강론을 듣던 중 큰 은혜를 체험하게 된다. 이 사건은 그에게 영적으로 일대 전환점을 가져다주었다. 말하자면 영적 무기력 상태를 극복하고 능력 있는 전도자로 변화된 것이다. 이 체험 후 웨슬리는 “세계가 나의 교구다!”라는 구호를 외치며 ‘한 손에는 성경을, 다른 한 손에는 사랑을’ 들고 힘 있게 복음을 전하게 된다. 
 
루터의 추종자 웨슬리
루터교 경건주의라 할 수 있는 모라비안과의 접촉은 웨슬리로 하여금 루터에 대한 관심을 고조시켰다. 런던에서 만난 모라비안 목사 피터 뵐러와 나눈 대화를 통해 웨슬리는 ‘믿음으로 말미암은 칭의’라는 루터의 사상에 더욱 몰입하게 된다. 특히 올더스게이트 체험 당시 웨슬리가 말하는 “이상하게도 뜨거워지는” 심령의 체험 역시 루터가 로마서 주석 앞에 쓴 서문을 읽으면서부터 시작됐다.
 
올더스게이트 체험 이후 쓴 일기에서 그는 “그곳(올더스게이트)의 사람들은 루터의 로마서 서문을 읽고 있었다. 저녁 8시 45분쯤 되었을까. 그 모임의 리더가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일어나는 마음의 변화에 대해 설명하는 동안 이상하게도 나의 심령 깊은 곳에서 뜨거워짐을 느꼈다. 나는 그 순간 그리스도만을 나의 구주로 신뢰하게 되었고 그리스도께서 나의 죄를 사하시고 죄와 사망의 법에서 구원했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고 회고했다.
 
이를 기점으로 웨슬리는 루터의 충실한 지지자가 됐다. 올더스게이트 체험 후 약 한 달 뒤인 1738년 6월 18일 옥스퍼드의 성마리아 교회에서 웨슬리는 루터가 말한 구원론의 핵심을 설파한다. 웨슬리는 이를 ‘위대한 구원’이라 칭했는데, 위대한 구원이란 예수그리스도의 공로에 의해 값없이 주어지는 은혜를 말한다. 위대한 구원은 예수 그리스도의 보혈의 공로와 부활의 능력을 믿을 때 주어지는데, 그리스도의 은혜에 의해 하나님께서 죄인을 의롭다 여기시는 것(칭의)은 위대한 구원의 기초이기 때문이다. 웨슬리는 이 설교에서 루터에 대해 “만군의 여호와의 전사”라고 극찬하기도 했다.
 
▲아메리카 원주민 부족에게 설교하는 존 웨슬리.
“나는 온 세계를 나의 교구로 생각합니다. 이 말의 의미는 내가 세계 어느 곳에 가서 있을지라도 구원의 기쁜 소식을 기꺼이 들으려는 모든 사람들에게 선포하는 일이 온당하고 정당하며 나에게 허락된 의무라고 생각한다는 말입니다.”
 
루터의 개혁으로부터 한걸음 더 
루터의 충실한 추종자로 보이던 웨슬리는 옥외집회를 시작하던 1739년 무렵부터 다른 면모를 보이기 시작했다. 당시는 웨슬리가 루터의 추종자인 모라비안들과 극심한 갈등을 빚던 시기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루터가 쓴 갈라디아서 주석을 읽으며, 자신과 루터가 너무도 다르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 결정적인 이유가 됐다. 특히 성화에 대해 웨슬리는 루터와 견해를 달리 했다.
 
그는 훗날 루터에 대해 “오직 믿음으로 얻는 의에 관해서라면 그 누가 마틴 루터보다 더 좋은 글을 쓸 수 있겠는가. 그러나 성화에 관해서라면 그는 무지하고 개념적 혼돈에 빠져있었다”면서 “아무런 편견을 갖지 않고 그의 갈라디아서 주석을 주의 깊게 읽기만 하면 그가 성화에 얼마나 무지한가를 광범위하게 확인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감신대 총장을 지낸 박종천 교수는 “웨슬리 신학에서 구원은 ‘회개’라는 현관을 통해 ‘칭의’라는 방문을 거쳐 ‘성화’라는 방 안으로 들어가는 데서 완성된다”며 “위대한 구원을 가져오는 믿음은 ‘행함이 없는 죽은 믿음’이 아니라 ‘사랑으로써 역사하는 믿음’(갈 5:6)”이라고 설명했다. 우리가 의롭다 여김을 받아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확증을 얻는 것’은 온 세상을 새롭게 창조하시려는 하나님의 위대한 구원의 경륜에 의해 주어진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또 “웨슬리에 따르면 참된 구원은 하늘의 영역으로 도피하는 것이 아니라, 이 땅의 모든 사람과 온 생명에게 성결과 행복을 가져오는 새로운 탄생과 새로운 창조에 동참하는 데 있다”며 “그것은 나만의 구원, 나만의 행복으로 성립할 수 없고, 모든 사람과 온 생명을 향한 보편적인 구원과 보편적인 행복으로서의 위대한 구원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종교개혁의 개혁자 웨슬리
웨슬리는 기독교 전통 안에 있는 중요한 신학적 주제들을 비평적으로 연구하고 수용해 자신의 신학적 틀 안에서 새롭게 창조적으로 통합 내지 종합함으로써 목회적 현장 가운데 실천적으로 적용하는 능력이 매우 탁월했다.
 
이같은 이유로 웨슬리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웨슬리가 기독교 신학의 창조적 종합자로서 그 인전의 신학을 종합해 후대의 신학을 위한 토대를 형성했다고 평가한다.
웨슬리언교회지도자협의회 사무총장 양기성 목사는 “루터가 천주교의 타락 속에서 ‘믿음으로 구원’이라는 이치를 발견했다면 웨슬리는 성령 충만이 ‘구원의 완성’임을 알렸다”며 “루터의 ‘성자신학’과 칼뱅의 ‘성부신학’, 웨슬리의 ‘성령신학’이 종교개혁을 완성했다”고 평가했다.
 
성결대 김영택 교수는 “웨슬리 이전의 모든 신학은 웨슬리에게로 흘러들어 갔고, 웨슬리 이후의 모든 신학은 웨슬리로부터 흘러 나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웨슬리는 학문적인 신학자가 아닌 성경중심의 실천적 신학자였다”면서 “오직 성경을 강조하는 종교개혁신학과 성경의 권위 옆에 나란히 전통과 이성을 두는 영국성공회의 신학적 전통, 그리고 경험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경건주의 전통을 창조적으로 종합했다”고 설명했다. 
 
손동준 기자  djson@igood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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