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기획] 철저한 진단 없다면 한국교회를 ‘부검’하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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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기획] 철저한 진단 없다면 한국교회를 ‘부검’하게 될지도 모른다
  • 손동준 기자
  • 승인 2023.02.08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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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중기획 - 다시(RE) 세우는 한국교회② Restart의 시작 ‘진단’

과거의 방식에서 벗어나 새롭게 시작할 최적의 상황
쏟아지는 통계…정확한 진단 위한 과감한 시도 요구
교회의 본질인 ‘하나님 사랑’과 ‘이웃사랑’부터 살펴야
한국교회가 고수해야할 것은 무엇일까. 놓치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변화에 앞서 정확한 진단이 요구된다. 새롭게 출발하는 2023년이 되기를 바라며 연중기획 ‘다시(RE) 세우는 한국교회’를 시작한다.
한국교회가 고수해야할 것은 무엇일까. 놓치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변화에 앞서 정확한 진단이 요구된다. 새롭게 출발하는 2023년이 되기를 바라며 연중기획 ‘다시(RE) 세우는 한국교회’를 시작한다.

“문을 닫은 대부분의 미국 교회들은 한두 가지 시끄러운 사건으로 문을 닫은 것이 아니었다. 대부분은, 아니 사실상 내가 조사한 모든 교회에서의 문제는 점진적인 쇠퇴였다. 그 교회들이 현실을 직시하고 하나님의 능력으로 상황을 반전시켰다면 부검은 필요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 교회들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 이유로 인해 우리는 죽은 교회들을 조사해 보아야 한다.”

지난해 말 한국에 번역된 미국의 교회 연구가 톰 레이너의 책 ‘죽은 교회를 부검하다’(두란노)의 한 대목이다. 톰 레이너는 책에서 “미국에만 10만 개의 교회가 죽음으로 향하는 징후들을 보인다”고 강력하게 경고한다. 그는 죽어간 교회들의 전철을 밟지 않기를 바라며 자신이 분석한 14개의 문 닫은 교회에서 공통으로 나타난 ‘죽음의 길’을 독자들에게 제시한다. 

저자는 △점진적인 쇠퇴 △과거의 영광에 사로잡힘 △지역 사회를 외면 △탐욕 △지상 대 명령 망각 △취향이 이끄는 교회 △목사의 잦은 교체 △기도 생활 부재 △사라진 비전 △교회 시설을 둘러싼 갈등 등 10가지를 ‘죽은 교회’들의 사인으로 정리했다. 특히 첫 번째 사인인 ‘점진적인 쇠퇴’는 한국교회에도 많은 시사점을 던진다. 책에 등장하는 교회들은 아무도 알아채지 못할 만큼 서서히 쇠퇴했다. 그들은 ‘좋았던 옛날’ 속에 살며 한사코 변화를 거부했다. 

오늘날 한국교회의 상황이 책에 나오는 미국의 교회들처럼 ‘부검’이 필요한 수준이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여러 지표와 징후들을 보면서 서구 교회들의 전철을 밟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고개를 든다. 마침 코로나라는 길었던 그림자가 한 발짝 물러나면서 교회마다 중단했던 오프라인 사역을 ‘다시’ 시작하는 시점이다. 과거의 하던 방식을 탈피하고 ‘새롭게 시작’하기에 다시 없을 최적의 상황일지도 모른다. ‘새로운 시작’에 앞서 한국교회가 ‘어디’에 서 있는지 부검에 준하는 진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먼저 우리를 알아야

갱신에는 반드시 자기 분석이 선행돼야 한다. 사실 한국교회의 상황을 직시하려는 노력은 제법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다. 1998년 ‘한국교회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이 한국 갤럽에 의뢰하여 발표한 ‘크리스천의 교회 활동과 신앙생활 분석’이 대표적이다. 이밖에도 지난해 본 기자에게 전달된 새로운 통계 자료만 10개가 넘는다. 진단을 위한 ‘막대한 투자’라고 말해도 무방할 정도다.

‘마케팅’이나 ‘경영학적 접근’도 여러모로 이뤄지고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선교적 교회’로 자리매김한 온누리교회는 경영학적 접근으로 효과를 톡톡히 본 대표적인 사례다. 고 하용조 목사가 담임하던 시절, 온누리교회는 목회기획팀을 주축으로 월마다 ‘SWOT 분석’을 실시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강점과 약점, 기회, 위협(Strengths, Weaknesses, Opportunities, Threats)을 뜻하는 영어단어의 첫 글자를 딴 ‘SWOT 분석’은 여러 기업경영 기법 중에서도 ‘고전’으로 통한다. 말 그대로 강점과 약점, 기회와 위협이라는 기준으로 조직 내외의 긍정적인 요인과 부정적인 요인을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데 효과적인 도구로 잘 알려져 있다. 당시 온누리교회는 교통과 주차 혼잡(약점)으로 인근 주민의 불만(위협)이 많아지자 교회를 소그룹화하고 지역별 예배를 신설했는데, 이때도 SWOT 분석이 활용됐다. 

일각에선 ‘수익창출’을 목표로 하는 기업의 방법론을 교회에서 사용하는 것을 두고 ‘세속적’이라며 비판하기도 하지만, ‘마켓’이라는 단어 속에 ‘내가 가진 가치를 나누고 교환하는 곳’이라는 뜻이 담겨 있음을 생각하면 덮어놓고 반대만 할 일은 아니다. 

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대학교 김선일 교수(전도학)는 “마케팅이나 경영학도 결국에는 ‘인간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한다”며 “그런데 교회에서는 ‘인간의 필요’에 다가가려는 접근을 죄악시하는 경향이 있다. 복음의 가치를 더 많은 이들에게 전하기 위해서도 인간에 대한 이해, 교회 스스로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한국교회의 SWOT을 분석했다. 한국교회의 가장 큰 강점으로는 ‘부흥의 경험’을 간직한 ‘젊은 집단’이라는 점을 꼽았다. 그는 “교회의 고령화를 우려하는 이들이 많지만 타 종교와 비교하면 한국교회는 아직 젊은 집단”이라며 “교회에는 여전히 부흥의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많고, 젊은이들의 종교 가운데 1위가 개신교”라고 설명했다. 

개신교의 ‘약점’으로 자주 언급되는 ‘개인주의적 특징’이나 갈수록 개인주의가 만연하는 사회에 대해서는 ‘위기’인 동시에 ‘기회’로 꼽았다. 김 교수는 “개신교는 하나님과 나와의 관계, 개인의 결단 및 고백을 강조한다. 민족이나 혈통에 따라 개인을 도매금으로 취급하지 않고 개개인이 하나님을 믿으면 하나님의 사람이 되는 개인의 정체성을 높게 보는 종교”라며 “팀 캘러가 말한 것처럼 개신교의 이런 특징은 자신만의 독특성을 찾는 세대에게 강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세상적인 방법이라고?

SWOT 분석 외에도 ‘BCG메트릭스’, ‘STP 전략’, ‘3C’, ‘4P’ 등 기존에 경영학에서 사용하는 기법 가운데 교회가 복음전파를 위해 차용할 만한 요소가 있다면 얼마든지 활용할 가치가 있다. 물론 그 적용에 있어서 교회가 추구해야 할 가치는 ‘이윤 추구’가 아닌 ‘복음’이어야 한다.

1700여 교회와 목회자를 상대로 컨설팅을 진행해온 목회컨설팅연구소 김성진 소장은 “목회야말로 ‘설교’라는 인문학적 접근뿐 아니라 ‘경영’이라는 사회과학적 접근이 필요한 분야”라고 말했다. 컨설팅 과정에서는 ‘효율’이나 ‘효과’, ‘선택’ 등의 용어가 사용되곤 하는데, 교회에선 그 말을 쓰면 큰일 나는 것처럼 반응하는 이들을 만나곤 한다. 그러나 김 소장은 “하나님이 주신 물질을 지혜롭게 사용한다는 말과 교회 재정을 ‘효율적’으로 쓴다는 말은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예배당을 건축할 때도 ‘믿음으로만’ 하면 되나요? 견적 받고 네고(협상)하고 사정보정하고 다 해야죠. 이런 것들이 다 교회를 ‘경영’하는 행위입니다. 우리가 이미 다 하는 것들인데 단어 몇 마디로 ‘세상의 방법’이라며 죄악시한다면 그것은 이율 배반이고 모순입니다.”

김 소장은 더 나아가 “개 교회를 넘어 한국교회 차원에서도 ‘컨설팅’이 필요하다”며 “코로나를 지나면서 교회가 ‘독선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심하면 ‘혐오감’을 느낀다는 사람들까지 있다. 교회도 세상이 말하는 ESG 경영(environmental, social and corporate governance, 환경, 사회, 기업 지배구조의 약자)이나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단 교회가 ESG 경영이나 CSR 등을 강조할 때 그 지향점은 ‘전도’가 아닌 ‘소통’에 맞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의 정재영 교수(종교사회학)는 사회과학에서 사용하는 용어 ‘라포’(사람과 사람 사이에 생기는 상호신뢰 관계)를 언급했다. 정 교수는 “우리는 그동안 전도의 대상으로만 사람들을 바라보고 인격적 관계보다 복음으로 굴복시키려다 실패한 측면이 있다”며 “전도든 구제든 상대방과의 신뢰 관계가 중요하다. 라포가 형성되지 않고서는 의미가 없다”고 했다. 

정 교수는 또 “지금껏 우리가 봐 온 세계관, 이웃에 대한 관점이 조정되지 않는다면 아무리 이웃을 위해 봉사하고 투자를 한다고 해도 교회를 향한 신뢰도가 호전되기는커녕 세상과 진정한 소통을 할 수 없을 것”이라며 “한국교회를 진리로 다시 한번 ‘리빌딩’ 하려면 그 첫 시작은 교회의 본질인 ‘하나님 사랑’과 ‘이웃사랑’으로부터 교회가 얼마나 멀어져 있는지 점검하는 것부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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