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기획] 진리로 다시 한 번… 한국교회 리빌딩을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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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기획] 진리로 다시 한 번… 한국교회 리빌딩을 말하다
  • 한현구 기자
  • 승인 2023.02.06 09:1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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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RE) 세우는 한국교회 (1)

덩치는 큰데 알맹이가 없다. 풍선처럼 크게 부풀어 있으나 정작 속을 들여다보면 텅 빈 공기뿐이다. 요즘 말로 표현하자면 거품이라는 한 단어로 요약된다. 1980년대 놀랄만한 속도로 성장했던 일본의 버블 경제가 그랬다. 1988년 당시 세계 20대 기업 중 자그마치 16개 기업에 일본 국기가 걸려 있었다. 1위 였던 일본의 통신기업 NTT의 시가총액은 2IBM3배가 넘었고 일본 한 나라의 GDP가 나머지 아시아 국가 전체 GDP의 합보다 컸다. 하지만 이내 거품이 붕괴되며 바닥없는 붕괴를 경험했다. 허상이 무너지고 난 뒤의 시간은 잃어버린 10년이라 불렸다.

지난해 개신교는 대한민국에서 제1종교 자리를 차지했다. 종교인구 통계가 집계된 이래 개신교가 불교를 뛰어넘는 것은 처음 있는 일. 쾌재를 부를 만도 한데 어딘가 뒷맛이 쓰다. 종교를 가진 이들 중에는 가장 많은 수라곤 하나 집계된 개신교 인구는 20% 가량. 사실상 대한민국의 종교 생활 비율 1위는 51%가 응답한 종교 없음’, 즉 무종교가 차지하고 있다. 1종교라는 거품뒤에 무종교 비율이 국민 절반을 넘어서고 다음세대가 사라지는 한국교회의 현실과 일본의 버블 경제가 겹쳐 보이는 것은 기우일까.

한국교회 역시 1980년대를 즈음해 폭발적인 성장을 이뤘다. 별을 찾기 힘든 서울의 밤하늘 대신 도시를 뒤덮은 새빨간 십자가 불빛이 낮은 우주가 되어 서울의 밤을 수놓았다. 기독교인들이 정재계 및 예능과 스포츠 각 분야에서 영향력을 뽐냈고 결국에는 대한민국 제1종교의 자리에까지 올라섰다. 하지만 거품 뒤에 가려진 현실은 어떨까. 교회가 국민들에게 받는 신뢰도는 단 18.1%에 불과하고 호감도는 가톨릭과 불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교회 집단과 목사가 미디어에서 부패의 상징으로 그려지는 것은 이제 단골소재다. 이대로 가다간 잃어버린 10이 한국교회의 미래를 수식하는 단어가 될 지도 모를 일이다.

이제는 받아들여야 한다. 가장 개혁이 시급한 곳은 다름 아닌 우리, 개혁교회(Reformed Church)라는 사실을. 당장 지금부터라도 교회가 다시 태어나(Reborn) 본질로 돌아가(Return) 복음으로 재무장(Rearmament)해야 한다. 세상의 돈과 권력의 유혹을 단호히 거절(Reject)하고 낡은 제도를 과감히 갱신해(Renewal) 하나님이 주인 되시는 교회를 다시 세워야(Rebuilding) 한다. 올해 연중기획 방향을 한국교회 리빌딩으로 설정한 기독교연합신문은 이 모든 단어를 관통하는 하나의 키워드, ‘Re’에 주목했다.

 

Re : 다시

‘Re’라는 단어는 다시, 반복, 되돌림을 의미한다. 되짚어보면 가톨릭에서 반발해 개신교가 탄생하게 된 출발점도 바로 ‘Re’에 있었다. 면죄부 판매와 성상 숭배, 사제들의 타락이라는 혼탁함 속에서 다시성경으로, ‘다시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으로 돌아가려는 몸부림이었던 것이다. ‘개혁교회는 항상 개혁되어야 한다는 유명한 문구처럼 사실 개신교 신앙과 ‘Re’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기사를 준비하며 생각보다 많은 단어들이 Re라는 접두사를 가지고 있음에 놀랐다. 물론 그 모든 단어가 다시라는 의미를 포괄하고 있지는 않지만 한국교회에 개혁과제를 제시하고 시급한 이슈를 꿰뚫는 여러 단어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본지는 앞으로 1년 동안 ‘RE’라는 키워드로 연결된 단어들을 중심으로 한국교회에 필요한 리빌딩 방향을 짚어갈 예정이다. 이번 주는 가장 핵심적인 단어들을 선정해 조명해봤다.

 

Rebirth : 중생

오늘날 한국교회에 나타나고 있는 수많은 문제들은 본질로 돌아가지 않은데서 기인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부와 권력의 집중으로 인한 부패와 타락, 성령 안에서 하나 되지 못한 분쟁과 갈등, 사회와 단절된 소통의 부재가 바로 그렇다.

예수님은 어떻게 구원에 이를 수 있냐고 묻는 니고데모의 질문에 다시 태어나야 한다고 단호하게 대답하셨다. 다시 태어남은 죄로 물들었던 옛사람을 죽이고 오직 예수 그리스도를 구주로 모시는 새사람으로 살아야 함을 의미한다. 중생은 교회에 찾아온 새신자들에게만 필요한 교리가 절대 아니다. 한국교회의 리빌딩을 위해서도 가장 먼저 필요한 작업이 악습을 버리고 다시 태어나 본질로 돌아가는 중생이다.

 

Remind : 상기시키다

20명의 교계 학자들과 목회자들이 모여 한국교회 개혁의 20가지 핵심과제를 제시한 책 한국교회, 개혁의 길을 묻다에서는 가장 먼저 한국교회 문제의 근본으로 신학적 빈곤을 꼽는다. 왜곡된 기복주의 신앙을 맹신하는 분위기 속에서는 윤리의 부재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한국교회의 빈곤은 비단 신학적 소양에서만 그치지 않는다. 한국교회의 배가 점점 불러오는 동안 잃어버린 신앙의 유산들이 너무도 많다. 새벽같이 산에 올라 목소리가 나오지 않을 때까지 부르짖었던 기도의 영성, 이 좋은 소식을 전하지 않고는 배길 수 없었던 전도의 열정이 다시 기억돼야만 한다.

 

Reply : 대답하다

국민일보와 사귐과섬김 부설 코디연구소가 지난해 실시한 조사에서 각 종교를 상징하는 단어가 무엇인지 물었다. 가톨릭을 상징하는 단어로는 도덕적’, ‘헌신적’, ‘희생적, 불교를 상징하는 단어로는 포용’, ‘상생’, ‘친근을 꼽았다. 그런데 개신교를 바라보는 시각은 썩 유쾌하지 않다. 국민들은 개신교를 상징하는 유일한 핵심단어로 배타성을 지목했다.

가톨릭의 사제들과 수녀들은 수도원에서 세속과 단절된 영성을 추구했지만 개신교는 그렇지 않다. 우리 주님도 제자들을 세상 속에 보내시며 세상의 소금과 빛이 되라 하셨다. 세상에 파송받은 교회는 사회의 물음에 진리로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절망 속에 신음 하는 약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Retire : 은퇴·철수하다

한국교회 영광의 시기를 견인했던 한 세대가 저물어 간다. 교회를 섬기고 선교지에서 헌신했던 목회자와 선교사들이 은퇴 러시를 시작한 것도 한국교회가 풀어야 할 숙제 중 하나다. 벌써부터 은퇴 예우 문제 및 원로목사와 담임목사의 갈등으로 잡음이 들리는 곳이 많다. 건강한 리빌딩을 위해선 은혜로운 은퇴 프로세스와 사후관리가 필요하다.

선교사들의 경우 코로나 팬데믹 시기를 지나며 원하지 않았음에도 사역지에서 철수하게 된 이들이 많다. 이들이 현장에서 쌓아온 노하우와 언어의 강점, 선교의 영성을 활용할 수 있도록 적재적소에 재배치하는 일은 중요한 과제다.

 

Recycle : 재활용

기후위기는 우리의 예상보다 더 빠르고 광범위하게, 그리고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런 상황을 교회도 지켜만 보고 있을 수는 없다. 수천에서 수만명의 성도가 출석하는 중대형교회는 물론 동네 곳곳에 있는 교회들이 실천에 나선다면 사회에 상당한 파급력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 9월 각 교단 정기총회에서 기후환경 관련 성명을 채택하고 연구를 결의한 교단이 많아진 것은 그나마 다행스런 일이지만 선언은 시작에 불과하다. 개교회에서 실천적인 움직임이 뒤따라오지 않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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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en 2023-02-07 14:41:51
온전한 종교 세상이 도래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