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기획] 당신 안에 전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복음이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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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기획] 당신 안에 전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복음이 있습니까
  • 손동준
  • 승인 2023.03.22 13: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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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중기획 - 다시(RE) 세우는 한국교회⑧ Result-삶의 결과로 나타나는 전도

크리스천 60%, “전도의 경험 전혀 없다” 응답
‘좋은 전도’가 무엇인지 말하기에 민망한 수준
‘보상’ 앞세운 ‘저차원 영업전략’ 방식 지양해야
전도는 연중행사가 아니라 삶 속에 자연스럽게 흘러넘치는 복음의 결과여야 한다. 수에 집중하는 ‘전도왕 경쟁’은 복음의 본질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바람직하지 않다.
전도는 연중행사가 아니라 삶 속에 자연스럽게 흘러넘치는 복음의 결과여야 한다. 수에 집중하는 ‘전도왕 경쟁’은 복음의 본질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바람직하지 않다.

가족 채팅방에 사진이 한 장 올라왔다. 형과 형수가 주말에 마라톤 대회에 참석한 뒤 남긴 ‘인증샷’이었다. 지난여름부터 러닝을 시작한 형님 내외로 인해 본가 카톡방에 ‘달리기 열풍’이 분지도 벌써 반년 가까이 지났다. ‘달려보니 너무 좋더라’는 ‘간증’으로 시작해 넌지시 함께 달리기에 동참하자는 ‘전도’가 이어졌다. 

십여 년을 운동 없이 살았던 터라, 처음 달리기 권유를 받았을 때는 콧방귀도 뀌지 않았다. 그런데 “살이 빠진다, 아침에 일어나는 게 다르다”는 달콤한 회유에 이어 집까지 찾아와 러닝화를 선물하는 열정에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거기에 초보자들의 달리기를 도와주는 ‘애플리케이션’까지 함께 스마트폰에 설치해주니 더는 빼기 어려웠다. 

이미 형님 주변의 많은 이들이 함께 달리기를 시작한 상태였다. 애플리케이션을 켜면 누가 어느 날 얼마만큼 뛰었는지 서로 확인할 수 있었다. 애플리케이션의 안내를 따라 하루하루 가다 보니 어느새 우리 부부도 ‘30분 달리기’가 가능한 러너가 되어있었다. 아내는 영하의 날씨에도 달리러 나갈 정도로 푹 빠졌고 나는 주변 동료들에게 ‘달리기’를 권하고 다닌다. ‘이 좋은걸’ 안 하고 버티는 동료들을 보면 답답해 미칠 지경이다. 나 좋자고 하는 소리가 아니고 당신 좋으라고 하는 소리인데도 영 안 먹힌다. 오죽하면 러닝화라도 하나 사서 쥐여줘 볼까 하는 생각까지 든다. 

문득 ‘달리기’를 권하는 것과 복음을 전하는 것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내 안에 ‘너무 좋은 복음’, ‘너무 좋은 예수’, ‘너무 좋은 신앙생활’을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열망이 있는지 냉정하게 들여다봤다. 전도가 어려운 여러 가지 분석이 있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전도를 하지 않는 것’이다. 복음이 너무 좋고, 예수가 너무 좋고, 신앙생활이 너무 좋아서 자기 안에만 가둬두기에 벅찼던 시간이 아예 없거나, 혹은 유물처럼 기억 속에 꼭꼭 숨겨두어 빛이 바래 버린 크리스천들. ‘가서 제자 삼으라’는 교회가 마땅히 따라야 할 이 명령이 철회되기라도 한 걸까. 전도하지 않는 교회에게 ‘천만 기독교인’, ‘한국의 제1 종교’라는 수식은 허상에 불과하다.

 

전도하지 않는 문제

“예수께서 나아와 말씀하여 이르시되 하늘과 땅의 모든 권세를 내게 주셨으니 그러므로 너희는 가서 모든 족속을 제자로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베풀고 내가 너희에게 분부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라 볼지어다 내가 세상 끝날까지 너희와 항상 함께 있으리라 하시니라”(마 23:18~20)

다시 말하지만, 전도는 명령이다. 자신의 증인이자 제자이자 친구인 크리스천들을 향해 예수가 전하는 절절한 지시다. 심지어 우리는 사도 바울이 고백한 것처럼 ‘예수의 종’을 자처하는 사람들이다. 그런 우리는 주인의 요구를 얼마나 충족하며 살아가고 있을까. 지난 2017년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가 실시한 ‘2017 한국사회 주요 이슈에 대한 기독교인 의식조사’(개신교인 1000명을 대상)에서 응답자의 60.1%는 ‘전도해본 경험이 전혀 없다’고 답했다. ‘전도해서 교회에 출석시켜 본 경험’도 고작 13.9%로 1998년 조사에서 나타난 28.5%에 비해 크게 줄었다. 

이렇게 된 까닭은 뭘까. 지난해 11월 목회데이터연구소가 실시한 ‘30·40세대의 신앙 의식과 생활 실태 조사(전국의 만30~49세 남녀 700명을 대상)에 그 실마리가 담겨 있다. 한국교회가 어느 정도 부흥을 이룬 뒤에 태어난 이들 세대는 4명 중 3명(39%)이 부모 손에 이끌려 신앙생활을 시작한 이른바 ‘모태신앙’이었다. 자신의 신앙 단계를 묻는 문항에서는 ‘하나님을 믿지만, 그리스도는 잘 모르겠다’는 응답이 34%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대학교의 김선일 교수(전도학)는 “한국의 기독교인들 가운데 모태신앙의 비율이 늘면서 ‘가족종교화’ 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모태신앙인의 경우 성령께서 그를 변화시켜 새 삶을 살게 된 경험이 비교적 적은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또 “이런 상황에서는 자신이 기독교인이라고 해도 복음이 뭔지 잘 모르고 복음에 대한 확신도 없다. 자연스럽게 뭘 전해야 할지도 모르게 된다”면서 “여기에 기독교의 대사회적 이미지가 하락함에 따라 복음을 전할 자신감이 사라지고 위축되는 경향까지 더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도는 도구가 아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교인들을 전도자로 변화시킬 수 있을까. 단순히 ‘전도하라’는 가르침으로는 부족하다. 하물며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중시하고 ‘의미’를 중시하는 MZ세대는 더욱 동참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한다. 김선일 교수는 “전도가 일어날 수 있는 문화 또는 집단의 습관이 형성되어야 한다”며 “교회는 세상과 다른 대조적인 생활양식과 문화를 공유하고 있어야 하고, 그런 습관을 형성해주는 공동체여야 한다. 이런 메시지들이 교회 지도자들을 통해 반복적으로 선포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타인을 향한 돌봄과 관심과 환대가 교회의 습관이 될 때 좋은 관계가 쌓이고 전도로 이어질 수 있는 토양이 조성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런 차원에서 과거 한국교회가 많이 활용했던 ‘전도왕 경쟁’은 철저하게 지양할 필요가 있다. 아직도 일부 교회의 교육부서에서는 사람을 ‘많이 데려온’ 학생에게 ‘보상’으로 경품을 주곤 한다. 그러나 이런 방식은 ‘교회에 데려오는 데까지만’ 집중하게 하고, 전도가 보상을 위한 도구로 오용될 가능성이 크다. 교육의 방편이라고 하기에도 복음의 본질을 훼손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 시중의 마케팅 관련 서적에서도 ‘선한 의지’와 ‘진정성’을 중요한 가치로 여기는 시대다. 영혼보다 숫자에 집중하는 ‘저차원의 영업전략’에 이런 것들을 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김선일 교수는 “이런 방식으로 교회의 덩치를 불리는 것이 교회의 건강성과 사회적 영향력에 긍정적인가를 생각하면 금방 답이 나온다”면서 “전도의 궁극적 목적은 교회로만 사람을 데려오는 것이 아니고 그리스도의 제자로 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또 “가장 중요한 점은 크리스천 개개인으로 하여금 복음이 얼마나 우리의 삶을 변화시키는가, 우리의 삶에 얼마나 큰 기쁨인가를 발견하도록 이끌어내는 것”이라면서 “복음에 대한 이해와 확신이 바탕이 되면, 누가 강조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교인들의 삶 곳곳에서 전도가 일어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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