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기획] 한국교회, 잘못 쏜 슛을 '리바운드'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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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기획] 한국교회, 잘못 쏜 슛을 '리바운드' 하라
  • 손동준 기자
  • 승인 2023.02.14 22: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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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중기획 - 다시(RE) 세우는 한국교회③ Rebound를 처방하다

교세 가장 큰 개신교, 가장 인정 못 받는 이유는?
진단의 다음 단계로 정확한 ‘처방’이 매우 중요
농구 만화 ‘슬램덩크’가 다시 유행이다. 원작의 주인공 강백호의 주특기가 바로 ‘리바운드’다. 강력한 리바운더가 있는 팀은 첫 번째 슛이 득점으로 연결되지 않았다고 좌절할 필요가 없다. 떨어지는 공을 다시 잡기만 하면 반드시 다음 기회가 찾아온다. 한국교회를 다시 세우는 리바운드가 필요한 시점이다.
농구 만화 ‘슬램덩크’가 다시 유행이다. 원작의 주인공 강백호의 주특기가 바로 ‘리바운드’다. 강력한 리바운더가 있는 팀은 첫 번째 슛이 득점으로 연결되지 않았다고 좌절할 필요가 없다. 떨어지는 공을 다시 잡기만 하면 반드시 다음 기회가 찾아온다. 한국교회를 다시 세우는 리바운드가 필요한 시점이다.

“첫째, 교회는 심각한 상태를 인정하고 고백해야 한다. 대부분의 교회들은 자신의 상태를 인정하기를 거부한 끝에 죽음을 맞는다. 둘째, 교회는 무엇이든 필요한 조치를 취할 지혜와 힘을 달라고 기도해야 한다. 변화는 쉽지 않을 것이다. 셋째, 교회는 급진적인 변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솔직히, 이 부분에서 가장 큰 저항이 나타난다. 넷째, 그 변화는 ‘행동’과 ‘외부 초점’으로 이어져야 한다.”

미국의 교회 연구가 톰 레이너는 자신의 책 ‘죽은 교회를 부검하다’(두란노)에서 ‘매우 아픈 교회’의 리더들과 교인들을 향해 4가지 광범위한 해법을 제시한다. 그가 정의하는 ‘매우 아픈 교회’에서 나타나는 증상으로는 △지난 10~20년 사이에 나타난 수적 하락 △냉담과 극심한 갈등이 오래 지속됨 △지역사회에서의 낮은 존재감 △드문 새신자 △목사의 잦은 교체 △교인들이 자신의 교회를 자랑스러워 한 옛날이 매우 오래됨 등이다.

톰 레이너는 “교회가 매우 아픈 단계로 넘어간 뒤에는 악화의 흐름을 뒤집기가 극도로 어렵다”며 “교인들이 문제를 좀 더 일찍 발견했다면 회복이 훨씬 쉬웠을 것”이라고 진단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러나 진단은 시작에 불과하다. 오히려 정확한 ‘처방’과 이를 ‘이행’하기 위한 노력이 뒤따라올 때만 병든 교회가 죽음이 아닌 소생으로 전환할 수 있다. 이에 대해 톰 레이너는 “안타깝게도 매우 아픈 교회가 회복되는 경우는 드물다”며 “시간이 지나면 말기 단계에 접어들어 결국 죽는다. 교회들이 문을 닫을 때까지 이를 악물고 버티기 때문에 교회가 죽음에 이르기까지 그 시간 자체는 매우 길 수 있지만, 예배를 위해 문을 열고 있는 중에도 이미 교회가 아닌 상태가 된 ‘교회’가 많다”고 했다. 

 

만능처방은 없다

‘진단’의 다음 단계인 ‘처방’은 사전적 의미로 약을 정해진 대로 조제하기 위해 종이에 써서 알리는 것을 말한다. 최근에는 ‘운동 처방’, ‘음식 처방’이라는 단어처럼 대상자의 상태에 맞게 해결책을 제시하는 전반적인 행동을 가리켜 ‘처방’으로 통칭하기도 한다. 해마다 여러 교단과 기관에서 예산을 들여 여론조사를 하고 통계를 작성하는 등 한국교회의 상황을 ‘진단’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처방’에 해당하는 담론들도 끊임없이 등장하는 추세다. 온라인 서점에서 ‘기독교’나 ‘한국교회’를 키워드로 검색했을 때 ‘제안’이나 ‘해법’, ‘전략’ 등 처방에 해당하는 단어가 뒤따라 오는 것만 봐도 얼마나 많은 이들이 교회를 다시 세우고 새롭게 하려고 고민하고 있는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북미에서 시작돼 점차 확산 중인 ‘이머징처치’나 ‘선교적교회’ 같은 새로운 교회 모델뿐 아니라 한국교회에서 이미 입지를 단단히 한 ‘제자훈련’이나 ‘셀 교회’, ‘가정교회운동’, ‘일대일 양육’ 등의 프로그램, ‘건강한 작은교회 운동’, ‘교회 3.0’, ‘153교회’ 같은 대안들도 비슷한 고민의 결과라 할 수 있다. 최근에는 기업들이 사용하는 ESG 경영(environmental, social and corporate governance, 환경, 사회, 기업 지배구조의 약자)이나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교회들의 관심도 점점 높아지는 추세다. 

문제는 이토록 많은 처방에도 불구하고 한국교회가 활력을 더하고 있다고 말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해마다 공개되는 주요 교단 교인 통계가 갈수록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는 데다 ‘한국교회 신뢰도’를 필두로 한 교회 밖의 시선을 나타내는 각종 조사에서도 회복은커녕 병색이 완연해지는 듯한 인상까지 주고 있다. 특정 모델이나 프로그램이 성공했다고 해서 모두가 이를 답습하는 방식은 곤란하다. 모델은 모델일 뿐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교회 밖의 시선으로 

목회컨설팅연구소 김성진 소장은 어려움에 봉착한 교회들로부터 의뢰가 들어오면 주로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의 요소를 강화하라는 처방을 내린다. 이미 한국교회는 사회와 지역을 위한 활동으로 학교와 의료, 독거노인 섬김, 양로원, 보육원, NGO 활동 등을 활발하게 벌이고 있는데 무슨 CSR을 더하라는 말이냐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는 지점이다. 그러나 김 소장은 “사회적 인식 속의 교회가 펼치고 있는 활동은 마치 교회만을 위한 활동으로 간주하고 있다”며 “교회의 대사회적 활동이 기업의 CSR과 다를 바 없음을 입증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일련의 활동들이 전개됨에 있어서 교회 내부의 시선이 아닌 철저히 외부자적 시각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최근 제가 사는 지역에 한 교회가 코로나로 지친 지역 주민들을 위로하기 위해 음악회를 열었습니다. 교회가 실천할 수 있는 나름의 CSR이라는 생각에 반가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 행사에 누굴 초청했는지를 보면서 아쉬운 마음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교회 안에서 유명한 CCM 가수였습니다. 물론 그분은 훌륭한 사역자가 틀림없지만, 지역 주민들에게는 전혀 인지도가 없는 분이라는 거죠. 교회가 무엇을 ‘한다’에 집중하기보다 ‘어떻게’ 하느냐, ‘어떤 관점에서’ 하느냐가 참 중요합니다.”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의 정재영 교수(종교사회학)는 “한국교회가 평상시에도 어려운 이웃들을 돕는 일에 힘쓰고 있고 각종 재난 현장에서 교회의 이름으로 헌신적인 섬김을 펼쳤음에도 불구하고 대외 신뢰도 조사에서 큰 반등은 없는 이유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며 “개신교는 국내에서 가장 교세가 큰 종교집단이지만 동시에 가장 인정받지 못하는 집단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또 “우리가 나름 진정성을 가지고 하는 여러 가지 일들이 사회에서 이해되고 받아들여지고 있는가의 부분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며 “엄밀하게 말해 한국교회는 그 지점에서 실패해 왔다”고 지적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전면 해제 후 현장 주일예배 참석 의향 (현장예배 드리지 않는 자, %)
사회적 거리두기 전면 해제 후 현장 주일예배 참석 의향 (현장예배 드리지 않는 자, %)

 

코로나로 떠난 3040세대

한편 지난 3년간 이어진 코로나19의 여파는 안 그래도 위태로운 한국교회에 눈에 보이는 외상을 남겼다. 코로나의 여파는 현재 한국교회에서 가장 시급한 진단과 처방이 필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지앤컴리서치가 지난해 온라인에서 실시한 ‘코로나19 이후 한국교회 4차 조사’(전국의 만 19세 이상 개신교 남녀 1500명 대상, 95% 신뢰수준에서 ±2.5%)에선 ‘거리두기’ 조치의 전면 해제 이후에도 ‘바로 현장 예배에 참석하겠다’는 응답자가 28%에 불과해 충격을 안겼다.

특히 30~40대의 참석률(30대 49%, 40대 51%)이 저조했다. 예배 참석자 수가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고 있지 않다는 현장 사역자들의 토로를 증명해주는 결과였다. 코로나19 이후 개신교인들의 교회 활동이 위축되고 약화하는 가운데 응답자의 64%가 ‘영적 갈급함’을 느낀다고 답했지만, 정작 ‘코로나19 종식 후 한국교회에 일어날 변화’에 대해서는 ‘온라인 예배/콘텐츠 활성화’(33%)와 ‘교회 출석 교인의 감소’(30%)를 선택한 점은 많은 시사점을 남긴다. 

목회데이터연구소는 30대와 40대가 현장 예배에 참석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이들 세대가 직장에서 가장 활발하게 일을 할 나이라는 점 △가정에서는 자녀가 아직 어려서 부모의 육아 및 교육 부담을 크게 짊어질 나이어서 생업과 자녀 양육에 따른 피곤함이 크다는 점 △육체적 피곤함이 커서 주일예배를 집에서 편하게 온라인으로 드리는 방법을 선택했을 것이라는 점 △이들의 자녀가 아직 어려서 코로나19 감염 위험 부담감을 더 크게 느낀다는 점으로 분석했다. 연구소는 “3040 세대는 현재 교회의 중추 세대인 5060의 뒤를 이어 교회를 이끌어 가야 하는데 이들의 현장예배 참여가 낮아진다면 그만큼 교회로서는 위기를 맞을 수밖에 없으므로 이들을 교회로 나오게 하는 것이 향후 목회에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이어 이들을 교회로 되돌아오게 할 ‘처방’으로 △교회가 자녀들의 코로나19 감염을 방지하기 위해 여전히 노력하고 있다는 신뢰감을 줄 것 △부모가 안심하고 자녀들을 데리고 교회에 올 수 있도록 교회가 노력한다는 것을 보여줄 것 △생활 피로에 젖어 있는 부모들이 자녀를 동반하여 같은 연령대의 가족들과 즐겁고 편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할 것 등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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