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기획] 개척교회 성도가 되어 달라는 제안에 쉽게 답을 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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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기획] 개척교회 성도가 되어 달라는 제안에 쉽게 답을 할 수 없었다
  • 손동준 기자
  • 승인 2023.03.02 09: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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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중기획 - 다시(RE) 세우는 한국교회⑤ Rethink 교회 개척을 재고하다

작은 교회 목회자들 ‘헌신 된 평신도 일꾼 부족’ 토로
“교회 개척의 잇따른 실패가 복음 전파 가로막아” 진단
모든 교회가 처음에는 개척교회로 시작했다. 한국교회가 성장 가도를 달릴 때만 해도 개척의 ‘성공신화’를 써 내려간 많은 사례가 있었지만, 오늘날 한국교회에서 교회 개척은 대부분 좋지 않은 결말로 끝이 난다. 그럼에도 많은 목회자들은 교회 개척이 여전히 복음 전파에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입을 모은다.
모든 교회가 처음에는 개척교회로 시작했다. 한국교회가 성장 가도를 달릴 때만 해도 개척의 ‘성공신화’를 써 내려간 많은 사례가 있었지만, 오늘날 한국교회에서 교회 개척은 대부분 좋지 않은 결말로 끝이 난다. 그럼에도 많은 목회자들은 교회 개척이 여전히 복음 전파에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입을 모은다.

 

몇 년 전 일이다. 신혼집을 벗어나 첫 이사를 마쳤을 무렵 캠퍼스 기독 동아리 선배 A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A는 자신의 목사 남편과 함께 식사하고 싶다며 우리 부부를 초청했다. A는 대학 시절 좋은 선배였다. 후배로서 잘 따랐고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전화는 좀 싸했다. A의 남편 목사님이 새로 이사 온 지역과 얼마 떨어지지 않은 도시에서 교회를 막 개척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모태신앙으로 자란 우리 부부는 청소년기부터 ‘교회 붙박이’라도 되는 양 각종 봉사를 하며 자랐고, A도 이를 아는 터라 교회의 개척 맴버로 초청하여 동역자로 세우고 싶은 마음이 있을 거라는 짐작이 번뜩 들었다. 당시 우리 부부는 첫째를 낳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다. A 부부와 식사를 했고, 예상했던 대로 ‘권유’를 받았지만, 고민의 시간을 가진 뒤 정중하게 거절했다. 개척교회의 일원이 되기엔 부담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눈앞의 육아 부담도 한 이유였지만, 너무 많은 책임을 지게 될 것에 대한 두려움이 사실은 더 크게 작용했다. ‘비겁한 선택’을 한 것 같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웠다. 한편으로는 개척교회라는 상태가 목회자와 가족뿐 아니라 그곳에 속한 교인들에게도 너무 가혹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더 나아가 지금의 한국사회와 한국교회에 ‘교회 개척’이 유효한가 하는 질문도 고개를 쳐들었다. 

연중기획 ‘한국교회를 다시 세우다’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교회 개척’이라는 키워드를 선택한 것은 모든 교회의 시작이 ‘개척교회’이기 때문이다. 동시에 개척교회를 부담스러워 하는 현상이 특정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교회의 구조적인 한계 때문이라는 문제의식의 발로였다.

 

교인은 ‘부담’ 목회자는 ‘참담’

한국교회지도자센터가 지난해 실시한 ‘2022년 목회환경과 목회 실태 조사’(전국의 담임목사 434명 대상)에는 이같은 추세가 여실히 드러났다. 목회자들은 현재 목회를 하면서 겪는 가장 큰 어려움으로 ‘새신자 유입 감소’(52%)와 ‘헌신 된 평신도 일꾼 부족’(50%)을 꼽았는데, 특히 교인 수 50명 미만의 소형 교회의 경우 ‘헌신 된 평신도 일꾼 부족’에 대한 어려움을 더 많이 호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이 ‘소형’인 개척교회의 경우 목회자나 목회자의 가족, 소수의 교인에게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 반영된 셈이다. 

목회자들도 ‘개척’ 보다는 기존 교회의 부교역자로 사역하기를 선호하는 추세다. 지난해 기아대책과 목회데이터연구소가 실시한 ‘부목사가 보는 한국교회’ 조사(한국교회 부목회자 553명 대상)에서 응답자들은 부목회자 생활에 대해 비교적 낮은 만족도(5점 만점에 3.2점)를 보였고, ‘너무 많은 업무량’(47%)과 ‘적은 사례비’(46%)에 대해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렇지만 향후 ‘교회 개척’을 하겠다(16%)는 응답은 적었다. 현재의 부목회자 생활이 힘들고 어려워도 교회 개척보다는 낫다는 것. 지난 2015년 본지가 실시한 신대원생 인식 조사(신대원생 300명 대상)에서도 졸업 이후 ‘교회 개척’을 준비한다는 인원은 전체의 5.3%에 그쳤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교회 개척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도 커질 수밖에 없다. 경북대 김중락 교수(말씀과동산교회 장로)는 지난 2020년 기윤실 웹진 ‘좋은나무’에 기고한 ‘교회 개척, 노회가 결정하고 책임져야 한다’는 글에서 “개인이 시작하는 교회 개척은 복음 전파에 장애만 될 뿐”이라고 강력하게 지적했다. 

“어떤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개척교회 성공률은 1%도 못 된다고 한다. 잠깐 생겼다가 사라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중략) 교인이 없고, 헌금이 없으니 사례를 받을 방법이 없다. 어느 공적 기관으로부터도 지속적인 지원이 이뤄지지 않는다. 모든 것은 사비를 털어야 하는 실정이다. 간혹 합류를 생각하고 찾아오는 이들이 있지만, 너무나 적은 예배 인원에 부담을 느끼고 곧 합류를 포기한다. 이런 일이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것이 현 개척교회의 실상이다. 극심한 어려움과 좌절감 속에서 어느 순간 목회자의 인내도 한계점에 이르고, 태어나려던 교회는 유산되고 만다.”

상황이 이쯤 되면 교인도 부담스럽고 목회자 본인에게도 힘든 교회 개척에 대해 한국교회 차원에서 다시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김 교수는 “유산된 교회 개척은 복음 전파에 장애가 된다”고 진단한다. 개척교회가 생겼다가 사라지는 현상은 불신자들의 눈에 동네 구멍가게 하나가 생겼다 사라지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것. 김 교수는 “대도시나 아파트촌의 경우 한 건물에 2~3개의 개척교회가 들어서 있는 모습이 흔하다”며 “금세 다른 간판을 바꿔 단 교회도 보인다. 이는 건물마다 빽빽이 들어선 학원과 병원이 다른 학원과 병원으로 간판을 바꾸어 다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다”고 표현했다. 

 

교회 개척은 유효한가?

“개인이 세운 교회이다 보니 문을 닫는 것도 목회자 마음대로다. 이런 경우 교회를 개척하고자 하는 이들을 대상으로 장소를 파는 경우도 드문 일이 아니다. 논리적으로 이해하지 못할 일은 아니지만, 교회를 사고판다는 것이 불신자들의 눈에 어떻게 보여지겠는가? 세상이 교회에 바라는 것은 진리를 구하는 구도자로서의 모습인데, 그들에게 거래의 대상으로 보이는 교회가 어찌 세상을 구할 수가 있을까.”

김 교수는 목회자 개인이 교회를 세우고 문을 닫는 현재의 교회 개척 방법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더 나아가 교회 개척을 목회자 개인이 아닌 노회가 결정하고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교회 개척 자체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 

독일에서 20여 년간 사역하다 지난해 한국에서 교회를 개척한 라이트하우스고양교회의 안창국 목사 역시 “교회가 많아서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건강한 교회를 세우는 것이지, 교회를 개척하느냐 마느냐의 문제는 아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안 목사가 시무하는 라이트하우스교회는 처음 김포에서 9개 교회가 사용하는 공유 교회에서 사역을 시작했다. 공간 마련을 위해 너무 많은 재정을 투입하다 보면 교회가 지켜야 할 본질인 긍휼 사역을 놓칠 수 있어서 내린 선택이었다. 안 목사는 “성도 중에는 대형 교회보다 건강한 신앙공동체로 건실하게 서 있는 교회를 찾는 이들도 많아지고 있다”며 “문제는 작은 교회이면서 전통적인 교회의 모습을 답습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작지만, 성경의 기초에 더 충실한 교회를 이룰 것인가 하는 부분”이라고 했다.

목회전수연구원 부대표 장창영 목사(빛과소금의교회 담임)도 교회 개척이 여전히 복음 전파에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단언한다. 장 목사는 “교회 개척이 계속 이뤄져야 교회(목회)의 생태계가 유지된다”며 “개척은 목회자가 부르심에 합당한 삶을 살 수 있는 최고의 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장 목사는 “대부분의 개척교회가 문을 닫는 이면에는 사명의 부재가 아니라 돈의 문제가 있다”고 했다. 천정부지로 올라가는 임대료와 은행 이자, 목회자 가족 생계유지를 위한 비용 전반이 상승하고 있는 것도 개척에 치밀한 전략을 요구하고 있다. 장 목사는 “교회 개척에는 비둘기와 같은 순전함과 함께 반드시 뱀 같은 지혜로움이 필요하다”고 조언하면서 “처음부터 예배 공간을 얻기보다는 가정에서 소그룹 형태로 핵심구성원이 모이는 형태로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 추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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