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노 목사의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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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노 목사의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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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09.23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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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호프와 함께하는 ‘생명목회이야기’ (24)

우리나라에서 최고라 할 수 있는 한 병원에서 평생을 원목으로 봉사하시면서 동시에 기독교 대학의 교목을 겸하여 헌신하셨던 목사님이 한 분 계시다. 어쩌면 우리나라의 임상목회 훈련과정의 기초를 놓았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목회 상담과 돌봄의 영역에 이론과 실제를 겸비한 존경받을 만한 분이다.

그 목사님께서 후배들에게 목회적 돌봄과 상담 치유에 대해서 강연을 하시는 어느 자리에서 자신의 뼈아픈 경험을 진솔하게 말씀해 주신 적이 있다.

그날도 변함없이 교목실에서 조용히 책을 읽으시며 일을 준비하고 계셨는데, 한 학생이 예고도 없이 방문을 했다.

“목사님, 시간이 좀 있으세요?”
“어서 와요. 물론 잠시 이야기 나눌 시간은 있지요.”

목사님은 친절하게 그 학생을 맞아 손수 차를 준비하여 함께 마시며 한 시간 가량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그 학생과 헤어졌다.

그런데, 그날 목사님은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을 듣게 되었다. 한 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소식이었다. 순간 스쳐가는 예감이 있어 그 학생이 누구인가 알아보았더니 바로 몇 시간 전에 목사님을 찾아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던 바로 그 학생이었던 것이었다.

“난, 한 시간 이상을 그 학생과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아무 것도 눈치 채지 못했어요. 정말 꿈에도 그 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리라고 생각을 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그 학생이 왜 나를 찾아왔겠어요? 난 지금도 그 생각을 하면 자책감이 듭니다.”

대체적으로 자살하려는 사람들은 어떤 방법으로든 자신의 그러한 결정을 알리려고 한다는 것은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왜냐하면 자살 자체가 살려는 또 다른 절박한 반어법적 표현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여러 가지 이유로 당사자들은 그것을 직접적으로 표현하기보다는 다른 방법으로 표현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주변 사람들이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하는 중요한 이유이다.

그 학생은 왜 스스로 목숨을 끊기 전에 목사님을 찾아왔을까? 그저 마음의 평안을 위해서였을까? 아니면 죄책감을 해결하기 위해서였을까? 혹은 마지막으로 자신의 결심을 결행하기 전에 무엇인가를 확인해보려고 했던 것일까? 지금 그 학생의 마음을 우리가 정확하게 헤아릴 수는 없을 것이다. 잘못된 추측은 또 다른 오류를 낳을 수 있다. 그러기에 신중해야 할 것이다.

이러할 때에 우리에게 도움을 주는 것은 심리적 부검이라는 것이다. 이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 앨런 L. 버먼 박사는 “심리적 부검이란 어떻게 한 사람이 자살이라는 길로 향했는지 그 길을 따라가는 작업이며, 아울러 개별 사건을 해결하는 차원을 넘어서서 자살 요인이 무엇인지 발견해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지원을 끌어내는데 초점을 두는 작업”이라고 정의한다.

여기에 활용되는 것이 자살자들이 남긴 유서나 주변 사람들이나 가족의 증언 등이다. 이러한 작업은 자살자 유가족이 경험하는 상실감이나 죄책감 혹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와 같은 심리 정서적인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한 노 목사의 진솔한 고백과 같은 경험들은 그것들이 모여 데이터화 될 때, 실제적으로 자살 위험군에 있는 사람들을 어떻게 도울 것인가와 자살자 유가족들을 실제적이며 구체적으로 도울 수 있는 대안과 프로그램을 만드는데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기에 자살에 관한 이야기들을 무조건 쉬쉬하고 터부시 할 것이 아니라 더 적극적으로 다루어 예방하고 치유해 가야 할 것이다. 
                             노용찬 목사(라이프호프기독교자살예방센터공동대표, 서호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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