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감성과 공감 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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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감성과 공감 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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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08.19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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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호프와 함께하는 ‘생명목회이야기’ (20)

미래학자로 알려진 제레미 리프킨은 그의 책 ‘공감의 시대’에서 공감이라는 것은 양가적인 의미를 갖는다고 말한다. 이 공감은 인류의 본성에 내재해 있는 속성으로, 생명과 권리 존중의 의미, 연대의 동력이 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공감 의식의 증가는 사회적, 기술적 혹은 경제적으로 거스를 수 없는 추세라고 진단하고, 이 공감 능력을 통해서 앞으로의 범 지구적 위기를 극복해 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는 ‘공감신경세포’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우리의 뇌 속에는 ‘공감신경세포’가 존재하는데, ‘거울신경세포(mirror neuron)’ 혹은 ‘거울세포’라고도 부른다. 다른 사람의 불행 혹은 행복한 모습을 보면 이 세포가 반응을 하고 그것을 같이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아주 오래 전 일이다. 심한 우울증으로 고생을 하는 한 어머니를 만났었다. 두 자녀의 어머니로서 어려서부터 괴롭히던 우울증이 중년의 삶의 주기로 들어서면서 그를 심하게 괴롭히기 시작하였다. 혼자서 그 고통을 견뎌보려고 했지만 도저히 감당할 수 없다고 느낀 그는 교회에서 개설한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프로그램에 참석하였다.

거기에 참석하는 동안 자신의 이야기를 하면서 어느 정도 안정을 되찾아 갔다. 그렇게 하루 이틀 세월이 흐르면서 그의 우울증은 해결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 모습에 상담자를 비롯하여 부모님과 가족들과 주변 사람들도 안심을 하게 되었다. 물론 함께 다니는 교인들도 점점 좋아져 보이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너무나 즐거워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다시 그 어머니로부터 연락이 왔다. 그동안 많은 일이 있었는데, 너무나 힘든 일들이 순식간에 지나가서 연락을 하지 못했었다면서 다시 상담을 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었다. 급히 상담시간을 조정하여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동안 겪었던 일들이 정말로 보통 사람들 같으면 견디기 힘든 일이었다. 남편이 건강검진을 받다가 위암 초기인 것이 발견되어 치료를 받다가 그만 세상을 떠났다는 것이었다.

우리가 모두 알고 있는 것처럼 배우자 상실은 스트레스 지수 100으로 가장 큰 충격이다. 남편의 발병과 죽음이 너무나도 급작스럽게 진행이 되어서 지난 일 년 동안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며 담담히 말하는 그의 얼굴에는 이미 감정이 보이지 않았다. 너무나도 큰 마음의 고통 때문에 무감정한 상태에까지 이른 것이었다. 상담자는 위험성을 감지하고 한 주에 한 번씩 만나 그의 상실의 고통과 아픔을 치유하고 삶의 소망을 잃지 않도록 해주려고 애썼다.

하지만 그 어머니의 심리 정서 상태는 매우 위험해 보였다. 자살의 위험성도 보였다. 그래서 부모와 주변 사람들에게 그 위험성을 알리고 잘 돌보아 줄 것을 당부하였다. 하지만 되돌아오는 답변은 자녀가 둘이나 있는데 설마 그러겠느냐면서 상담자가 너무 민감한 것 아니냐는 말이었다. 상담자는 그래도 너무 심리 정서적으로 불안하니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할 뿐만 아니라 실제적으로 충동적인 행동을 하지 않도록 보살펴주어야 한다고 부탁을 하였다.

그 어머니는 한 번도 ‘죽고 싶다’는 말을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는 그것을 ‘도와 달라’는 다른 말로 표현하고 있었다. 한 사람의 심적 고통에 민감하지 못하면, 위기의 순간에 그가 보내는 SOS 신호를 알아차리지 못할 때가 있다. 우리는 이것을 ‘초대의 말’이라고 부른다. 자신의 위기상태를 주변사람들에게 어떤 형태로든 메시지를 보내며 도와달라고 초대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그렇게 부른다. 생명 보듬이는 거울세포가 발달한 사람들이어야 한다.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과 민감성을 갖추어서 초대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위기에 처한 한 사람을 실제적으로 돌볼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노용찬 목사 / 기독교자살예방센터공동대표, 서호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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