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문화를 생명 보듬의 문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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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문화를 생명 보듬의 문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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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08.12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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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호프와 함께하는 ‘생명목회이야기’ (19)

생명은 하나님께서 주신 것이다. 따라서 생명의 존엄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내 생명이 소중한 만큼 다른 사람의 생명도 소중하다. 이런 이유로 인간 사회에서는 다른 사람의 생명을 해치는 일이나 스스로의 생명과 건강을 해치는 일을 가장 비윤리적이며 비도덕적인 행위로 간주하고 가장 엄한 벌로 다스리고 있다.

그런데 요즘 작은 이익을 위해 타인의 생명을 해치는 일만이 아니라 스스로 자신의 생명을 해하는 일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심지어 자살을 방지하기 위한 사이트에서 만난 사람들이 함께 동반 자살하는 아이러니한 일도 생겨나고 있다.

왜 이 사회는 자살률이 줄어들지 않는 것일까? 심지어는 사이버 공간에서 자살을 미화하고 부추기는 자들까지 생겨나는 것일까? 그 원인을 한 마디로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여기에는 정신 내적인 원인, 유전적인 원인, 경제적인 원인, 사회문화적인 원인, 가정적인 원인 등등 여러 가지 원인이 있을 것이다.

우선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사회문화적인 아노미 현상을 들 수 있다. 절대적인 가치가 상실된 현대 사회는 특히 젊은이들에게 심각한 정체성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정체성의 혼란은 분명한 삶의 목표의 상실과 생의 무의미를 느끼게 만들어 준다.

두 번째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은 현대 사회의 영향으로 증가되어 가고 있는 가정의 붕괴를 들 수 있다. 가정이 건강한 인격을 만들어내는 양육 환경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하면서 학대와 방치 속에서 성장한 자녀들이 성인이 되었을 때 내재되어 있던 분노와 우울성이 외향화되어 반 사회적인 성향으로 나타날 수 있다. 반대로 이것이 내향화될 경우에는 자기 파괴적인 성향으로 나타날 수 있다.

세 번째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성공과 성취만을 최고의 덕목으로 평가하는 사회 속에서 느끼는 상실감과 절망감이 원인일 수 있다. 실제로 사회 경제적인 이유로 가장들이 직장에서 쫓겨나고 부도가 만연할 때 자살률이 일시적으로 급증한 사실이 이것을 증명해 준다. 순간의 위기와 실패를 보듬어주지 못하는 가정과 사회, 일시적인 실수나 실패는 영원한 실패로 평가하는 몰인정한 사회, 무엇이든 상대와 비교하여 평가할 줄밖에 모르는 사회 속에서 수많은 사람들과 청소년들이 극심한 상실감과 절망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자살하려는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보낸다. 무력감, 절망감, 도움이나 양육의 거부, 죽음으로써 고통을 피하고 싶다는 반복적인 생각 등의 메시지이다. 청소년들의 경우에는 꼭 죽겠다는 의도보다는 자신의 문제를 강렬하게 호소하려는 의도가 더 많다. 이 모든 메시지는 상실감과 소외와 절망감의 표현이다.

자살의 증가는 개인의 정신 내적인 원인도 문제이지만, 가정과 사회가 너무 경쟁적인 사회 분위기로 변화되면서 돌봄과 따뜻함을 지닌 사랑의 공동체, 생의 공동체로서의 기능을 잃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가정, 사회, 교회가 돌봄의 기능을 더욱 강화하고 소외된 자들과 실패자들도 함께 어우르는 참다운 사랑과 희망의 공동체가 되어야 죽음의 문화를 생명 보듬의 문화로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노용찬 목사 / 기독교자살예방센터공동대표. 서호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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