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류 편승하지 않는 ‘예배’와 ‘나눔’ 회복해야
상태바
시류 편승하지 않는 ‘예배’와 ‘나눔’ 회복해야
  • 한현구 기자
  • 승인 2017.11.01 14: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교회 개혁과제 ⑦ 편의주의 신앙

편의주의에 뒤로 밀려나는 예배
한국 기독교의 역사는 서구권과 비교하면 짧기 그지없다. 제너럴셔먼호를 타고 성경을 전한 뒤 순교한 토마스 선교사로부터 거슬러 와도 200년이 채 되지 않는다. 하지만 한국교회는 짧은 기간 동안 폭발적인 성장을 이뤄냈다. 그것을 가능케 한 것은 한국교회의 전통이자 자랑인 ‘뜨거운 예배와 기도’였다.

대다수의 서구권 교회가 매주 주일에만 예배를 드리는 반면 한국교회는 주일 낮 예배와 더불어 주일 오후 혹은 저녁 예배, 수요예배, 금요철야 등 최소 주 3회 이상 예배를 드린다. 매일 아침 새벽기도도 활발하다. 한국교회는 예배를 통해 말씀을 듣고 기도하고 영성을 훈련시켰다. 예배를 사모하는 마음은 한국교회 성장의 원동력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한국교회는 성장세가 주춤한 모습이다. 오히려 퇴보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한국교회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신뢰도는 점점 하락하고 있다. 기독교가 한국에 들어온 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는 목소리도 높다.

한국교회의 위기는 예배의 축소와 비례했다. 최소 주 3회에 달했던 예배를 1~2회로 축소하는 교회가 늘어났다. 대부분의 교회에서 드려졌던 저녁예배는 찾기 힘든 풍경이 됐다. 예배를 향한 성도들의 열망도 점차 식었다. 교회와 예배가 하나님 중심이 아닌 사람의 편의에 맞춰 재편되기 시작했다.

주차장이 없고 에어컨이 없다는 이유로 교회에 나가지 않는 성도들도 생겼다. 그 자리는 방 안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인터넷 설교로 대체됐다. 주일 교회에 출석하지 않는 가나안 성도의 수가 100만 명을 넘어섰다는 조사도 발표됐다. 육신의 안락을 위한 편의가 하나님과의 거룩한 만남인 예배보다 위에 올라선 것이다.

물론 성도들이 기존 교회를 떠나게 된 이유를 단순히 편의주의로 일반화하긴 힘들다. 인터넷 예배에 참여하는 것 역시 참작할만한 이유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점점 축소되는 예배의 비중과 더불어 영성과 멀어지는 성도들의 모습을 보며 안타까운 마음을 감추기 힘들다.

예배는 양보할 수 없는 ‘마지노선’
신앙생활은 모이는 것에서 시작한다. 교회(敎會)라는 단어 역시 모인다는 뜻을 담고 있다. 교회란 예수를 구주로 고백하는 크리스천이 모인 공동체다.

그런데 모이는 일은 마냥 편하지만은 않다. 시간도 들고 수고도 들여야 한다. 게다가 아무리 크리스천의 모임이라 한들 사람이 모인 이상 갈등과 어려움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러다보니 ‘하나님은 어디든 계시니 아무 곳에서나 예배하면 되지 굳이 모일 필요가 있느냐’고 생각하는 성도들이 늘어났다.

지금도 주일 5회, 수요일 2회 등 일주일 내내 꾸준히 예배 시간을 갖는 수원명성교회 유만석 목사는 한국교회가 다시 부흥하기 위한 첫걸음은 예배의 회복이라고 강조했다.

크리스천이라면 자신의 편의를 위해 자기합리화를 꾀하기보다 불편함을 감수하고 예배의 자리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유 목사는 “시대와 성향에 따라 포용하는 것도 필요하다. 하지만 양보할 수 없는 선이 있다. 그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이 예배”라며 “한국교회가 쇠퇴하게 된 원인도 예배 시간을 양보하고 영성을 상실한 것에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크리스천이 함께 모여 드리는 공예배의 중요성에 대해서 역설했다. 그는 “물론 크리스천의 모든 생활 전체가 예배가 돼야 한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하나님 앞에 가장 진지하게 나아가 온 마음을 드리는 시간은 공교회의 예배”라면서 “교회에서 살아있는 예배가 드려지지 않으면 영성 회복은 불가능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크리스천이라면 ‘불편한 삶’ 실천해야
편의주의 극복을 넘어서 적극적으로 ‘불편한 삶’을 살겠다고 다짐한 크리스천들도 있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은 지난 2012년부터 가진 것을 이웃과 함께 누리고 참된 크리스천의 삶을 실천하기 위한 ‘자발적 불편 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2개월 단위로 주제를 정해 참가 신청 교회와 함께 불편을 실천한다. 지금까지 일회용품 사용을 자제하고 아껴 쓰는 운동, 지역 주민과 더불어 살며 교회 주변을 청소하고 작은 선행을 실천하는 운동, 여름철 에너지 절약을 위해 교회 온도를 조절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운동 등을 펼쳐 왔다.

자발적 불편 운동 본부장 신동식 목사는 “예수님은 자신을 따라오려거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따르라고 하셨고 섬김을 받으려 함이 아니라 섬기러 왔다고 말씀하셨다. 그리스도인의 그리스도인 됨의 현장은 예수님을 닮아 자발적 불편을 감수하는 삶”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불편하게 살라는 것은 무기력하고 궁상맞게 살라는 것이 아니라 이웃과 공동체를 바라보며 자신의 삶을 살라는 것”이라면서 “자발적 불편의 삶은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을 분명하게 드러낸다. 누릴 자격이 있지만 스스로 누림을 포기하고 나눔을 실천하는 것이 그리스도인의 삶”이라고 강조했다.

지난달 26일 열린 자발적 불편 세미나에서 기윤실 자문위원장 손봉호 교수는 “모든 율법은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고 하신 말씀에 다 들어있다. 자신의 의나 자존심, 양심 때문이 아니라 이웃 사랑을 위해 나의 욕구를 절제하는 것이 기독교 윤리”라고 소개했다.

손 교수는 또 “모든 비윤리적인 행위는 하나님보다 자신의 편의를 더 구하는 이기주의적 욕망에서 나온다”면서 우리가 나그네임을 알고 우리의 불편을 하나님이 보상해주실 것을 믿는 그리스도인만이 자발적 불편을 수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