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아지기보다 서로 복종하며 영혼 구원 집중할 때

한국교회 개혁과제 ④교권주의 탈피 손동준 기자l승인2017.10.10l수정2017.10.10 20:28l140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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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개혁 500주년을 맞는 올해, 한국교회는 재도약과 후퇴의 기로에 서 있다. 1517년 마틴 루터가 95개조 반박문을 통해 로마 가톨릭교회의 부패와 문제점을 지적하고 교회의 진정한 변화를 촉구했다. 구텐베르크의 인쇄술 발달로 95개조 반박문이 전 독일에 퍼지게 되면서 시민의 지지를 받은 루터의 종교개혁은 독일을 비롯해 유럽 전역에서 종교개혁의 물결을 일으켰다

루터 종교개혁을 배경으로 태동한 개신교는 “개혁된 교회는 항상 개혁되어야 한다”는 표어를 내걸고 새로운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하지만 오늘날 한국교회는 종교개혁의 정신이 무색할 만큼 사회적 신뢰를 잃고, 세상 속에 빛과 소금으로서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본지는 종교개혁의 역사적 배경과 영향을 조명하는 한편 오늘날 한국교회 개혁을 이루기 위한 과제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종교개혁 불러온 ‘원흉’ 교권주의

종교개혁의 신호탄을 쏜 ‘95개조 반박문’은 로마 가톨릭의 교권주의 문제를 집중 겨냥하고 있었다. 교권주의는 성직자들의 권위주의적 행위와 사고를 지칭한다.

당시 로마 교회는 성직자가 평신도를 신에게 인도하고 평신도와 신의 관계를 맺어주는 중간적 역할을 하며 신에게서 능력을 받아 기적을 행한다고 주장했다. 교황이 교회의 수장이자 대표로서 우월적 권위를 가지고 있으며, 이를 통해 세속 군주를 파문하고 폐위까지 감행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의 근거가 된다고 봤다. 이를 ‘교황 수위권’(papal supremacy)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개혁자들은 이와 같은 특수한 지위와 권능을 ‘교권주의’로 인식했다. 사보나롤라(1452~1498)같은 설교자는 교황의 교권주의를 정면으로 비판하며 종교개혁의 서막을 열었고, 루터는 만인사제설을 통해 교황을 비롯한 성직자의 권위가 절대적일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 특히 루터는 기독교인이 된 사람들 사이에는 어떠한 차별이나 위계도 있을 수 없으며, 누구든지 교회의 모든 영적 활동에 참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종교개혁 시대에 형성된 평신도 성직주의는 개신교가 확대되면서 더욱 강조됐다. 영국의 청교도들은 성직자의 신비적 우월성을 축소시켰고, 반면 교회 안에서 평신도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렇다면 개혁자들의 유산을 물려받은 오늘날 한국교회의 모습은 어떨까. 500년이 지난 지금도 교권주의는 교회가 개혁해야할 첫 번째 과제로 꼽히고 있다. 지난 2월 국내 한 일간지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한국교회가 개혁해야 할 실천과제’ 가운데 ‘목회자의 권위주의와 교권주의 내려놓음’이 첫 번째로 꼽혔다. 만 19세 이상 개신교인 900명과 목회자 1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해당 조사에서는 무려 47.2%가 ‘교권주의’를 개혁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이어 ‘자기교회 중심에서 지역사회 공공성 지향’이 32.9%, ‘양적 팽창/외형중심 성장지향’이 28%, ‘사회봉사/구제/선교사업 강화’가 19.0%를 차지했다.

 

잘못 끼운 첫 단추

비단 오늘날의 한국교회만 ‘교권주의’로 몸살을 앓은 것은 아니다. 역사적으로 교회가 외형적으로 성장하고 부흥할때마다 교권주의가 기승을 부렸다. 앞서 지적한 중세 유럽교회는 물론이고, 17~18세기 영국교회가 그랬다. 교회가 권력과 결탁할 때 교권주의는 더욱 힘차게 꿈틀거렸다.

주지할 점은 ‘교권주의’라는 용어 속에 많은 의미가 내포돼 있다는 것이다. 역사 속에서 각 시기마다 시대적 환경과 의식이 달랐기 때문에 교권주의에 대한 인식도 달랐으며, 이에 대해서 제기한 문제도 다른 모습으로 나타났다.

한국적 교권주의는 불의한 권력에 대한 복종과 권력을 향한 세속적 열망과 맞닿아 있다. ‘어쩔까나 한국교회’(아레오바고)의 저자 신성남 집사는 일제 식민지 시대에서부터 한국교회의 교권주의가 시작됐다고 설명한다.

신 집사는 “당시 주기철 목사 등이 신사참배에 저항하여 순교를 당하거나 투옥을 당했지만, 유감스럽게도 많은 교회 지도자들이 신사참배에 굴복했다”며 “초기 한국교회 교권주의 문제는 여기서부터 증폭되고 확산됐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일제에 협력한 목회자들이 교회 내에서 주도권을 갖게 됐고, 이들을 중심으로 모인 노회나 총회 등이 갈수록 정치화하고 세력화 한 것이 한국형 교권주의의 뿌리가 됐다고 볼 수 있다”며 “이후 교권주의자들은 해방 후 일본 제국 대신 미국과 자유당 독재 정권에 유착하여 세력을 견고하게 확장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적 교권주의가 낳은 폐해들

한국적 교권주의는 여러 가지 폐해를 낳았다. 그중 첫 번째가 교권주의와 동반되는 과도한 권력 집중현상이다. 일부 교회에서 담임목사는 사실상 입법과 사법, 행정 등 삼권을 모두 쥐고 마치 중세 교황처럼 행세하려고 한다. 불투명한 재정처리와 교단 총회 및 연합기관에서 일어나는 선거 부정, 문제의식 없이 이뤄지는 목회 세습 등도 한국적 교권주의의 대표적 폐해라 할 수 있다.

로마 가톨릭 교회의 교권주의를 비판하면서도, 스스로는 교회에서 제사장 노릇하려는 목사들이 있다는 사실 또한 오늘날 한국 교회의 문제다. 목사가 제사장 행사하는 예 중 하나가 목사가 ‘축복권’을 가지고 있다고 가르치는 것이다.

백석대 신대원장 임원택 교수는 “‘축복권’은 성경에서 찾아볼 수 없는 표현으로, 한국 교회 일각에서만 사용되는 매우 독특한 말”이라며 “목사에게 ‘축복권’이 있다고 주장하는 이들의 가장 큰 문제점은 목사를 하나님과 신자 사이의 매개로 만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 교수는 또 “죄 용서를 받는 사죄 과정의 중심에 신자가 사제를 찾아가 죄 고백함을 두고 사제의 사죄 선언으로 사죄 과정을 마무리하도록 규정해 둔 것은 사제를 하나님과 신자 사이의 매개로 여기게 만드는 대표적 예”라면서 “그런데 오늘날 한국 개신교 일각에서 목사를 하나님의 축복을 전달하는 매체로 여기는 그릇된 행태를 보임은 가슴 아픈 일이다. 하나님과 신자 사이에 골고다에서 우리를 위해 희생당하신 예수 그리스도 외에 다른 중보는 없다”고 말했다.

 

가부장적 질서 타파하고 본질 회복해야

앞서 언급한 것처럼 ‘목회자의 권위주의’와 ‘교권주의 내려놓음’은 한국교회 개혁과제 1순위로 꼽힌다. 오늘날 한국교회 상황 속에서 ‘교권주의’와 ‘목회자의 권위주의’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대학교 김선일 교수(선교학)는 “한국사회의 가부장적 문화가 교권주의 및 목회자의 권위주의 문제를 더욱 심화시킨 측면이 있다”며 “교회 역시 가부장이라는 정점을 통해 위계질서가 형성되고 그 정점에 목회자가 자리한다. 교회가 비대해지고 그 안에 권력구조가 생기면서 교권주의가 심화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권주의는 비단 목사만의 문제가 아니다. ‘장로’로 대표되는 한국교회 내 직분에 따른 서열문제도 교권주의의 또 다른 얼굴이다. 김선일 교수는 ‘한국적 장로제도’에 대한 심각한 고민이 필요한 때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현재 한국교회 상황 속에서 장로들의 권한이 막강하기 때문에 손을 대지 못하고 있지만, 사실상 문제가 많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제시하기 위해 미국에서의 선교적 교회 탐방 당시 목격한 장면을 소개했다. 북미주개혁장로교단(Christian Reformed Church) 소속의 한 교회를 방문했을 당시 담임 목회자가 아닌 ‘젊은 평신도 장로’가 교회를 대표해 방문단을 맞이했다. 해당 장로는 예배 시간 설교를 앞둔 담임목사의 등에 손을 얹고 “이 사람이 말씀을 전할 때 하나님의 영이 임하게 해달라”며 안수했다. 한국이었으면 상상하기 어려운 모습이라는 것.

김 교수는 “우리나라에서는 ‘장로’하면 나이 많은 남성을 먼저 떠올리는데 이 모습을 보면서 젊은 사람, 혹은 여성도 장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며 “한국교회의 거대한 축이라 할 수 있는 장로제도가 바뀌지 않는다면 가부장적 권위주의와 교권주의 역시 해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선일 교수는 마지막으로 “교권주의 문제가 발생한 근본 원인은 교회가 선교적 사명에 충실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면서 “예수님과 사도들이 몸소 보여줬듯이 스스로 높아지기보다 피차 복종하며 영혼구원의 본질에 집중한다면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진정한 개혁교회로의 회복이 시작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손동준 기자  djson@igood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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