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과 삶의 불일치 = 행함이 없는 ‘죽은 믿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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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과 삶의 불일치 = 행함이 없는 ‘죽은 믿음’
  • 한현구 기자
  • 승인 2017.09.28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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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 개혁과제 (3) 신앙과 삶의 불일치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는 올해, 한국교회는 재도약과 후퇴의 기로에 서 있다. 1517년 마틴 루터가 95개조 반박문을 통해 로마 가톨릭교회의 부패와 문제점을 지적하고 교회의 진정한 변화를 촉구했다. 구텐베르크의 인쇄술 발달로 95개조 반박문이 전 독일에 퍼지게 되면서 시민의 지지를 받은 루터의 종교개혁은 독일을 비롯해 유럽 전역에서 종교개혁의 물결을 일으켰다

루터 종교개혁을 배경으로 태동한 개신교는 “개혁된 교회는 항상 개혁되어야 한다”는 표어를 내걸고 새로운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하지만 오늘날 한국교회는 종교개혁의 정신이 무색할 만큼 사회적 신뢰를 잃고, 세상 속에 빛과 소금으로서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본지는 종교개혁의 역사적 배경과 영향을 조명하는 한편 오늘날 한국교회 개혁을 이루기 위한 과제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평신도도 사제다, ‘만인 제사장설’

500년 전 성경으로 돌아갈 것을 외치며 시작된 종교개혁의 핵심가치로는 5대 솔라(오직 성경, 오직 그리스도, 오직 믿음, 오직 은혜, 오직 하나님께 영광)가 꼽힌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가치가 바로 성스러운 것과 속된 것을 분리하는 ‘성속 이원론’의 극복이다.

종교개혁 당시 가톨릭교회는 교황을 중심으로 막강한 권력을 휘둘렀고 영적권력이 세속권력의 위에 있다고 여겼다. 성서를 해석할 권한과 공의회를 소집할 권한 모두 교황에게만 있다고 주장했으며 성서를 사제들의 전유물로 만들었다. 루터는 이런 성속이원론이 교황의 독재를 정당화하고 교회의 타락을 가속화시켰다고 진단했다.

루터는 ‘모든 그리스도인은 세례·신앙·복음을 통해 사제가 되었기 때문에, 직무의 차이는 존재하나 신분의 차이는 없다’고 단언했다. 어떤 직업을 갖고 있든 하나님의 뜻을 행한다면 모두 하나님이 주신 소명이라고 외쳤다. 이것이 우리에게 잘 알려진 ‘만인 제사장설’이다.

칼뱅 역시 이 같은 종교개혁 정신을 이어 받았다. 장신대 임성빈 총장은 “칼뱅에게 하나님은 세상 모든 영역에서 주권을 가지신 분이었다”면서 “그는 교회와 세상, 영적인 것과 물질적인 것을 분리하는 것은 하나님 주권의 온전성을 인정하지 않는 자세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임성빈 총장은 또 “종교개혁의 정신은 하나님 주권이 삶의 전 영역에 온전히 임하도록 하는 것이다. 21세기 오늘의 신앙인들과 교회 역시 종교개혁자들이 실천하고자 했던 모든 영역에서의 하나님 주권의 실현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속 이원론의 잔재 ‘교권주의’

하지만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각종 기념행사 개최에 여념이 없는 지금의 한국교회는 정작 종교개혁 정신의 실현에는 미진한 모습이다. 교황에 집중됐던 가톨릭교회의 권력구조는 지금의 목회자 권위주의와 교권주의의 모습으로 나타났다.

기독연구원 느헤미야 배덕만 교수는 “종교개혁으로부터 50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교권주의와 성속 이원론이 한국교회에 남아 있다. 중세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목회자들과 그에 영향을 받은 성도들도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신학을 한 목회자가 평신도보다 영적으로 권위있고 우월하다는 영적 위계질서도 암묵적으로 존재한다. 특히 목회자 권위주의는 올해 초 국민일보 설문조사에서 평신도가 꼽은 한국교회 개혁과제 1순위로 꼽히기도 했다.

배 교수는 “성경은 교회에서의 종교생활과 목회자에 관한 책이 아닌 이 세상에서 하나님의 백성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책”이라면서 신앙생활에 대한 근본적인 의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다만 그는 한국교회에 여전히 희망이 있다고 내다봤다. 성속 이원론이 교회 안에 잔존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동시에 이를 극복하려는 노력들이 함께 해왔다는 것이다.

배덕만 교수는 “여성에게 장로나 목사 안수를 주기 시작한 일을 비롯해 교회 안에서 목회자의 전횡을 막기 위한 제도적 노력과 평신도들의 움직임이 꾸준히 있었다”면서 종교개혁은 지금도 진행 중이며 한국교회 또한 천천히 진보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전도-사회참여’ 크리스천의 두 가지 의무

성과 속의 이원화는 기독교 신앙과 실제 삶의 괴리를 불러오기도 했다. 온전한 복음을 온 세계로 전파하기 위한 로잔운동에도 신앙과 삶의 일치를 위한 노력이 잘 담겨있다. 1974년 개최된 로잔 세계복음화대회는 복음주의 운동이 전 세계로 약진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대회에서 발표된 로잔선언은 복음전파를 위한 전도와 사회 변혁을 위한 사회 참여가 서로 상반되는 것으로 오해한 것을 참회하고 ‘사회 행동이 곧 전도는 아닐지라도, 전도와 사회·정치적 참여는 그리스도인의 의무의 두 가지 부분이라는 것을 인정한다’고 선언했다.

동시에 행함이 없는 믿음은 죽은 것임을 강조하면서 전도의 결과는 그리스도께의 순종, 그의 교회와의 협력, 세상 안에서의 책임 있는 봉사를 포함한다고 정의했다. 그리스도인의 삶은 단순히 교리적이고 신학적인 헌신이 아닌 믿는 바를 실제 삶에서 추구하는 제자도임을 천명한 것이다.

주안대학원대학교 김광성 교수는 “로잔운동은 일방적으로 성경을 가르치던 선교, 현지인의 삶과는 동떨어진 선교에서, 신앙과 삶이 일치된 총체적 선교로의 길을 열었다”고 평가했다.

맡겨진 일터를 사명으로

신앙과 삶의 일치를 위해서는 크리스천이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직장에서 그리스도인으로 살고 있는지도 짚어봐야 한다. 직장사역연합 대표 방선기 목사는 각자 일터에서 소명의식을 회복하는 것이 성속 이원론 탈피를 위해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진단했다.

방 목사는 “교회에서 하는 일과 직장에서 하는 일 모두 똑같이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일이라는 것이 종교개혁의 주요 사상 중 하나”라면서 “초기 청교도들에게는 이 정신이 잘 전수됐지만 지금은 많이 사라진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교회에서는 교회 일만을 하나님의 일이라고 말하고 직장의 일은 먹고 살기 위에 어쩔 수 없이 하는 세상 일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방 목사는 이를 두고 직업의식에 대한 ‘훼손’이라고 표현했다.

직업을 보는 관점에는 세 가지 방향이 있다. △돈벌이 수단인 잡(Job) △출세의 수단인 커리어(Career) △직업이 곧 소명인 콜링(Calling)이 그것이다. 방 목사는 “목사와 선교사만이 소명이 아니다. 각자 일터에서 맡겨진 일 역시 하나님께서 주신 소명”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자칫 일을 너무 중시해 일 중독에 빠지는 것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했다. 일을 돈벌이 수단으로 취급하는 것과 일에 너무 빠져 우상이 되는 것 모두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방선기 목사는 “하나님의 일을 교회의 일로 축소시켜서는 안 된다. 하나님의 일은 창세기 말씀처럼 땅을 정복하고 만물을 다스리는 모든 일”이라면서 ‘하나님의 일’과 ‘교회’에 대한 근본적인 의식전환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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