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정신 회복? ‘개교회주의’ 극복부터시작

한국교회 개혁과제 ⑧공교회성 회복 손동준 기자l승인2017.11.07 15:19:54l수정2017.11.08 13:58l141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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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수위권’ 거부하며 시작한 종교개혁
500년 뒤 한국에서 재현된 공교회성 위기
교회 개혁 출발점으로 공교회성 회복 ‘주목’

한국교회는 예배 때마다 사도신경을 고백한다. 사도신경의 ‘거룩한 공회’를 믿는다는 대목은 우리가 공교회를 믿는다는 뜻을 담고 있다. 그토록 입으로 시인했던 것처럼 우리는 ‘개교회’뿐 아니라 ‘공교회’가 존재함을 믿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오늘날 한국교회에서 이 ‘공교회를 믿는다’는 고백이 점차 무색해지고 있다.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은 올해 많은 이들이 한국교회가 개혁정신을 회복하기 위한 주요 과제로 ‘공교회성 회복’을 꼽고 있다. ‘공교회’라는 단어가 요즘만큼 자주 등장하던 때가 있을까 의문이 들 정도다. 막상 공교회성을 회복하려 해도 공교회성이 무엇인지 모호한 감이 있다. 대체 공교회성이 무엇이기에 그토록 많은 이들이 회복을 주장하는 것일까.

공교회는 헬라어로 ‘카톨리켄 에클레시안’이다. 보통 천주교회를 ‘카톨릭’이라고 부르는 것도 여기서 유래했다. 그러나 카톨릭은 결코 천주교회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이 말은 본래 교회의 본질 가운데 하나인 ‘보편성’을 가리키는 말이다. 따라서 ‘카톨릭 교회’란 천주교회가 아닌 ‘보편적 교회’를 일컫는 말이다. 천주교회가 카톨릭이라는 용어를 오용하고 있는 셈이다.

칼뱅은 ‘기독교강요’에서 “교회에서는 그리스도께서 유일한 머리이시며, 우리는 모두 그의 지배 하에서 그가 제정하신 질서와 조직에 따라 서로 연합된다. 교회에 머리가 없을 수 없다는 구실로 세계 교회 위에 한 사람을 앉히려고 하는 그들은 그리스도를 현저히 모욕한다”고 밝히고 있다. 즉 개신교에 있어서 공교회란 그리스도를 머리로 모신 모든 교회가 하나이며 형제임을 뜻한다.

 

공교회성 회복은 개혁의 시작

그렇다면 종교개혁이 시작되고 500년이 흐른 오늘날 또 다시 공교회성을 회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오늘날 한국교회의 상황 속에서 공교회성 회복은 한국교회 안에 개혁정신을 회복하자는 것과 같은 의미라 할 수 있다. 일부 대형교회 목회자의 문제이기는 하지만, 권력에 밀착하려는 한국교회 경향과 더불어 금권이 위력을 떨치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교회의 일탈이 중세 로마교회의 일탈에 근접하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은혜로운 개교회의 유지를 빙자해 그들만의 세계를 보존하고 권력과 금권, 지위를 지키고자 하는 일부 교인의 과욕이 사회로부터 지탄을 받고 있다.

장차남 목사(온천제일교회 원로)는 “개신교는 중구난방 제각각 움직인다. 교단의 통제력과 자정능력 상실로 모든 문제가 사회법정으로 간다. 교회 연합기구에서 보이는 분열과 추태는 정말 한심스럽다”며 “이런 문제가 교회에 대한 신뢰와 존경을 실망과 반감으로 바꿔놓았다. 반교회적 적대세력과 불순한 음모를 지닌 세력이 생겨났다. 하나님의 공교회라는 인식이 희박해지면서 생겨난 결과”라고 진단했다.

장 목사는 또 “현재의 난맥상 가운데 하나가 거룩한 공교회를 믿는다고 늘 신앙고백을 하면서 사실은 안 믿고 있다는 것이다. 공교회성의 붕괴현상은 목회자의 타락, 교회의 사유화, 목사안수 남발, 연합운동의 궤도 이탈을 가져온다. 교회가 하나님의 몸 된 교회라고 할 때 이런 행태를 함부로 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개교회주의가 만연한 또 하나의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목회 세습이다. 백석대 이호열 교수는 “교회는 기업이나 국가가 아닌 그리스도에게 속한 공동체”라며 “한 교회가 성장해서 수많은 교인을 거느리고 건물을 짓고 부설 학교와 병원을 소유한다 해도, 그것을 개교회가 좌지우지 할 수 있다는 사고는 비신학적이며 반교회적”이라고 지적했다.

이밖에도 한국교회가 잃어버린 공교회성을 회복하기 위해 ‘이명증’을 부활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시되고 있다. 복음자리교회 이세령 목사는 “무조건 ‘내 교회’로 모여들면 그만인 것이 오늘날 한국교회의 현실”이라면서 “이명증도 없이 쇼핑 장소 옮기듯이 성도들이 교회를 옮겨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명증이 없는 한국교회는 공교회성이 상실된 교회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은 올해, 개혁정신 회복을 위한 많은 과제가 제시되고 있다. 그 가운데 ‘공교회성’의 회복은 개혁의 출발점으로 빠지지 않고 등장하고 있다. 공교회성의 붕괴는 목회자의 타락, 교회의 사유화, 목사안수 남발, 연합운동의 궤도 이탈 등 다양한 문제의 원인으로 지목받고 있다.

공교회 차원에서 양극화 막아야

이 목사는 교회 내 양극화 역시 공교회성 상실이 낳은 문제라고 꼽으면서 “목회자간 사례비 격차 증가, 최저생계비도 보장되지 못하는 목회자들이 수두룩한데 이런 상황에서 세상의 양극화 현상에 대해 교회가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칼뱅도 교회의 보편성이 교회의 연합으로 연결돼야 함을 강조했다. 칼뱅은 “우리 모두가 그리스도 안에서 형제”라며 “하나님께서는 모든 신자의 아버지시며 그리스도께서는 그들 모든 신자들의 머리시라는 것을 참으로 확신한다면 그들은 형제애로 연합되지 않을 수 없고, 또한 그들이 받은 은혜를 서로 나누지 않을 수도 없다”고 말했다.

‘내 교회’를 넘어선 ‘우리의 교회’로 개교회주의를 극복하고 이웃의 교회의 어려움을 나눠 지는 결단이 필요하다. 그중 시급한 것이 은퇴 목회자들에 대한 처우문제다. 수년 전 서울의 모 대형교회가 불명예스럽게 은퇴하는 담임 목회자에게 13억원의 전별금을 지급했다는 소식이 세상을 놀라게 한 적이 있다. 해당 목회자가 이 돈이 적으면 적었지 많지 않다고 했다는 후문은 사회를 경악케 했다. 한국교회의 70%를 차지한다는 미자립교회나 농어촌교회의 경우 은퇴 목회자에 대한 처우가 전무한 실정에서 ‘억소리’ 나는 전별금 소식은 경악을 넘어 허탈함을 느끼게 한다.

국민연금공단이 펴낸 ‘성직자 노후보장 실태와 국민연금 가입제고 방안’을 토대로 살펴보면 개신교 성직자 4명중 1명은 마땅한 노후준비 수단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목회자의 34%는 ‘노후에 대해 매우 걱정한다’고 답했고, 은퇴 후 가족으로부터 경제적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무려 목회자의 88.9%가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개신교 목회자의 노후를 준비하는 방법으로는 가장 많은 49.6%가 ‘종교단체(교단) 제공 연금제도’를 선택하고 있었고 이어 34.7%가 ‘공적연금제도’에 의존하고 있었으나 이는 국민 전체 평균의 절반가량에 불과했다. 종교단체에서 제공하는 자체적인 노후보장제도 역시 급여수준이나 적용범위 측면에서 상당히 열악하다.

실천신대 정재영 교수(종교사회학)는 “그나마 연금제도를 운영하는 곳도 주요 8개교단 정도”라고 소개하면서 “교단 차원에서 힘을 모아야 한다”고 밝혔다. 정 교수는 이어 “교단을 넘어 한국교회 차원에서 재정적으로 여유가 있는 교회들이 형편이 어려운 교회의 목회자들을 위해 더 많은 재정적 부담을 감당할 필요가 있다. 그것이 한국교회가 공동체성을 회복하고 공교회성을 실현하는 길”이라고 덧붙였다.

손동준 기자  djson@igood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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