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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12.17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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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호프와 함께하는 ‘생명목회이야기’ (35)

이 세상에는 죽음을 일컫는 말들이 여러 가지가 있다. 그것은 죽음의 원인이 그만큼 다양하다는 뜻이다. 단순한 병이 원인이 되어 죽은 병사(病死)에서부터, 사고를 당하여 죽는 사고사, 전쟁터에서의 죽음을 말하는 전사, 타인에 의해 죽음을 당하는 타살에서부터 스스로 자신을 살해하는 자살이라는 것까지 다양하다.

이러한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생각되는 것이 인간의 공격성이다. 사회심리학자인 에릭 프롬은 공격성을 양성과 악성으로 나누어 설명한 적이 있다. 양성은 단순히 자신의 생존을 위해 본능적으로 나타내는 공격성이다. 악성의 공격성은 이와 다르게 생존 때문이 아니라 분노나 자신의 유익 추구나 혹은 기타 심리적인 원인에 의해서 나타나는 불필요한 공격성을 의미한다.

에릭 프롬은 악성의 공격성이 인간에게서만 두드러지게 나타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죽음에 대해서 말하면서 공격성을 갑자기 언급하는 이유는 집단적인 죽음, 즉 학살이라는 것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바로 ‘제노사이드(genocide)’이다. 히틀러의 나치정권에 의해 저질러진 유태인 학살이 대표적인데, 이러한 끔찍한 일이 20세기에도 아프리카나 보스니아 전쟁과 같은 데서도 인종 청소라는 미명 하에 일어났었다.

그러면 자살이라는 문제에서는 어떤가? 며칠 전 교육방송에서 2부작으로 ‘삶과 죽음의 그래프’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방영하였다. 그 내용은 ‘이코노사이드(econocide)’에 대한 것이었다. 이코노사이드란 ‘경제’를 의미하는 이코노미(economy)와 ‘죽임’ 혹은 ‘살해’를 의미하는 사이드(cide)라는 단어를 합친 말로 ‘경제적 이유로 자살하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적으로 보면 1928년 전 세계적으로 불어 닥친 대공황기에, 우리나라는 지난 1997년 IMF 사태 때 자살률이 급속히 높아졌었다. 다큐멘터리는 2011년부터 2012년의 2년 동안 그리스 자살률을 분석했을 때 정부 지출이 1% 감소할 때마다 자살률이 0.43% 증가한다는 통계적 결과를 소개하면서 개인의 자살이 단순히 개인적인 원인이 아니라 경제적인 상황이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밝히고자 하였다.

우리나라는 지금 거의 10년 동안 전 세계적으로 자살률 1위라는 자랑스럽지 못한 이름을 갖고 있다. 이것을 분석해 보면 청소년 죽음의 원인 중 자살이 1위이고, 노년층의 자살과 청장년층의 자살의 원인도 분석해 보면 질병과 경제적인 원인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또한 종종 노동 현장에서 일어나는 노동자들의 자살의 경우는 더욱 직접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나라 살림이 어려워지면 대부분의 국가에서 정부는 긴축이나 혹은 복지 예산을 줄여서 위기를 극복하려는 정책을 시행하고자 한다. 그런데 이번 다큐멘터리에서는 아이슬란드의 실례를 들어 그 보다는 오히려 복지 예산을 늘리고 실업문제를 집중적으로 해결해 가는 노동 정책을 폄으로써 위기를 극복했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여기에는 물론 저소득층의 세금은 내리고 고소득층의 세금을 인상함으로써 고통을 분담하려고 한 정책이 포함된다.

이미 뒤르껭이 암시한 바와 같이 자살의 원인과 형태는 단순하지는 않다. 죽음이라는 것이 모든 사람이 일생에서 마지막 넘어가야 할 문지방 같은 관문이라면, 이 죽음과 그 한 형태인 자살에 대한 이해 역시 살아가는 것만큼 깊어야 할 것이다. 여기에는 개인의 심리 정서와 정치 경제 상황에 대한 사회심리학적 이해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다.
                               노용찬 목사(라이프호프기독교자살예방센터 공동대표. 서호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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