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4] 원로 목사제도, 폐지해야 하나?
상태바
[특별기획 4] 원로 목사제도, 폐지해야 하나?
  • 공종은 기자
  • 승인 2011.02.10 08: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법이 보장하지만 현실적 뒷받침은 미미

최근 들어 논란이 증가하고 있는 ‘원로 목사 제도’. 지금처럼 계속 유지해야 하는지, 아니면 과감히 폐지해야 하는지를 놓고 갑론을박 신경전이 팽팽하다. 특정 교회에서 일정 기간 이상(교단마다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20년 이상) 목회하고 은퇴할 경우 ‘원로 목사’로 추대되지만, 최근 이 제도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면서 논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 제도를 둘러싼 갈등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원로 목사 제도에 대한 공식적인 문제 제기는 예장 고신총회가 처음. 지난 2009년 5월, 현직 원로 목사가 교단 신문에 글을 기고하면서 파장을 일으켰다. 당시 글을 기고했던 인물은 고신총회 총회장을 지냈던 정판술 목사. 자신이 시무하던 부산 사직동교회의 원로 목사이기도 한 정 목사는 “지구상에 유일하게 한국 교회에만 있는 제도이지만, 장점보다는 폐단이 많은 것이 문제”라고 지적하고, 폐지를 찬성하는 이들이 61.7%에 달한다는 조사결과도 함께 제시했다.

그렇다고 반발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교단 내 헌법개정위원회는 “주님의 몸된 교회를 위해 충성을 다해 온 지도자들에게 명예로운 칭호와 함께 개 교회의 형편에 따른 예우는 정당하다”는 주장과 함께 “미국의 북장로교회(PCUSA)는 1788년 교회정치에 원로 목사 제도를 채택했고, 미국 연합장로교회(UPUSA)도 1967년 교회정치 개정판 제21장에 원로 목사 조항을 기재했다”고 맞받아쳤다.

또한 “미국 교회나 한국 교회가 제도 안에서 묵묵히 순종해 온 것은 성경적으로나 신학적으로 바른 신앙에 기초해 입안됐고, 그동안 아름답고 선한 열매들이 있었다”는 말도 덧붙였다.

결국 원로 목사 제도 문제는 폐지로 가닥이 잡힌 채 9월 총회에 헌의됐지만 헌법 개정안 전체가 1년 간 보류됐다. 1년 후 열린 총회에서 고신총회는 ‘원로 목사 제도는 존속시키되 권한을 축소’하는 방안을 채택했다.

개 교회에서의 대립은 더 현실적이고 직접적이다. 연초부터 사회적 이슈로까지 부상했던 소망교회의 문제가 그렇고, 광성교회, 수원 동부교회 등 많은 교회들이 원로 목사와 후임 목사와의 갈등으로 심각하게 대립하고 고민하고 있다.

그렇다고 원로 목사와 후임 목사만의 문제는 아니다. ‘교수’와 ‘선교사’. 이들의 경우 대학이나 선교 현장에서 20년 이상을 근무해도 원로 목사로 인정되지 않기 때문. 그나마 교수들의 경우 교육공무원으로서 연금제도의 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선교사들은 은퇴 후에도 아무 보장 없이 빈손으로 사역지를 떠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들의 경우 목회자들의 은퇴보다 더 현실적인 벽에 부딪힌다.

#법과 현실의 극명한 차이
이제 원로 목사 제도는 법의 범위를 넘어 감정의 대립으로 치닫고 있다. 그리고 단순한 갈등의 구도가 아니라 권력의 대립구도로 확산되는 모습마저 보이고 있어 교계와 사회의 우려가 크다.

그렇다고 원로 목사 제도를 폐지할 수는 없는 일. 교단이 법적으로 이 지위를 보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원로 목사로 추대됐다고 해서 모두가 교회의 지원을 받는 것 또한 아니어서 원로 목사 제도에 대한 찬반은 극명하게 엇갈린다.

현직 목회자들은 “원로 목사의 내려놓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김인환 목사(성은교회)는 “목회 일선에서 물러난 후에 느끼는 괴리감과 허탈감은 이해하지만 적당한 선에서 그쳐야 한다”고 말하는데, “이것을 무시하는 것은 교회의 사유화 욕심 때문에 그런 것이며 이것이 지켜질 때 한국 교회의 건강성은 회복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반면 “원로목사 제도 때문에 불이익을 당하는 선한 목회자들도 있겠지만, 제도를 폐지하기보다는 선의의 피해자들을 합당하게 예우하는 법조항을 명문화하면 될 것”이라며 “주님의 몸된 교회를 위해 충성을 다해 온 지도자들에게 명예로운 칭호와 함께 개 교회 형편에 따른 예우는 정당한 것이기에 원로목사 제도는 결코 변개할 수 없다”는 주장도 강한 설득력을 갖는다.

원로 목사 제도에 대한 이해와 판단은 이처럼 교회의 상황과 개인의 이해에 따라 극명하게 엇갈린다. 그러나 결국은 개 교회와 교단의 몫. 헌법이 보장한다 해도 개 교회 형편에 따라 유명무실할 수 있는 제도이기 때문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