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2] 원로 목사, 교단은 없고 교회만 떠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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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2] 원로 목사, 교단은 없고 교회만 떠맡아
  • 최창민 기자
  • 승인 2011.01.13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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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편적 기준 제시하고 노후대책 강화해야

2. 원로 목사 제도의 현황과 대안

연초에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소망교회 담임목사 폭행사건의 근본적인 원인은 한국 교회의 고질적인 원로, 후임 목사간의 교권다툼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현직 대통령이 다닌 교회에서 지나치게 여론화된 경향이 있지만, 이는 대형교회만의 문제는 아니다.

한국 교회는 교회의 부흥기였던 1970~1980년대 개척해 이제 리더십 교체와 원로 목사를 준비하게 된 교회들이 최근 늘어나고 있다. 당연히 한국 교회는 리더십 세대교체의 경험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이에 본지는 예장통합, 합동, 고신, 백석 등 장로 교단들의 헌법에 명시된 원로 목사 제도를 살펴보고 교단적 차원의 대안을 모색했다.

# 주요 장로 교단, 교회에만 맡겨져
조사결과 장로교 대다수 교단이 원로 목사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또 주요 교단들은 문구와 표현은 다르지만 그 내용은 유사하다. △한 교회에서 20년 이상 시무하고, △당회의 발의와 공동의회의 과반수 가결, △노회의 허락의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구체적인 시행 방법이나 예우 등에 대해서는 개별 교회들의 형편에 따르도록 돼 있다. 교단이 보수, 예우 등에 대해 간섭하거나 제동을 걸 수 있는 장치는 없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헌법에는 원로 목사에 대해 “한 교회에서 20년 이상을 계속 시무하던 목사가 시무를 사면할 때 교회가 그 명예를 보존하기 위하여 원로 목사로 추대한 목사”라고 명시했다. 또 원로 목사는 공동의회에서 가결하여 노회의 허락을 받아야 하고, 그 예우는 지교회의 형편에 따른다고 적혀있다. 예식은 당회가, 선포는 노회가 하도록 돼 있다.

예장 합동 헌법도 비슷하다. 원로 목사에 대해 합동 헌법에는 “동일(同一)한 교회에서 20년 이상 시무한 목사가 연로(年老)하여 노회에 시무 사면을 제출하려 할 때에 본 교회에서 명예적 관계를 보존하고자 하면 공동 의회를 소집하고 생활비를 작정하여 원로 목사로 투표하여 과반수로 결정한 후 노회에 청원하면 노회의 결정으로 원로 목사의 명예직을 준다”고 기록했다. 문구만 다를 뿐 내용은 통합과 다르지 않다.

이는 예장 고신도 마찬가지다. 고신은 “한 개체교회에서 20년 이상 시무한 목사가 노후에 시무를 사면할 때, 그 교회에서 추대 절차에 따라 원로 목사로 추대 받은 목사”라고 적시했다. 추대 절차는 “당회의 발의로 공동의회에서 추대결의 하고, 생활비를 정하여 노회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 일부 교단 예우 명시했지만 미흡
예장 백석은 다른 교단에 비해 원로 목사의 문턱이 낮다. 백석은 “한 교회에서 근속 15년 이상을 시무하던 목사가 노후에 시무 사면 할 때 본 교회에서는 그 명예직 관계를 보존키 위하여 공동의회 과반수 결의로 사례금을 작정하여 원로 목사로 추대하여 노회에 보고하며 노회는 원로 목사의 명예직을 준다”고 적시했다.

타 교단의 시무 기준이 20년 이상인데 반해, 백석은 15년 이상이다. 또 예우에 대한 부분도 명시했다. 백석 헌법에 따르면 “사례금은 본인은 매월 당회장의 본봉 100%, 본인 사망 시 미망인에게는 50%를 지급하며, 또한 본인 부부 사망 시 미성년 유자녀에게 30%를 지급한다”고 돼 있다. 교단이 구체적으로 예우를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또 94회 총회에서는 원로 목사가 은퇴 시 사례비를 일시불로 지급받을 수 있는 규정도 신설했다.

기독교대한하나님의 성회는 원로 목사에 대한 예우가 보다 명확히 규정돼 있다. 기하성 헌법에서 원로 목사는 “본회에서 25년 이상 목회한 자로서, 한 교회에서 20년 이상 시무한 담임목사라야 한다”고 명시했다. 예우는 타 교단보다 더 구체적이다. “소속교회는 반드시 은급을 지급하되, 담임목사 최종 연봉의 70% 이상으로 한다. 단, 원로 목사의 소천 후 은급은 사모가 생존 시까지 담임목사 연봉의 50% 이상으로 한다”고 규정했다.

기하성은 또 “은급 미지급 시에는 현 담임자는 면직 사퇴되며 교회가 책임진다”고 밝혀 교회의 은급 지급에 대한 강제규정도 명시했다. 여기에 원로 목사는 “80세까지 당회장이 되고 치리권이 있다.”, “은퇴해도 교회가 원하면 당회장으로 복귀할 수 있다”고 규정해, 원로가 된 후에도 상당기간 교회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장치를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있다.

원로 목사 규정 자체가 없는 교단도 있다. 기독교대한감리회는 원로 목사에 대한 규정이 별도로 마련돼 있지 않다. 다만 은퇴교역자는 교단 은급재단에 가입된 목회자만 은퇴 후 은급금 급여를 받을 수 있다. 

# 합리적 기준 제시, 노후대책 강화 필요
한 교회를 오랫동안 섬기고 헌신해온 목사를 은퇴 이후 예우하고 생계를 돕는다는 원로 목사 제도의 본래 취지에 대해 반대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러나 현재 교단들의 원로 목사 규정은 예우 및 사례에 있어서 시행 규칙이나 권고 없이 개별 교단에 맡기다 보니 쉽게 세속화되고 변질될 수 있다는 맹점을 안고 있다.

성서한국 사무총장 구교형 목사는 “원로 목사 제도가 목회자의 은퇴 후 자신의 안위를 위해, 영향력을 확대하는 정치적 방편으로 이용되는 경우가 많다”며 “과도하게 물질을 요구하는 경우, 교회 내에서 담임 목사 보다 더 큰 영향력을 갖고 흔드는 경우가 그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원로 목사의 예우를 교회 자체적으로 준비하다보면 보편적이고 상식적인 수준이 아니라, 영향력이 큰 목사는 과도하게, 영향력이 적은 목사는 지나치게 적게 받는 경우가 생길 수밖에 없다”며 “사례나 예우, 퇴직금 등을 비정상적으로 과도하게 지급하지 못하도록 교단에서 제도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사례비 기준이 제시된 교단도 교회 형편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구 목사는 “일부 교단이 사례비 기준을 제시하고 있는 것은 바람직할 수 있지만, 교회 형편을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적용하면 중소형 교회들의 경우 교회 운영의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고령화 시대를 맞아 목회자들의 은퇴 이후의 삶도 길어졌다. 이 때문에 뾰족한 노후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거나 은퇴 후 마땅한 소득원을 찾지 못한 목회자들이 교회를 떠나면서 무리하게 사례비를 요구할 수밖에 없는 형편으로 내몰린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교단 내 은퇴 목사들을 위한 연금제도와 복지를 강화해 노후에 대한 불안을 덜어줄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 교회 원로 목사 제도의 바람직한 운영과 정착을 위해서는 원로 목사 자신은 물론, 담임 목사와 교회, 교단 등이 함께 노력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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