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락·윤득형 박사 초청…‘웰 다잉 목회’ 주제
노인 위한 기독교 의례 필요, 애도상담 논의도
우리나라는 초고령화사회에 진입했지만, 한국교회 안 ‘웰 다잉’을 준비하기 위한 마땅한 의례는 없는 실정이다. 이 가운데 하나님 안에서 지나온 삶을 정리하고 구원의 확신을 갖고 평안한 죽음을 맞이하도록 돕는 ‘기독교 의례’를 고찰하는 시간이 마련됐다.
9일 신촌성결교회 아천홀에서 열린 ‘제42회 신촌포럼’에서 서울신대 예배학 교수 김형락 박사는 ‘마주한 죽음? 그것을 위한 기독교 의례 : 나, 우리, 하나님의 기억과 이야기 속에서 죽음을 맞이하기’를 주제로 발표하며, 노년기 웰 다잉을 위한 ‘기독교적 모범의례’를 제안했다.
김 박사는 “죽음을 마주한 노인들을 위한 기독교 의례는 그들의 마지막 삶을 보다 성숙하고 높은 경지로 정리하게 만들고, 자손들 및 공동체와의 관계 재정립을 통해 환대의 공동체로 인도할 좋은 기회”라며 “한국교회가 이 부분에 좀 더 관심을 갖고 새로운 의례들을 구성·수행한다면, 한국사회에 더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필요성을 언급했다.
특히 바른 신학을 토대로 여러 목회 현장에 접목할 수 있는 기독교 의례가 요청된다고 힘주어 말한 그는 △지금까지의 삶에 만족하기 △타인과 좋은 관계로 재정립하기 △죽음을 피하거나 두려워하지 않고 편안하게 마주하기 등 세 가지 조건을 웰 다잉을 위한 기독교 의례가 충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박사는 “죽음을 앞둔 사람들은 스스로 이런 성찰과 변화를 경험하기는 어려워 종교에 의존하려 한다. 그러나 한국교회에서는 이 역할을 감당할 만한 적당한 기독교 의례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 박사는 직접 연구한 웰 다잉을 위한 기독교 모범의례(표준의례가 되기 위한 모델)를 대안으로 제시하면서 다음의 네 가지 요소로 구성돼야 한다고 설파했다. 구체적으로 △나를 기억하고 나의 이야기를 하는 것 △나의 가족과 친지 등 주변인과의 관계와 기억을 이야기하는 것 △하나님 앞에서 나의 삶을 고백하는 것 △화해와 용서 그리고 거룩한 교통을 위한 성만찬 거행 등이다.
김 박사는 “중요한 것은 의례가 한 번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전후로 ‘목회적 돌봄’이 병행돼야 한다는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핵심은 자신이 인생에서 맺어온 ‘관계’를 둘러싼 ‘기억’과 ‘이야기’다. 나 자신과 타인, 그리고 하나님과의 관계를 기억하고 이야기하는 것은 생의 마지막을 어떻게 마감할지 결단을 촉구하는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부 ‘기억과 나눔’ 2부 ‘말씀의 예전’ 3부 ‘성찬예전’ 등으로 기독교 의례를 요약한 그는 “이 같은 시범적 기독교 의례의 구성은 추후 셀지 현장에서 거행되면서 피드백을 반영해 수정을 거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박사는 “이 의례를 통해 참여자는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며 정리하는 분리의 단계와, 나와 맺은 모든 이들과의 관계를 성찰하고 용서와 화해의 커뮤니타스로 전이하는 단계, 그리고 하나님의 임재하심을 경험하는 말씀과 성만찬을 통해 모두가 거룩한 교통을 하는 통합의 단계를 맞게 될 것”이라며 “다만 이 의례는 모범의례로써 표준의례가 되기까지는 향후 시범적으로 거행되면서 피드백을 반영해 수정을 거듭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두 번째 발제자로 나선 한국애도심리상담협회 회장 윤득형 박사는 ‘삶은 죽음을 통해 성장하고, 슬픔은 표현됨으로 치유된다’를 주제로 신앙공동체의 ‘애도 상담’의 중요성을 설파했다.
교회의 ‘죽음교육’ 역할을 강조한 윤 박사는 “삶과 죽음은 동전의 양면처럼 우리 삶에 공존하고 있다.하지만 현대인들은 죽음을 생각하고 사는 게 아니라 마치 죽음이 없는 듯 살아간다”며 “죽음교육은 첫째, 유언장이나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 장례계획을 세우는 등 실제적 준비와 삶의 의미와 가치를 성찰하는 것과 둘째, 남겨진 자를 위한 슬픔 치유 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우는 자와 함께 울라’는 성경 말씀을 따라 교회와 신앙공동체는 서로 기쁨과 슬픔에 참여하는 영적동반자로서 유가족들의 애도에 동참할 책임이 있다”면서 “목회자는 사별자를 위한 안전한 공간을 제공해줘야 하고, 좋은 애도를 위한 분위기와 여건을 마련해줘야 한다. 기독교 신앙공동체는 영적 자원을 충분히 활영해 다각적 차원의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이 일에는 목회자 뿐 아니라 전 성도가 나서야 한다는 윤 박사는 “평신도 리더 등 전체 구성원들이 사별 애도에 대한 바른 인식과 이해를 가져야 한다. 부디 우리 교회가 상실의 아픔으로 힘들어하는 유가족들에게 위로와 회복을 안겨주는 목회를 펼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신촌포럼 대표 박노훈 목사는 이날 개회사를 통해 “인구 출생이 아닌 소멸의 시대 ‘우리는 어떻게 죽음에 대응하 평안과 소망의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라는 고민에서 오늘의 논의가 출발했다”며 “성경 속 야곱처럼 모두가 부활에 소망을 두고 평안히 눈을 감는 모습은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남긴다. 웰다잉과 애도 등에 대해 깊게 성찰해보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인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