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3] 건강한 승계는 교회 부흥의 시금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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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3] 건강한 승계는 교회 부흥의 시금석
  • 최창민 기자
  • 승인 2011.01.25 11: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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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담임목사 건강한 리더십 승계의 사례

한국 교회 역사가 한 세기를 넘어가면서 원로목사와 담임목사의 리더십 승계 사례도 많아지고 있다. 이들 중 원로목사와 담임목사를 둘러싼 교회 내 교권 다툼을 잘 극복하고 건강한 리더십을 세운 교회들이 의외로 많다.

사실 20년 이상 한 목회자에 의해 일궈진 교회의 영적 토양을 단시간 내에 바꾸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리더십 교체기에는 담임 목사뿐만 아니라 교회 구성원 모두의 노력이 병행돼야 함은 물론이다. 그러나 신학교에서는 그 방법을 가르쳐주지 않는다. 목회 현장에서도 리더십 승계에 대한 조언을 듣거나 멘토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 목회자 개개인의 신앙적 양심에 따라 행동하는 방법 밖에 없는 것일까. 보편적인 건강한 리더십 승계의 비법은 무엇일까.

# 건강한 승계, 교회 부흥으로 연결돼
경북의 한 교회 원로목사는 당회 참석이나 결혼 주례 등 일체 교회 행사를 사양했다. 후임목사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서였다. 이 교회 후임목사는 새해 첫날에 반드시 부부가 원로목사를 찾아가 세배를 하면서 예우했다.

광주의 한 교회는 목회 경험이 전혀 없는 교수 출신 젊은 목사를 후임으로 세워다. 이 원로목사는 퇴임 후 설교는 물론, 결혼 주례, 길흉사, 축도 등의 요청에 한번도 응하지 않았다. 교인들의 마음이 갈라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고 한다. 이후 교회를 3배나 부흥시키고, 원로목사 자녀인 장로와 권사들과도 형제처럼 지냈다. 후임목사는 원로목사가 있는 것이 목회에 도움이 됐다고 말한다.

서울의 한 교회 원로목사는 3년 전 교회를 떠난 이후 자신에게 찾아와 불평하는 교인들을 단호히 물리쳤다. 자신과 함께 교회를 세웠던 교인들이지만 ‘왜 나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느냐’고 호통치고 돌려보냈다는 것이다. 후임 목회자의 리더십을 세워주기 위해 독한 마음을 먹은 것이다. 후임목사도 교회의 리더십과 교회 운영 원칙 등을 크게 바꾸지 않고 기존 방식을 존중했다. 그리고 점진적으로 교회 운영을 바꾸면서 자신의 리더십을 세워가고 있다. 이후 교회는 해마다 5~10%씩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안정적으로 교회 리더십을 승계한 사례들을 살펴보면 원로목사와 담임목사 공동의 노력이 엿보인다. 원로목사는 자신의 리더십을 내려놓는 과정에서 결단과 함께 단호한 의지가 요구된다. 반면 후임목사는 원로목사에 대한 예우와 점진적인 리더십 교체를 위한 지혜, 원로목사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버리지 않는 것이 필요하다.

리더십 교체기의 긴장 상태를 잘 극복한다면 교회가 오히려 이전보다 부흥, 성장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도 알 수 있다. 교회도 진통과 어려움을 겪으면서 성숙한 공동체로 거듭나는 경험을 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다.

# 원로와 후임목사 ‘배려와 존경’
지난 2007년 퇴임한 무궁교회 장달윤 원로목사. 그는 은퇴하면서 교회로부터 받은 6억여 원 상당을 퇴직금과 아파트 등을 교회에 헌납했다. 평생 사례비로만 살아왔기 때문에 형편이 그리 넉넉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는 교회가 자립하지 못한 상황에서 거액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또 그는 정년보다 2년 앞서 퇴임했다. 나이 많은 목회자가 담임을 오래하면 교회가 바로 설 수 없을 것이란 생각에 당회를 설득해 3년 전 정년을 68세로 고친 것이다.

장달윤 원로목사는 목회상담원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한 칼럼에서 “목회도 전쟁이다. 원로목사가 20년 이상 목회한 자리를 무난히 메우기는 쉬운 일이 아니”라며 “어떤 목회자라도 그 자리를 이어받았다면 눈물과 기도로 견뎌낼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후임목사들에게 △원로목사의 존재를 인정하고 존중할 것 △아무리 힘들어도 원로목사 때문이라는 말을 하지 말 것 △원로목사 반대 그룹을 만들지 말 것 △3년 간은 교회 행정, 주보, 교회 분위기 등을 갑자기 고치려하지 말 것 △원로목사와 가까운 성도들과 의도적으로 관계를 끊으려 하지 말 것 등을 조언했다.

그는 원로목사의 몇 가지 유형도 소개했다. △교회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이사 가고 교회에 특별한 일이 아니면 나타나지 않는 형 △한 달에 한번 예배에 참석하고, 설교나 주례는 협조 요청이 있을 때만 응하고 일체 사절하는 형 △그 교회에 출석하지만 어떤 기대나 바람도 갖지 않고 한 교인으로서만 처신하는 형 △계속 설교하고 사사건건 간섭하는 형 등이다.

장 목사는 “평생을 교회를 위하여 헌신봉사 하였다면 은퇴 후 선을 넘지 않고 헌신 봉사의 마음으로 직간접으로 그 교회를 돕는 일만 하고 인생 골인해야 아름다울 것”이라며 “어느 형이 진정 교회를 위하는 처신 형 인가는 정답이 없다. 각자 신앙양심에 따라 마음을 비우고 교회를 진정 위하는 편에 선다면 된다”고 조언했다. 이어 “원로는 후임을 배려하고 후임은 원로를 존경하는 마음자세를 가짐이 가장 아름답고 좋은 처신 법”이라고 덧붙였다.

# 생계형 제도에서 명예직으로
원로목사 제도는 한국에만 있는 독특한 제도다. 이 제도가 생겨난 것은 은퇴 후 목회자들의 생계대책이 불확실한 때문이기도 하지만, 선후배나 연공서열을 중시하는 유교적 전통의 영향 탓도 있다.

그러나 최근 노후 대비, 금전적 문제, 생계 등과 연관되다보니 교회 분란으로 번지는 경우가 비일비재 하다. 교회 재산에 대한 사유화 문제, 교회 세습 문제 등도 원로목사 제도가 부른 병폐가 아닐 수 없다. 이 때문에 원로목사 제도를 교단 연금제도 등으로 대처하고 명예직으로 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해외에는 원로목사 제도가 없다. 미국 감리교는 은퇴한 목회자는 교회에서 500마일 이상 떨어진 곳에 살아야 하는 것이 법으로 규정돼 있다. 교회 근처에 살면서 영향을 미치지 말라는 의미가 담겨 있는 것이다.

미국 장로교 헌법에는 “어느 담임목사나 부목사가 은퇴할 무렵 교인들이 그들에 대해 존경과 사랑에 감동되어 명예관계(honorary relationship)를 계속 유지하고 싶을 때, 정기공동의회에서 사례, 목회적 권한이나 의무에 상관없이 그를 명예 목사로 할 수 있다. 이 결정은 교회의 화평을 위해서 이런 관계가 지혜로운 것인지의 여부를 노회목회 위원회와 자문을 한 후에만 취할 수 있다"고 규정되어 있다. 노후나 생계와는 관계없이 명예직으로만 존재할 뿐이다.

해외 사례를 무조건 따를 필요는 없지만, 명예로운 은퇴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교회 구성원은 물론, 교단과 공교회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사회복지, 해외 선교, 노인 대학 등 은퇴 후 목사들이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거나 은퇴목회자들을 위한 교회를 설립하는 문제 등도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생계에 치중돼 있는 최근 한국 교회의 원로목사 제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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