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인의 자녀교육 한성대 이사장 손봉호 장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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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인의 자녀교육 한성대 이사장 손봉호 장로
  • 승인 2004.06.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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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와의 만남<6>

“이웃을 섬기는 부모의 삶이 살아있는 교육”

중국의 철학자 맹자는 “아이가 우물에 떨어질 때 모두 놀라고 불쌍해하는 마음을 가지게 되며 이것은 사람에게 본래부터 있는 측은지심, 즉 깊이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누가 이웃입니까’라고 묻던 제자에게 예수께서는 강도만난 사람을 구해준 사마리아사람이 이웃이라고 대답하셨다. 사람을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야말로 그리스도인이 가져야할 가장 기본적인 덕목이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손봉호장로(한성대 이사장·영동교회)는 ‘측은지심’을 아는 사람이었다. 그가 살아온 삶이 측은지심을 증명하고 있으며 그의 말과 행동이 늘 사람을 향해 열려있다. 나보다 어려운 사람은 없는지 내가 이웃을 위해 할 일이 무엇인지를 먼저 찾아 몸소 실천하는 이 시대의 참 크리스천이다. 그런 아버지를 보고 자란 아이들에게 의도적인 교육은 필요없었다. 부모의 삶 자체가 교육이었고 지금 장성한 아이들도 아버지처럼 살기를 희망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대에서 석사학위까지 받고 결혼 후 벨기에 유학길에 올라 부모의 도움을 거절한 채 유학생활을 하고 있는 아들 화철군과 이대를 나와 서울대병원 임상심리사로 일하며 환우를 보살피는 딸 정아양이 손봉호이사장의 자랑이다.

거짓말한 아들에게 처음으로 체벌

“자식자랑은 팔불출이라고 해서 한번도 입밖에 낸 적 없는데…, 우리 아이들은 속을 썩인적도 없고 다들 잘 알아서 했어요. 그런 의미에서 저는 참 복받은 아버지였던 것 같아요.”

화철군도 정아양도 모두 “공부하라”는 잔소리 한번 들은 적이 없다. 오히려 부모에게 “잠 좀 자라”는 잔소리를 들으며 자랐다. 가난한 유학시절, 그리고 국내에서의 교직생활까지 한번도 풍족한적 없었지만 한번도 불행하다는 생각을 해본적이 없다. 상도동 근처에서 줄곧 살아오면서 아이들은 자신보다 어려운 사람들을 보며 감사함을 배웠다. 감사함보다 일종의 죄의식을 안고 살았다는 것이 더 정확하겠다.

살아가면서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이익이 되는 사람으로 자라주는 것 그것이 아버지의 바램이었다. 그렇다고 한번의 말썽도 없었을리 만무하다. 큰 아들이 초등학교 시절 학교에서 받아온 성적표에 “과제물을 잘 해오지 않는다”는 선생님의 지적이 있었다. 중간중간 확인할 때마다 “다 했어요”라고 대답했던 아들의 말은 거짓이었다.

“제가 기억하기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아들에게 매를 들었던 것 같아요. 아주 호되게 야단을 쳤죠. 거짓말은 안된다는 것은 가르쳐야 했으니까요. 그 이후로 아들녀석이 저짓말한적은 한번도 없습니다. 이번 어버이날 아들이 보낸 편지에 초등학교때 아버지에게 맞은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고 써보냈더군요.”

손이사장의 아이들은 청소년시절 자원봉사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큰 아들은 중학교때 사귄 장애인친구와 아직도 절친한 우정을 유지하고 있다. 밀알선교단을 통해 장애인선교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아버지의 영향이었다. 굳이 입술로 “장애인도 네 이웃이다”라고 이야기할 필요가 없었다. 그는 장애인초청 집회가 열릴 때마다 홀로 거동조차 할 수 없는 중증장애인들을 집으로 데려다 민박을 하곤했다. 초등학생이던 어린 나이에 중증 장애인을 처음 접한 아이들은 겁을 내고 무서워하다가 점차 관심을 보이게 됐고 시간이 흐르자 스스럼 없는 친구가 되었다.

손이사장 자체가 보수적인 교단에서 신앙훈련을 받은 탓에 신앙교육은 전적으로 교회에 맡겼다. 한번은 아들 앞에서 “나는 학창시절 주일에는 다른 일을 하지 말라는 가르침을 따라 교회에만 가고 공부도 하지 않았다”는 추억을 털어놓았다. 그 이야기를 들은 아이들은 주일만 되면 교회에 나가 하루종일 교회일에만 매달렸다. 학교에서 주일 보충수업을 마련했지만 아이들에겐 교회가 우선이었다. 고3 학력고사 직전까지 아들녀석에겐 공부보다 교회가 우선이었다. 가끔 속이 타기도 했지만 아이들은 그만큼 모자라는 공부를 알아서 보충하는 지혜를 가지고 있었다.

남의 일에도 눈물쏟던 어머니

굳이 그가 자녀교육을 위해 의도적으로 행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TV를 들여 놓지 않은 일이다. 학교에 갔다온 아이들이 “친구들이 무슨 프로그램을 보았다고 하는데 대화에서 소외되었다”고 투정할 때면 “그런 시시한 것에 얽매이지 말라”며 자존감을 불어 넣어 주었다. 흔한 과외 한번, 촌지봉투 한장 내민적 없지만 매년 학년이 끝나면 아내 박성실권사가 떡을 지어 학교로 찾아가 선생님께 감사의 뜻을 전하곤 했다. 세숫물도 다시 변기에 사용하고 낡은 것은 기워 입고, 전기는 한두곳만 켜두는 몸에 밴 절약은 아이들에게도 습관화되어 있다. 지나친 풍족함을 죄로 여기는 겸손한 삶이 그와 가족들의 모습이다.

사실 손봉호이사장이 사회를 향해 그리스도의 소리를 내는 일은 한두가지가 아니다. 생활개혁운동, 경제정의실천운동, 기독교윤리실천운동, 공명선거, 장애인선교, 호스피스까지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다. 그가 하는 일은 모두 성경을 바탕에 둔다. 하나님이 보시기에 옳은 것은 옳다고 밀고 나가는 것이 그의 신앙이다. 그런 그의 신앙은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았다. 남을 측은히 여기는 마음은 그 옛날 하나의 기억에서 비롯됐다.

“학교에 다녀오는 길에 죽은 아이를 업고 병원을 찾아가는 한 엄마를 보았습니다. 저에게 길을 물었지요. 병원으로 향하던 중에 아이는 이미 숨을 거두었던 것 같아요. 그 여인은 전혀 다른 방향의 길을 가고 있었고 저는 찾아갈 길을 알려주고 집에 와서 어머니에게 돌아오는 길에 있었던 이야기를 해드렸습니다. 그 이야기를 들은 어머니는 밤새 눈물을 흘리셨습니다. 잠 한 숨 못 주무시고 얼굴도 모르는 모자를 위해 눈물을 쏟으시는 어머니의 모습은 지금까지도 잊혀지지가 않아요.” 어머니를 회상하는 손이사장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타인에 대한 배려, 고통당하는 사람에 대한 배려가 있어야지요. 그런데 요즘 부모들은 학업성적만 중요시 여기고 아이들에게 인간이 먼저 되길 가르치지 않아요. 그것이 안타깝습니다.”

그는 가정과 사회에서 신뢰가 무너지고 있다고 지적하며 신뢰할 사람을 만들어 내는 교육이 참교육이라고 잘라 말했다. 서로 의지하고 믿는 가정, 서로 믿고 신뢰하는 사회 그것이 성경적인 세상인 것이다.

이현주기자(lhj@uc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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