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수 박사의 영화 읽기]쓰레기에서 피어나는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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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수 박사의 영화 읽기]쓰레기에서 피어나는 희망
  • 최성수 박사(AETA 선교사)
  • 승인 2024.05.08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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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쉬(스티븐 달드리, 스릴러, 15세, 2014)

대한민국 작금의 정치 현실이 얼마나 끔찍한지를 모르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알고는 있지만 선뜻 나서지 못하는 용기 없는 어른들도 많다.

이런 모습은 이미 개그콘서트의 한 코너 ‘민상토론’에서 풍자의 대상이 됐다. 웃기는 이야기라 웃지 않을 수 없었지만, 그 이야기가 대한민국의 현실을 풍자하고 있다는 사실을 감지하고는 있을까? 옳은 일인 줄 알고 있으면서도 후환이 두려워 행동은커녕 입조차 제대로 열지 못하는 모습은 웃음거리를 넘어 비겁하기만 하다. 

이에 비하면 영국 작가 앤디 멀리건의 『Trash』(한국에서는 2011년에 『안녕, 베할라』로 출간)는 비록 소설이라도 답답한 마음을 시원스레 풀어준다. 브라질 쓰레기 마을로 알려진 베할라 지역에서 세 명의 아이들의 눈을 통해 부패한 정치 현실을 조명하고 또한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그것을 세상에 폭로하여 주저하고 있던 어른들의 혁명적인 저항을 일깨운다는 내용이다.

정치 현실에 대한 비판과 아이들을 잔혹하게 고문하는 내용 때문에 출간과 동시에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사실 비현실적으로 보이는 부분이 없진 않다. 설령 아이들의 모험은 그렇다 해도, 사실 브라질의 부패한 정치와 슬럼가의 모습은 결코 허구가 아니다.

왜냐하면 이미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씨티 오브 갓>(2002)에서 부패한 정치 현실을 충분히 엿볼 수 있도록 표현된 바 있기 때문이다. 페르난도 메이렐레스 감독은 ‘버려진 도시’를 비유하는 제목의 영화에서 부패한 정치가 사회에 미치는 충격적이고 끔찍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려고 노력했다.

제목은 브라질 쓰레기 지역 베할라를 염두에 둔 것이나, 사실 쓰레기 같은 정치 현실을 풍자한다. 높은 산이 되어 버린 쓰레기 더미에서 쓸 만한 물건들을 찾으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부패한 정치 현실에서 그나마 생명을 연명하는 일로 만족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과연 이런 쓰레기 더미에서 희망은 있는 것일까? 

만일 희망이 있다면, 세 아이처럼 옳은 일에 대한 용기, 곧 정의를 실현하려는 용기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옳은 일인 줄 알면서도 행하지 않는 것은 죄라고 했다. 세 아이의 목숨을 건 모험은 단순한 모험이 아니었다. 그것은 말씀이 현실이 되게 한 순종이었다.

최성수 박사(AETA 선교사)
최성수 박사(AETA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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