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기획]기약없는 기다림 속 애타는 실종아동 부모…교회가 위로자 되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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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기획]기약없는 기다림 속 애타는 실종아동 부모…교회가 위로자 되어야
  • 정하라 기자
  • 승인 2024.05.07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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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에서 생명으로 ⑬ ‘장기실종아동’ 향한 관심과 지원을(하)

실종아동 부모의 노력으로 ‘실종아동법’ 제정
99% 이상 조기 발견 이끈 ‘미아방지시스템’


“부모는 자식이 죽으면 가슴에 묻는다”고 한다. 그러나 실종된 아동의 부모에게는 이마저도 허락되지 않는다. 수십 년을 애끓는 마음으로 자녀를 찾아 전국 방방곡곡을 헤맨다. 2~30년 이상 장기실종아동 부모의 삶은 아이를 잃은 순간에서 멈추어 있다. 자식을 향한 그리움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커진다. 

가정의 달 5월에는 어린이날과 어버이날, 부부의날, 스승의 날 등의 각종 기념일이 포진돼 있다. 그러나 5월의 끝자락에 ‘세계 실종아동의 날(5월 25일)’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많은 이들이 알지 못한다. 실종된 아동의 무사귀환을 기리며, 실종아동 문제에 관심을 갖자는 취지로 제정됐다. 장기실종아동의 부모들에게는 더욱 그리움으로 애타는 달이 바로 5월이다.

1천명 가까운 장기실종아동 ‘어디에’

‘실종아동법’의 관련 법이 개정되면서 매년 발생하는 실종아동의 수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장기실종아동’이다. 안타깝게도 이미 실종된 지 20~30년이 지난 실종아동은 어엿한 성인이 되어있겠지만 부모들이 기억하는 모습은 어린 시절, 품에 안았던 아이의 모습 그대로다.

실종아동찾기협회 대표 서기원 목사는 30여년 전, 실종된 외동딸 서희영 씨를 찾는 활동을 지속해오면서 실종아동에 관한 법률 제정을 이끌었다.
실종아동찾기협회 대표 서기원 목사는 30여년 전, 실종된 외동딸 서희영 씨를 찾는 활동을 지속해오면서 실종아동에 관한 법률 제정을 이끌었다.

실종아동찾기협회 대표 서기원 목사(열방으로교회)는 “‘실종아동법’의 제정으로 아이가 실종됐다는 신고가 들어온 즉시 경찰이 현장으로 출동할 수 있게 됐다. 현재 10세 미만 아동은 1년 몇 건 안 될 정도로 크게 줄었다”면서 “개정법을 통해 실종아동의 위치추적이 바로 가능하게 된 것도 큰 성과”라고 밝혔다. 

(사)실종아동찾기협회는 실종아동을 찾기 위한 수색활동 및 홍보활동, 실동아동의 예방을 위해 설립된 비영리 민간단체다. 실종아동 부모와 가족을 중심으로 지난 1995년 전국 실종자 가족들의 모임을 시작으로 발전되어 왔다. 

서 목사는 2008년 실종아동찾기협회 대표를 맡아 2005년 ‘실종아동법’ 제정 이후 관련법이 시행되고, 실종아동 신고센터의 일원화를 위한 ‘경찰청 182센터’ 설립 등을 이끌며 실종아동 발견을 위해 큰 역할을 했다.

그는 “1970~90년대만 하더라도 아이를 잃어버리면 바로 찾을 수 있는 시스템이 없었다. 지금은 스마트폰이나 거리의 폐쇠회로(CCTV)를 통해 위치추적이 빠르게 이뤄진다. 하지만 20년 이상 실종된 장기실종아동의 경우 찾을만한 방법이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밝혔다. 현재 센터에서 추산하고 있는 장기실종아동은 1,200명 정도다.

‘희영이’ 찾으며 거리의 아이들 돌봐 

서기원 목사 역시 30년 전, 외동딸이 실종된 장기실종아동의 부모다. 1994년, 집 근처 놀이터에서 놀던 초등학교 4학년(당시 10살) 외동딸 서희영 양이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 집과 놀이터는 불과 100m도 안 되는 거리였다. 저녁이 되어도 돌아오지 않는 희영이를 찾아 집과 놀이터, 마을 곳곳을 모두 샅샅이 뒤졌지만 아이의 행방을 알 수 없었다. 

1994년 실종된 서기원 대표의 딸 서희영 씨. 현재 나이로는 40세다.
1994년 실종된 서기원 대표의 딸 서희영 씨. 현재 나이는 40세다.

그는 “희영이가 사라진 1990년대만 해도 실종아동에 관한 법률이 없었다. 부모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전국의 보육시설을 찾아다니면서, 전단지와 현수막을 뿌리고 제보를 기다리는 일뿐이었다. 야속하게도 3일이 지난 뒤에야 공중파 뉴스에 소식이 나왔고, 그제야 경찰의 제대로 된 수사가 시작됐다”고 밝혔다.

당시 지역의 유지로 6~7개의 사업체를 운영하던 그는 모든 사업을 멈추고, 직접 수색팀을 꾸려 전국을 뛰어다녔지만 아무런 결실을 얻지 못했다. 더 이상 아이를 찾을 가망이 없다고 여겨지던 순간 거리에서 만난 방치된 아이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는 희영이를 찾는 마음으로 가족으로 버림받거나 방황하는 아이들을 돕기로 마음먹고, 1994년 소년소녀가장돕기단체를 설립해 10년 동안 이들을 후원했다. 서 목사는 “이 시기 서울에 올라와 신학공부도 시작했다. 사라진 희영이를 생각하면서 그 아이들에게 어떻게 하면, 예수님의 사랑을 전할 수 있을까 고민하며 신학교에 가게 됐고, 목사안수도 받게 됐다”고 전했다.

우리나라에서는 1986년 5월 ‘어린이찾아주기종합센터’의 개설 이후 미아찾기 사업이 시행됐으며, 2005년 ‘실종아동법’이 제정된 이후에야 실종아동과 부모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이 이뤄졌다. 2011년 이후에는 실종아동법의 개정으로 ‘실종신고 당시’를 ‘실종 당시’로 바꾸고 위치추적(GPS)과 사전등록 시스템, 유전자(DNA) 정보 분석 시스템을 등을 도입하는 등 실질적 대안을 마련했다. 

2013년에는 실종아동의 나이를 국제기준인 ‘실종 당시 18세 미만’(기존 14세 미만)으로 확대했다. 2016년 전국 지방경찰청에 3~5명 규모의 ‘장기실종전담팀’이 만들어 운영 중이다. 2020년 12월부터는 실종아동의 나이와 신상정보 등을 담은 실종경보 문자를 발송하고 있다.

매년 아동의 실종신고는 2만건이 넘지만, 99% 이상 조기 발견이 이뤄진 것도 2005년 실종아동법 제정을 시작으로 구축된 미아방지시스템 덕분이다. 실제로 지문을 사전에 등록해두면 아동을 찾는 시간은 평균 56시간에서 1시간 이내로 크게 단축된다.

그러나 현 18세 미만 아동 중 지문을 사전등록한 비율은 56%에 불과하다. 현재 아동의 지문사전등록은 의무화가 아니며, 보호자의 자율적 참여에 의존한다. 지문등록을 위해서는 가까운 지구대, 경찰서를 찾거나 ‘안전 Dream’ 홈페이지와 어플을 통해서도 비대면 등록이 가능하다.

실종된 자녀를 찾기 위한 부모들의 놀라운 집념은 20차례가 넘는 법 개정을 통해 매년 99%의 아동을 찾는 현재의 시스템을 구축했다. 그러나 장기실종아동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한 상태다.

서 목사는 “20년 이상 장기실종아동을 끝까지 책임지고 수사하기 위해서는 ‘장기실종아동 수사전담팀’이 꾸려지고 일을 해나가야 하는데, 연속성이 없어 아쉽다”며, “여전히 가족의 품에 돌아가지 못한 1%의 아동이 있다. 장기실종아동도 계속 누적되고 있지만 이를 위한 정부의 예산은 매우 부족한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장기실종아동 가족, ‘교회’가 돌아봐야

아동이 실종된 경우 자녀를 잃은 부모의 삶도 실종된다. 처음엔 이해하고 격려하다가도 시간이 길어질수록 서로를 탓하게 된다. 실종된 아이를 찾기 위해 전국을 헤매다보니 고정적인 일자리를 갖기도 어렵다. 이 과정에서 극심한 우울증에 시달려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하거나 경제적 어려움으로 파산한 가정도 많다. 

서 목사는 “실종아동의 부모들은 아이의 행방을 알기 전까지는 아이를 찾는 일을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 특히 2~30년 된 장기실종아동의 부모들은 아이를 잃은 괴로움으로 알코올 중독에 빠지거나 중병으로 사망한 사례도 많다”며, “이들을 위한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아이를 잃은 슬픔에 술로 피폐한 삶을 살거나 자기 몸을 돌보지 않고 학대하는 일로 빠져 건강을 해치거나 자살한 이들도 많다. ‘언젠간 아이를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실낱같은 희망을 안고 기약없이 전국을 헤맨다.

교회와 그리스도인이 할 수 있는 일은 실종아동찾기의 예방 및 홍보활동에 대해 관심을 갖고, 피해 가족을 돌보는 일이다. 자녀를 향한 그리움으로 피폐한 삶을 살아가는 실종아동의 부모를 위한 정서적인 지지체계가 되어 준다면 이들은 삶을 지탱해 나갈 힘을 얻을 수 있다.

그는 매년 5월 25일 ‘세계실종아동의날’을 맞아 실종아동을 생각하고, 부모들을 위로하고 초청할 수 있는 교회 문화를 만들어 주기를 요청했다. 서 목사는 “대부분 실종아동의 부모의 마음엔 원망과 우울이 가득하다. 교회가 있는 지역의 실종아동의 현황을 파악하고, 부모를 지원한다면, 삶으로 사랑과 복음을 증거하는 방법이 될 것이다. 협회는 교회의 요청이 있다면, 지역의 실종아동과 관련된 정보를 충분히 제공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종아동 문제 해결을 위한 가장 큰 방법은 ‘예방’이다. 반복적 미아방지 교육뿐 아니라 영유아 이탈사고 대처법 등을 숙지해 아이들을 지키는 든든한 ‘안전망’으로서의 교회의 역할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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