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집 같은 ‘조선족센터’ 짓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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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집 같은 ‘조선족센터’ 짓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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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5.07.06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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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목회하는 이유(3)


서경석 목사<서울조선족교회>


3. 

목회를 하면서 제일 어려웠던 때는 재작년 11월이다. 그동안 나는 몇차례 단식도 하면서 동포들에게 적어도 5년은 한국에 있게 해야 한다, 그래야 천만원이나 되는 빚도 갚고 돈도 어느 정도 벌어서 갈 수 있다고 주장해 왔다.

몇 년 간 애를 써서 결국은 정부로부터 새로운 대책을 얻어냈다. 이 대책에 의하면 4년 이상된 사람은 돌아가고 3년에서 4년 사이는 최고 5년까지 있게 하고, 3년 이하는 2년 간 더 있게 한다는 조치다.

이 정도면 사실은 우리의 주장을 정부가 다 들어준 셈이었다. 따라서 나는 교인들에게 이제는 돌아가라고 말했다. 그런데 동포들은 안돌아 가겠다는 것이다. 돌아가면 아무런 희망이 없다는 것이다. 또 열심히 돈벌어 천만원 주고 아내 혹은 남편을 데려왔는데 어떻게 돌아가느냐는 것이었다. 참으로 고민스러웠다. 이들 동포들이 불법 체류하고 다시 잡혀가는 것을 쳐다만 봐야 할 처지가 되었다. 그동안에는 최소 5년은 있게 해 달라고 주장했지만 이제는 그 주장도 할 수 없는 처지다.

고심 끝에 결단을 내렸다. 근본적인 투쟁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생각이었다. 이들에게는 ‘고향에 돌아와 살 권리’가 있는데 이 권리를 돌려달라는 주장을 하자는 생각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이들이 더 체류할 수 있는 논리를 만들 수 없다.

정부는 대책이 없다고 강경하게 나왔지만 나도 물러설 수 없었다. 5천7백 명이 국적 회복 신청을 내고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냈다. 그리고 2천8백 명이 9개 교회에 분산해서 농성에 들어갔다. 나도 17일 간 단식을 했다. 그리고 마지막에 노무현 대통령이 서울조선족교회를 방문하면서 결국 우리는 농성을 풀게 되었다.

이 결과로 국적 취득의 문이 크게 열리고 모든 외국인 노동자들은 일단 귀국하면 6개월 후 에 재입국시켜주겠다는 정부의 약속을 받아냈다. 그러나 정작 투쟁에 열심이었던 동포들은 이에 반발했다. 못믿겠다는 것이다. 나도 동포들에게 엄청나게 매도당했다. 같은 조선족 목회를 하는 다른 교회 목사님들까지 가세해서 나를 매도했다. 그렇지만 나는 내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다른 교회 목사님들은 불법 체류를 합법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지만 한국 정부가 절대로 그런 정책을 입안할 수 없다는 점을 나는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결국 내 말을 따라 귀국한 사람들은 2천8백 명 중 5백 명에 불과했다. 그리고 이들은 1년이 지난 후 전원 재입국했다. 이들이 전원 재입국하고 나서야 동포들이 서경석 목사의 말을 듣지 않은 것을 후회한다는 말을 하기 시작했다.

이제 동포들을 위한 제도개혁도 마무리되어 가고 있다. 앞으로 1~2년 내로는 중요한 제도개혁은 끝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나는 ‘조선족센터’를 짓고 싶다. 그래서 앞으로 수십만의 동포들이 한국에 와서 살게 될 터인데 이들이 고향처럼 생각하면서 갖가지 도움을 받는 복지센터가 생긴다면 너무 좋겠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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