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한국을 바라볼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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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한국을 바라볼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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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5.06.18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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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길목사(재일대한기독교회 간사) 기고


박수길 목사<재일대한기독교회 총간사>


20년 전에 북미 교회에서 목회하시던 한 목사님을 오사카에서 만나 들었던 의미있는 이야기이다. 그분은 한국에서 K대학 영문과 대학원을 마치고 북미에서 신학을 공부한 후에 백인 교회와 한인 교회에서도 목회를 하셨던 분이었다.

오랫동안 조국의 민주화 운동에도 관심을 지녔었고 오랫만에 여러 가지 업무 차 일본의 수도인 도오꾜에 도착한 후 작은 호텔에서 숙박을 했다.
그런데 한국에까지 들릴 수가 없어 열 몇 장의 엽서에 편지를 써서 한국에 있는 분들께 항공 엽서로 부치려고 했다. 그분은 호텔에서 가까운 우체국을 찾지 못해서 묵었던 작은 호텔에서 일하는 일본 청년에게 대신 부쳐달라고 일본어를 못하기에 천천히 영어로 표현하면서 의사 전달을 했다.

그 청년은 무슨 뜻인가 알아차리고 항공 엽서 우편료를 계산해보고 요금을 지불해주면 대신 발송해 주겠다고 말했다. 일본 돈으로 1,500엥을 지불하면서 문득 한 목사님의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가는 생각이 있었다는 것이었다. 혹시 이 일본인 청년이 부쳐준다고 말은 했지만 과연 부쳐줄 것인가, 아니면 그 돈을 시치미 떼고 자기 것으로 먹어치우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었다.

그 역시 자기 자신이 한국에서 30년 가까이 생활한 후에 미국으로 건너갔기에 그때까지도 여전히 정직이라는 면의 국민성 결핍을 느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한 목사님은 영어로 천천히 말하기를 “정말 이 항공 엽서 한국으로 틀림없이 당신이 부칠 것이지요?” 라고 재 다짐하는 뜻으로 물었다는 것이었다.

그랬더니 그 일본 청년이 일본식 영어로 “아이 야무 쟈파니즈!(나는 일본인이요)”라고 대답하는 말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는 것이었다. 그 때 한 목사님은 이런 경우 한국의 작은 호텔에서 외국인 관광객이 부탁을 했을 때 “아이 앰 코리안!(나는 한국인이요!)”가 과연 통하는 나라가 되어 있을까 하는 의문이 생겼다는 것이었다.

이런 관점에서 영한사전과 영일사전을 펼쳐보면서 한국 크리스천의 모습을 조명해 보고자 한다. 크리스천이라는 영어 단어를 찾아보면 영한사전에는 고작 기독교의, 기독교도, 문명인 정도의 표현밖에 없다. 그런데 영일사전에는 기독교도, 경건한, 자비로운, 친절한, 인간다움, 문명적인, 교양이 있는 자 등의 표현이 있다.

한국의 교회와 크리스천들도 성서 말씀의 신앙이 기독인으로서의 생활로 나타나는 운동 즉 기독교 생활의 문화화를 위해서 더욱 힘써 주길 기도하는 바이다. 그리하여 누가 뭐라 해도 크리스천을 통해서 인정받을 수 있는 정직한 사회가 이루어지길 바라는 바이다.

한국에서 일본을 방문하신 어느 목사님의 조크가 생각난다. 프랑스인은 무슨 물건을 사게 되면 “이것이 최신 유행하는 거예요?” 라고 묻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일본인은 이 물건 “하우 마치(얼마짜리)?”라고 묻고 나서 신중히 쇼핑을 한다고 한다. 그런데 한국인은 “그거 진짜예요?” 라는 물음이 가장 많다는 것이다. 얼마나 속아 살았으면 그렇겠느냐는 말이었다.

과거 일본의 식민지 시대 속에 재일 코리안은 강제 연행과 징용으로 일본에 끌려와 차별과 억압 속에 살아왔다. 일본인으로부터 조센징이란 차별의 소리를 들으면서 수모를 받아왔던 것이다. 오늘날의 재일대한기독교회에서는 조센징이란 표현은 영어로 직접 풀어서 표기하면 ‘Chosen People’ 이기에 하나님이 우리를 선택해서 일본 땅에 살게 하셨으니 하나님의 선택된 백성답게 크리스천답게 살아가자는 말이 유행이다. 이러한 유행어가 전 세계에 흩어져 사는 디아스포라 코리안들에게 확산되기를 기원하는 바이다.

“비로소 그리스도인이라 일컬음을 받게 되었더라”(행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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