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일에 지금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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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에 지금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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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5.06.15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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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창 교수<천안대학교>


대원군이 형세가 불리해서 일단 정계에서 물러나게 되자, 그처럼 충성을 다해 오던 심복 한 사람이 칼로 끊은 듯이 그림자를 나타내지 않는다. 속으로 괘씸해서 다음에 이 놈을 만나면 당장에 죽여 없애리라 생각하고 있다가, 나중 형세가 되돌아와서 다시 정권을 잡게 되니까, 그 심복이라는 사나이가 바람같이 나타났다.

대원군은 보기가 무섭게 분이 끓어올라 당장 죽여 놓을 양으로 “이놈! 네가 어째서 나를 찾아왔느냐?” 하고 물었다. 그러자 그 심복은 “그전같이 모시려고 찾아왔읍죠” 라고 대답했다.

“그전같이 모시다니? 이놈아, 네가 지금껏 한 일은 생각하지 않고 네 입에서 그 따위 소리가 나오느냐?” “누가 어쨌다고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대원군은 발로 마룻장을 구르면서, “그래 이놈, 너 그 동안에 나를 한 번이나 찾아온 일이 있었더냐?” 하고 호통을 쳤다.

심복은 능청스레 몸을 고쳐 앉으면서, “아, 전 무슨 말씀인가 하고 있었더니 그 말씀이었습니까? 그때는 대감께서 장을 보시지 않았으니까 안 찾아 뵌 것이고, 지금은 또 장을 보시게 됐으니까 제가 또 찾아 온 것입죠. 다 아실 겝니다만, 저희들은 다 장군들이올시다. 장군들은 어느 때나 장만 찾아다니는 인간들이올시다. 만약 지금이라도 또 대감께서 장을 걷어치워 버리신다면, 저는 또 보자기를 싸 들고서 장 보는 곳을 찾아가야 하는 형편이올시다” 라며 대답했다.

대감은 그제야 웃으면서, “그래? 네 말이 그르진 않다. 세상 인심이 언제는 안 그렇겠나!” 하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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