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 좌담] “건축협정제는 교회 탄압하는 악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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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 좌담] “건축협정제는 교회 탄압하는 악법”
  • 공종은
  • 승인 2005.06.14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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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동의 100%로 조정, 교회 건축 포기하라는 말



교회 건축을 사실상 봉쇄하게 될 법안을 골자로 하는 ‘건축협정제’ 문제가 교계를 강타했다. 교회 건축을 위해 필수적으로 거쳐야 할 ‘주민 동의’ 또한 당초 80%에서 100%로 상향 조정돼 국회에 제출되면서 이를 확인한 교계의 충격이 더하다. 교계는 이와 관련 “교회 건축은 물론 교회의 선교 또한 근본적으로 차단하는 법”이라고 규정, 법안의 심의 자체를 막겠다는 강한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그 파장 또한 기독교계 뿐 아니라 천주교, 불교 등 타 종단으로 확산되고 있는 분위기다. 임시 국회가 개회된 지금 본지가 지난 13일 오전 10시 본지 편집국 회의실에서 건축협정제와 관련한 긴급 대담을 마련, 이와 관련한 한국 교회의 반응을 들어보았다. <편집자 주>


참 석 자: 이장길 목사(솔로몬건축선교회 회장. 서울반석교회), 정대진 장로(한기총 종교재산법연구위원회 부위원장. 문래동교회), 윤승지 소장(규빗건축. 신림제일성도교회 안수집사)

이장길 목사(이하 이)=
건축협정제로 인해 한국 교회가 입게 될 타격이 상당하다. 교회 건축을 사실상 포기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교회가 선교적 차원에서 입게 될 피해 또한 상당하다는 것이 교계의 분석이다. 이 문제에 대한 한국 교회 차원의 대비책이 있어야 할 것으로 생각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것 같다. 그 대응에 있어서도 이미 늦었다고 말하기도 한다. 


정대진 장로(이하 정)= 그나마 기독교연합신문이 건축협정제 문제를 교계에서 처음으로 보도한 이후 건축협정제의 폐해성에 대한 여론이 많이 확산되고 목회자들 또한 그 심각성을 알아가는 것 같다. 그러나 대비책이 시급히 마련되고 이렇다할 결과를 제시하지 못한 상태여서 한국 교회 앞에 죄송하다.

지금으로서는 개 교회에 대한 홍보도 제대로 되지 않고 있어 성도들은 물론 목회자들을 대상으로 한 이해와 인식에 대한 확산이 시급하다. 현재 한기총과 교회협이 이 문제에 대해 공동 대응하기로 했지만 활동 역시 미미한 실정이며, 일부 교단들도 어느 정도 인식하고 있지만 이런 정도의 대응으로는 이 법안의 시행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더 강력한 움직임이 있어야 한다.

이= 교회가 반성해야 할 부분도 있지만 교회가 수익사업을 하는 곳도 아닌데 정부가 건축협정제까지 만들어서 교회에 불이익을 주는 듯한 인상을 심을 필요는 없다고 본다. 교회를 신축할 경우 지역 주민 80% 이상의 동의를 얻으라고 하는데, 이게 어떻게 가능한가? 그리고 최근 80% 동의가 주민 100% 동의로 바뀌어 국회에 상정됐다고 한다. 이 법안이 이대로 통과될 경우 앞으로 교회를 지으려면 농촌으로, 산 속으로 갈 수 밖에 없다는 결론이다.


윤승지 소장(이하 윤)=
예전에 ‘건축 사전 결정제’라는 것이 있었다. 건물을 짓기 전에 주민들과의 사전 협의를 거쳐 건축을 진행하는 것이었지만 여러 가지 문제가 많아서 없어졌던 것이다. 그래서 이번에 다시 나온 게 건축협정제라고 본다. 이 법안을 보면서 사전 결정제보다 더 강하다는 인상을 받는다.

그 지역 주민들이 지역 환경 개선을 위해 일정 구역 또는 대지상의 건축 기준을 자율적으로 조정해 자발적 마을 가꾸기 운동을 전개하고, 건축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웃 간의 분쟁을 최소화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면도 있다. 그러나 사전 결정제도도 법의 취지를 잘 살리지 못하고 결국 폐지됐다. 건축협정제 또한 좋은 취지보다는 나쁜 쪽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강하다. 특히 교회 입장에서 볼 때는 상당히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많다.


이=
현장에서 교회 건축을 추진 중인 목회자들을 만나면 건축협정제와 관련한 한국 교회의 폐해가 더 심각한 것을 알 수 있다. 교회적인 대처가 시급하다. 현재 한기총을 비롯한 각 기관과 교단들이 이를 위해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그 현황이 어떤가?


정=
각 교단이나 기관들의 경우 두드러지는 활동은 없다. 김리교의 경우 일부에서 건축협정제 반대를 위한 서명운동이 전개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이런 규모의 활동으로는 힘들다. 전국 교회가 동참할 수 있도록 적극 홍보하고 전국적 규모로 확산시켜 나가야 한다.

필요하다면 국회 앞에서 시위라도 해야 한다. 그리고 대규모 포럼을 개최하는 것도 필요하다. 한기총도 최근 들어 세차례 대책회의를 열었지만 기독교연합신문이 사건을 보도한 이후 한 달이나 지나서 소집된 데다 너무 신사적으로 대처하고 있는 것 같다. 사안이 시급하고 중대한만큼 한국 교회의 단합된 힘을 물리적으로 보여줄 필요성도 있다. 기독 국회의원들의 숫자도 상당한데 이들 또한 이 법안에 대해 관심이 없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윤=
교단 내 결속력 자체가 느슨해 진 것 같다. 몇 년 전 한국 교회가 결속력을 갖고 하나로 뭉쳤을 때는 오히려 정부에서 교회를 배려했다. 그러나 지금은 한국 교회가 양적으로는 성장했지만 영향력에 있어서는 약해졌다. 한국 교회가 힘을 하나로 모아야 한다고 본다. 건축협정제가 입법 예고됐을 당시에 한기총 등에서 빨리 움직여 대응했다면 교회에 유리한 부분으로 수정된 뒤에 국회에 상정될 수 있었을 텐데 발빠른 대응이 아쉽다.

한기총을 비롯한 각 기관과 교단들이 이런 부분에 대처할 수 있는 부서를 마련하고 전문 인력들을 배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기총과 교회협이 이 문제에 대해 공동 대처하기로 했다는 기사를 보았다. 이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


정=
문제는 교회를 노래방이나 유흥 음식점, 러브호텔과 같이 취급하는 것이다. 교회를 이들과 마찬가지로 유해 시설로 보는 시각이 강하기 때문에 건축협정제 문제에 걸린 것이다. 특정 지역에 교회가 들어오면 땅 값이 떨어진다는 이야기가 있다. 종 치는 거, 철야기도, 차 들어오는 모습만 봐도 싫다며 교회를 원수처럼 대한다. 이런 상황에서의 건축협정제 실행은 교회 건축을 못하게 하는 악법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윤=
이번 일은 교회의 위기이면서도 기회다. 한국 교회가 단합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자기들의 잇속만 챙기던 교계 지도자들이 하나 되고 지역사회와 호흡하면서 하나 되지 못했던 한국 교회가 자성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가느냐에 따라 교회의 성장과 쇠퇴가 결정된다고 본다. 교계 지도자들의 현명한 대처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
교회가 지역사회와 함께 호흡하는 길만이 건축협정제 시행을 앞둔 한국 교회가 살 길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제 지역사회와 함께 하지 못하는 교회는 사실상 그 지역에서 발붙이기 힘들다.
지역과의 유대가 돈독할수록 교회의 부흥과 성장은 자연스럽고, 이럴 때 지역사회 또한 교회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고 지원에 있어서도 아쉬워하지 않는다. 건축협정제 때문만이 아니라 지역사회와 교회와의 연대 분위기는 계속 확산되고 공고히 돼야 할 사안이다.


정=
교회가 지역사회를 위한 일을 많이 해야 한다. 주차장 시설도 평일에는 개방해 지역주민들이 무료로 이용하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교회가 어린이 탁아시설을 운영해서 지역주민들을 위해 열어놓는다면 그 반응은 상당할 것이다. 이를 실천하는 교회들이 전국에 상당히 많다.

이런 교회들의 경우 지역사회에서 인정받고 유대관계 또한 좋다. 교회가 일을 할 경우 지역사회가 적극 협조하는 것은 물론이다. 이런 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교회가 지역사회를 향해 문을 열 때 지역사회 또한 교회와 손을 잡는다. 이것이 하나님이 원하는 이웃 사랑이요 선교다.


윤=
예전에는 교회들이 철옹성같이 폐쇄적으로 교회를 지었다. 그러나 요즘은 대부분의 교회들이 열린 교회를 지향해서 주민들과 공감할 수 있는 형태의 건물을 짓는 것을 선호한다. 교회 담장을 없애고, 주차장을 오픈시키고, 본당을 체육공간으로 활용할 있도록 하는 것은 물론이다. 소예배실을 이용해서 주부 교실, 결혼식, 세미나 등을 열 수 있게 해 지역 주민들로부터 상당한 호응을 얻고 있는 교회가 많다.

요즘 교회들은 지역을 닮아가고 기능에 있어서도 지역의 커뮤니티 센터로 활용된다. 지역의 필요성에 교회가 귀기울이고 그 필요성을 수용하는 것은 물론 항상 열려있는 교회가 돼야 한다. 지역사회가 교회의 필요성을 느끼도록 해야 한다. 많은 수고와 노력이 따르겠지만 결국은 교회가 해내야 하는 일이다.


이=
그나마 다행인 것이 건축협정제를 6월 임시 국회가 아닌 9월 정기 국회에서 다룬다는 소식이다. 어느 정도 여유가 생긴 것 같다. 이 여유 기간 동안 한국 교회가 적극 노력해 법안의 상정을 막거나 예외 규정을 마련해 상정하도록 해야 한다고 본다. 적절한 방법이나 대안은 없는가?


윤=
이 기간 동안 한국 교회의 힘을 최대한 모아야 하겠다. 그러나 건축협정제가 국회를 통과했다고 해서 낙심할 필요는 없다. 입법이 되면 6개월 내에 행정지침이나 조례 등이 나오게 된다. 여기서 구체적인 건축협정제의 방향이 나오게 된다. 현재는 대략적인 부분만 나와 있는 상태다.

행정지침이나 조례가 마련될 때 ‘종교시설에 대한 예외 규정’을 마련하도록 하는 노력도 중요하다.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제2, 제3의 방안을 마련하도록 해야 한다.
교회의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 관계자들과 국회의원들을 만나 법안의 허구성과 부당성을 알려야 한다.


정=
법안에 대한 통과 거부 운동이 중요하다. 통과를 전제로 한 대안 마련보다는 법안이 상정되는 자체를 막아야 하고, 상정되더라도 심의할 수 없도록 만들어야 한다. 한국 교회의 힘을 행동으로 보여주어야 한다. 건축협정제를 반대하는 한국 교회의 강하고 단결된 의지를 보여주어야 한다.


이=
건축협정제를 법으로 정해 전국적으로 시행하기보다는 특별법으로 만들어 특정한 지역에서만 적용되도록 하거나 특정 지자체의 조례로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된다. 그래야만 교회를 비롯한 종교계나 각종 시설들의 항의에서 보다 자유로워 질 수 있을 것이다.


윤=
각 교단과 한기총 등 교계 연합기관에서 전문가들과 전문 위원들을 한 데 모아 적극 대응하는 자세도 필요하다. 건교부는 건설과 관련된 전문 그룹이다. 교계 또한 이런 문제에 대해서는 전문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사전 지식 없이 무조건 안된다고 항의하지 말고 전문가들을 내세워 건축협정제의 허구성을 지적하고, 법안의 문제점을 지적하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그 대안 또한 전문가들에게 의뢰, 이들에게서 조언을 듣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목회자들과 한국 교회의 꾸준한 기도 또한 큰 힘이 될 것이다.


정=
건축협정제가 새로 개발되는 신도시나 이와 유사한 특정 지역에서 실시된다면 모를까, 이것이 전국적으로 동일하게 적용되면 상당한 문제점을 야기시키는 것과 함께 교회를 비롯한 각종 복지시설이나 장애인 시설 등의 반발에 부딪치게 될 것이다. 서울 등 이미 개발된 도시에서 건축협정제를 실시한다는 것은 이런 시설들은 물론 교회조차 외곽으로 나가라는 말과 똑같다.

이미 교회를 건축했거나 이제 교회를 건축할 교회들이 한둘이 아니다. 많은 교회가 낡아 증축이나 개축을 해야 하고, 새롭게 신축할 교회가 상당한데 이 교회들을 외곽이나 농촌으로 나가라고 한다면 이것이 바로 종교 탄압 아니겠는가? 정부가 이 문제에 대해 바로 직시해야 한다. 


이=
기독교연합신문을 통해 이 일을 접하고 너무 안타까웠다. 건축협정제의 내용을 알고 총회와 한기총에 바로 전화했지만 그 반응은 냉담했다. 교회를 건축하지 못할 정도의 심각성을 내포하고 있는 법안인데 여기에 대한 아무 반응이 없었다. 실망했다. 그러나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한국 교회가 하나로 힘을 모아 우리 모두가 지혜롭게 풀어나가야 할 문제다. 한 사람 한 사람, 한 교회 한 교회가 힘을 모을 때 큰 힘을 발휘하리라 생각한다. 거기에 또 하나님이 함께 하실 것이다.
기도하면서 이 일을 진행시켜 나가자. 하나님의 교회는 건축돼야 하고, 전도는 세상 끝 날까지 진행돼야 할 하나님의 명령이다. 

                                                                                     <정리=공종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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