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수의 구약읽기(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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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수의 구약읽기(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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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5.02.24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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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세오경 - 시내산 계약

출애굽기의 제 2막은 19장에서 새로운 각도로 전개된다. 시내 광야에 이른 모세는 하나님의 산(시내산)에 올라가 계명을 받는다. 이 계명을 지키면 이스라엘은 하나님의 소유가 되고 하나님은 이스라엘의 하나님이 된다(출 19:5). 글자대로라면 하나님과 이스라엘 사이에 주종 관계가 형성된다.

그러나 “너희(이스라엘)가 내게 대하여 제사장 나라가 되며 거룩한 백성이 되리라”(출 19:6)는 말은 이스라엘과 하나님과의 관계가 특별한 관계임을 보여준다. 단순한 주종 관계가 아닌 이스라엘은 거룩한 공동체이며, 하나님에 의해 선택된 제사장 나라라는 것이다. 정치적으로는 아직 광야생활을 벗어나지 못한 앳된 공동체이지만 종교적으로는 하나님의 대리자가 된다는 것이다.

신명기에 소개되는 십계명(신 5:7-21) 보다 더 오래된 전승을 반영하는 출애굽기의 십계명(출 20:1-17)은 율법 조항보다는 이스라엘 공동체의 형성에 지대한 공헌을 한다. 이 계약으로 말미암아 출애굽을 위한 정치 집단이었던 이스라엘이 이젠 야훼 신앙 중심의 종교 공동체로 결집하면서 보다 강력한 공동체가 된다.

이집트를 탈출한 무리가 야훼의 백성으로 인정받는 순간이 이른바 ‘시내산 계약 사건’이다. 십계명의 처음 네 계명은 하나님에 대한 경배의 태도를 지시하며, 다음 여섯 계명은 사람 사이의 윤리적 규범을 제시한다. 이것은 일종의 헌법과도 같다.


삶의 기본 정신을 이 십계명에 담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십계명이 일상생활에서 발생하는 구체적인 상황을 모두 반영할 수는 없다. 이것은 일종의 모법(母法)으로서 공동체 모두가 추구해야 할 대전제에 해당된다. 따라서 십계명 외에도 개별 사건의 심리에 적합한 상황법이 있게 마련이다. 이스라엘의 법률 체계도 바로 이런 구조를 따르고 있다.


십계명의 전문(前文)은 이스라엘과 하나님의 역사적 관계를 명시하고 있다. 하나님은 이스라엘을 이집트에서 인도해 내신 하나님 야훼라는 것이다(출 20:2). 그러기에 야훼 외에 다른 신을 섬기지 말라는 것이다(출 20:3). 이것은 마치 부부 관계와도 같다. 한 번 인연을 맺는 사이가 신성한 계약에 의해 지켜져야 한다. 그래서 예언자 호세아는 하나님과 이스라엘 사이의 관계를 부부 관계로 묘사하지 않았는가?

종이 된 이스라엘을 이집트에서 구출해 낸 하나님은 이스라엘의 하나님이며 이스라엘은 그의 백성이라는 사상은 예언자들의 기본 사상이 되어 이스라엘 신앙의 기조를 이룬다. 그들은 틈만 나면 이집트의 종살이를 회상하며 야훼의 도우심에 감사한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는 어떤가? 과거의 일을 너무도 쉽게 잊는다. 일제의 강점이 불과 반세기 전이었는데 우리는 그 일을 그새 잊어버린 것 같다. 우리의 허물을 기억할 때 민족의 소망이 있다. 과거의 허물은 현재의 수치가 될 수 없으며 오히려 미래의 거울이 된다. 그렇다고 일본과 계속 원수지간으로 지내자는 말은 아니다. 우리가 그들의 노예로 35년간이나 지내 왔다는 사실을 기억하자는 것이다.


/교수·강남대 구약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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