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교회와 인사, 교단들 행사로 전락”
상태바
“일부 교회와 인사, 교단들 행사로 전락”
  • 운영자
  • 승인 2005.02.23 14: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금의 부활절연합예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범성 목사<한남대 초빙 교수>

부활절은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 영적인 봄과도 같다.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에서 부활절을 맞는 느낌은 부활절이 갖는 이 봄의 의미를 더해준다. 그렇다면 그리스도의 고난을 묵상하는 사순절은 대지가 얼어붙은 겨울철로도 비교 될 수 있겠다. 겨울은 봄이 올 것이기에 지낼만하다. 올해 맞이하는 부활절도 우리 모든 그리스도인들에게 영적인 봄이 되기를 바란다.

며칠 전에 모인 교단장협의회(교단장협)는 올해 부활절연합예배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교회협)와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가 공동 대회장이 되어 한국교회부활절연합예배위원회(한부연)를 실무진으로 하여 이 대회를 추진해줄 것을 희망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한부연은 스스로가 주최자가 되고 교회협과 한기총은 협조자의 역할을 맡아야 할 것이라는 입장을 표명하며 이 제안을 거절했다. 그리고 교회협은 부활절 한 달을 남겨놓고 갑작스런 사업 참여는 무리가 있다는 이유로 행사참여 불가의사를 표명했다. 결국 이 교장협의 의견에는 한기총만이 보조를 같이하고 있다.

이제 양적인 문제보다 질적인 문제로 시비

이상을 볼 때 부활절연합예배는 더 이상 한국 교회의 일치를 보여주는 행사가 아니다. 근래의 부활절연합예배는 몇몇 대형 교회들에 의해 물적, 인적 재원이 동원되고, 이해관계가 맞는 몇몇 인사들의 역할 분담으로 치러지는 특정 교회나 교단의 한 때 행사로 전락해 버리고 말았다.

과거에 아직 기독교가 한국 사회에서 소수인의 종교일 당시에 기독교인들은 전체의 힘을 결속하고 단합할 목적으로 이러한 대규모 대회가 필요했던 시기가 있었다. 그러나 현재 기독교는 숫자적으로 다수인의 종교 중 하나가 되었고 오히려 양적인 문제보다는 질적인 문제로 시비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 교회가 대규모 집회를 선호하는 경향은 역사-신학적으로 볼 때 근, 현대에 나타나는 복음주의적 신학의 특징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성도들의 대규모 집회에서 성령의 보다 큰 역사를 기대하는 복음주의적 특징이 한국 교회의 한 전통으로 자리를 잡은 것이다.

현재 서울 시내에서 개최되고 있는 부활절연합예배는 각 지방과 지역에서 활성화되고 있는 지역별 부활절연합예배와 상호 보조를 취하고 있다. 어차피 서울 시내에서 드려지는 예배에 한국의 모든 교회가 참여할 수도 없고 또 그래야만 하는 이유도 없다. 지역적으로 드려지는 연합예배가 또한 그 연합의 역할을 감당해주고 있으니 이러한 현상은 한국 교회 연합사업의 전망을 밝게 하는 고무적인 일이다.

전체 교회의 보편성은 이렇게 지역 교회의 다양성 속에서 표현되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과시적 효과를 위해서가 아니더라도 부활절연합예배는 중요하다. 세계에 편재해 있는 그리스도의 교회는 하나된 교회를 지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력 동원보다는 주제 설정에 치중하라

그렇다면 어떠한 모양으로 부활절연합예배가 존속되어야 할 것인가? 앞으로의 부활절 예배는 인력 동원에 치중할 것이 아니라 주제 설정에 치중해야 할 것이다. 모든 지역 교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주제 선택이 중요하다. 각 교회 별로 그리고 각 교단 별로 부활절에 선포하고 싶은 특별한 예배의 주제들이 있겠지만 이 날 만큼은 전 세계 교회가 함께 기도하고 있는 주제들이 설교에서 선포되고 기도의 주제로서 표현되고 공동의 소원으로서 찬송되어지면 좋겠다.

현재 세계교회협의회는 정의 평화 창조질서의 보존(JPIC)을 우리 세대에 당면한 교회의 과제로서 제시하고 있다. 수출입 실적은 상승하고 있으나 인력 고용은 하강하고 있는 현실에 대한 경제 정의에 대한 외침이나, 군비 경쟁 내지는 핵무기 개발의 위험성 경고나, 더 이상 깻잎을 마음대로 먹을 수 없는 밥상을 대해야 하는 환경 오염의 문제가, 만물을 새롭게 하시는 부활하신 그리스도 주님의 요청으로 각 지역 연합예배와 개 교회 예배의 구체적 내용으로서 선포되어지면 좋을 것이다.

부활 사건은 하나님과 사람 간에 그리고 사람과 사람 간에 막힌 담을 허신 교회일치의 전형적 모델이다. 부활절연합예배는 그 에큐메니칼적 성격을 되찾아야 한다. 만물이 소생하는 봄의 기운을 담은 그리스도 부활의 영적인 의미가 이 부활절에 우리나라와 전 세계의 교회를 통해 충분히 표현되기를 소망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