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토론 - ‘휴가지 주일 예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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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토론 - ‘휴가지 주일 예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승인 2004.08.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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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5일제 근무와 휴가철이 겹치면서 출석 교회가 아닌 휴가지에서 예배를 드리는 가정이 늘고 있다. 인근의 교회를 찾거나 가족 예배로 이를 대체하는 경우가 빈번해지면서 이에 대한 찬반 양론 또한 팽팽하다. 교계의 여론을 들어보았다.

찬성

주일성수 위한 ‘적극적 노력’으로 봐야

김학인목사/전원교회

성서적으로 주 5일제에 대한 해석은 보는 각도에 따라 다를 수 있다. 그러나 정부에서 물꼬를 터준 이 제도는 새로운 기대감이 팽배한 현실이 되어버렸다. 상황이 이에 이르니 주일을 구별해 경건하게 예배 드려야 하는 교회들은 큰 고민이 아닐 수 없다. 한마디로 비상이다. 한가한 신학적 논쟁만 할 때가 아니다. 내게 맡겨진 하나님의 양떼들이 주말이면 흩어져 통제할 수 없는 목회 현장적 반란을 자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서울 근교에서 가장 경관이 좋다는 양수리 지역에서 8년 전부터 전원교회 목사로 성도들을 섬기고 있다. 지난 주일예배에도 서울에 소재한 교회에 출석 중인 성도들이 휴가를 위해 이곳에 내려왔다가 예배에 참석했었다. 우리 교회에서 이런 일들은 종종 있어 왔고 앞으로는 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주 5일제를 긍정적으로 수용하는 목회자들 중에는, 주일 오후 예배를 마치고 자원하는 성도들과 함께 청정지역으로 이동해 여가를 즐기면서 활력을 재충전하는 것은 물론, 깊은 대화를 통해 교인들과의 거리를 좁히는 등 한층 업그레이드된 목회를 실시하는 모습도 종종 보게 된다.

필자는 하나님의 지혜로움에 감탄한다. 지혜로우신 그분은 만세 전부터 세우신 그의 뜻이 이 땅에서 꽃이 피고 열매가 맺는 일을 이루기 위해서, 시·공간에 누구든 납득할 수 있는 적당한 방법들을 사용하신다. 유럽의 영혼들을 위해, 편협한 유대교적 제도를 과감하게 버리고, 누구든 부담 없이 예수 그리스도에게 접근할 수 있도록 했듯이 말이다(행 15:28~29).

양수리수양관과 강남금식기도원이 가까이 있는 관계로 많은 목회자와 성도들이 호기심을 갖고 본 교회를 방문한다. 필자가 이들을 만나 본 결론은 모두 ‘심신이 지쳐있다’는 것이었다. 어떤 목회자는 ‘너무 힘들다’며 많이 울기도 했다. 일면식도 없었는데도 닫혔던 마음이 열렸던 것이다. 목회를 하면서 겪었던 답답함과 타이트한 일정들로 인해 받았던 각종 스트레스들이 짧은 휴가로 인해 풀어지고 마음의 상처들이 치료받게 되는 것이다.

이혼이 많은 세대에서 자신뿐 아니라 우리 주변의 가족 때문에라도 자유롭지 못한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 현재의 상황이다. 우리 교회에서는 재혼을 하려 해도 신앙과 목회 상황 등 여러 이유로 주례 받을 수 없어 혼인신고만 하고 사는 여러 커플들이 예수 이름 앞에 회개하며 결혼을 하고 가기도 갔다. 사장이 배급하는 포터블 산소 마스크를 책상에 놓고, 종종 코를 갖다대며 결핍된 산소를 보충하는 시대인데, 확신하기는 아마도 생수와 같이 빠르게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기회만 있으면 자연의 선물, 녹색이 베푸는 시각과 후각의 청량감을 사모하는 도시민들에게 주 5일제와 휴가지라는 것은 누가 말린다고 포기할 수 없는 생존 그 자체인 것이다.

필자는 성도들이 휴가지에서 예배 드리는 문제를 이렇게 정리하고 싶다. 우선 주 5일 근무제는 하나님이 주신 선물로 감사함으로 받아들였으면 좋겠다(고전 10:30). 또한 교회는 성도들에게 건전한 여가를 효과적으로 선용하는 방법을 바르게 교육하도록 하는 것이 좋겠다. 교인들은 또한 본인이 출석하고 있는 교회 외에 다른 교회는 불안하다는 의식에서 탈피해 휴가지에 있는 교회도 똑같은 하나님의 성전임을 인식하고, 성도들이 휴가지에서 불가피하게 예배를 드릴 때 건전한 교회를 구별하는 기준을 교육하도록 해야 한다.

휴가로 인해 부득이하게 본 교회를 비웠을 때에는 목회자들이 이를 너무 책망하지 말고 너그러운 태도로 대해야 한다. 또한 담임 목사가 관심을 갖고 교회 각 부서의 친목 모임을 계획하여 허심탄회한 친교를 적극 유도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반대

‘본 교회’에서의 예배가 가장 바람직

이상원교수/총신대 신학대학원

주 5일 근무제의 법제화는 기독교인들의 교회 생활 패턴에도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실제로 기독교인들 가운데도 주말 여행을 즐기는 이들의 숫자가 늘어나고 있고, 교회는 이들의 신앙생활을 돕는 차원에서 여가와 예배를 동시에 행할 수 있는 휴가지 교회 또는 전원교회의 설립에도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이제 우리는 교회가 적절한 휴가지 혹은 전원을 선택하여 휴가지 교회 또는 전원교회를 설립하는 관행과 휴가지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예배를 드리는 관행이 새로운 시대를 위한 미래지향적인 바람직한 예배 생활 패턴인가를 물어야 한다.

우선 주말을 낀 여행이나 휴가지에서의 예배가 직장인들이 1년에 한두번 정도 예외적으로 시행하는 것이라면 구태여 반대할 이유는 없다. 평소에는 예배를 중심으로 하고 예배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 안에서 주일을 보내던 기독교인이 1년에 한두번 연차휴가를 즐기는 때에도 예배를 소중하게 생각하여 휴가지에서도 예배를 드리는 것은 바람직한 모습다. 그러나 매주일 맞이하는 주말 휴가를 전제하고 이 휴가에 예배 패턴을 맞추는 방식으로 주일예배 관행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고 기독교인들이 언제든지 주말 여행을 즐길 수 있는 기회를 교회가 앞장서서 열어주는 것은 문제가 있다.

우선 이 관행은 여행을 즐긴다는 인간 중심적인 동기가 중심이 되고 예배를 드리는 행위가 이 동기를 정당화해 주는 방편으로 밀려난 판단의 결과라는 데 문제가 있다. 주일은 하나님의 날이기 때문에 하나님과 교제하는 시간이 중심이 돼야 하고, 예배를 위해 필요할 때는 여가를 희생시킬 각오가 돼있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가 향유를 위해 예배를 주변으로 밀어낸다면 이것은 주객이 전도된 것이다.

주일에 드리는 예배생활 안에는 말씀 선포, 찬양, 헌신 뿐 아니라 성도의 교제까지도 포함돼야 한다. 진정한 성도의 교제는 충분한 인격적인 대화, 생활의 나눔, 지체의 깊은 사정까지도 서로 이해하고 위하여 기도하는 것 등이 포함돼야 하며, 이런 교제는 오랫동안 고락을 같이 하는 성도들이 모이는 지역 교회에서라야 가능하다. 따라서 주일예배는 본인이 소속된 지역 교회에서 드리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교인들에게 주말 여행은 금요일과 토요일로 끝내고 불가피한 상황이 아닌 한 주일은 온전히 본 교회에서 드리도록 가르치는 것이 바른 길이다. 교회는 교인들이 주일을 보다 온전히 지킬 수 있도록 이 정도의 절제와 희생을 당당하게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

한편 휴가지 교회 또는 전원교회의 설립도 재고돼야 한다. 어느 한 교회가 풍광이 수려한 곳을 선정해 전원교회를 설립한다 해도 교인들이 휴가 때마다 항상 그곳으로 휴가를 가리라는 보장은 없다. 또한 교회가 한 곳으로 휴가를 가도록 강요하는 것도 바람직한 조치는 아니다. 자칫하면 전원교회가 애물단지로 전락할 수 있다. 서구교회에서 시도한 전원교회는 한결같이 실패로 끝났다. 인간의 기호에 맞추는 길이 단기적으로는 성공하는 것 같아도 장기적으로 실패하게 되어 있다. 인간의 욕구를 절제하고 철저하게 하나님 중심의 삶으로 돌아오도록 가르쳐야 장기적으로 성공할 수 있다.

게다가 전원교회는 무분별한 택지, 도로망, 골프장 건설 등으로 만신창이가 되고 있는 환경 파괴를 가속화시키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 한국교회가 풍광이 수려한 곳에 무분별하게 지어 온 기도원과 수양관이 한국의 수려한 산하를 파괴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음을 잊어서는 안된다.

교회는 사람들이 모여서 살아가는 고달픈 삶의 현장 속으로 적극적으로 찾아 들어가야 한다. 교회가 풍광 좋고 사람 없는 전원으로만 향한다면 도를 닦는다는 명목으로 인적이 드문 산 속으로 들어간 불교 사찰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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