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쪽배에 실려온 ‘한국 동요 8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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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쪽배에 실려온 ‘한국 동요 80년’
  • 승인 2004.05.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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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엔 계수나무 한 나무 토끼 한 마리…. 윤극영 선생의 ‘반달’로 시작된 한국 창작 동요가 올해로 벌써 80주년을 맞았다. 우리네 가슴에, 그리고 내 어린 아이들의 소중한 꿈과 소망을 고운 노랫말과 선율에 담으며 마음에서 마음으로 이어져온 한국 동요는 어린이 문화가 설자리를 찾지 못하고 오히려 점차 쇠퇴하고 있는 한국 사회의 현실에서는 그 의미가 더 크게 다가온다.

한국 동요가 길디 긴 80해의 날들을 넘기면서도 변하지 않는 고운 소리와 노랫말로 남아있는 것은 아이들의 꾸밈없는 순수함과 즐거움이, 어른들의 유년의 기억과 희망들이 소중하게 담겨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순수와 희망만으로 80여 년을 이어오기에는 한국 동요 또한 힘에 붙였을 것은 불보듯 뻔한 일. 많은 숨은 사람들의 땀과 눈물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린하모니 박재진회장(소망교회 집사)과 천안대학교 이강산교수 또한 한국 동요의 여린 숨결이 80년을 이어오도록 숨어서 일한 사람들이다. 자원봉사단체인 그린하모니를 이끌고 있는 박재진집사는 기업은행 지점장 재직 당시 ‘노래하는 지점장’으로 이미 널리 알려진 인물. 이웃 주민들과 은행 고객들을 위한 열린음악회를 5백30여 회나 진행할 정도였다.

이미 10년 전인 1994년부터 ‘가족 동요 부르기 대회’를 시작, 동요가 아이들만의 문화가 아닌 가족 문화로 자리잡도록 노력해왔던 그에게 동요는 친구와 같은 존재다. 어렵게 이어져 온 이 대회도 벌써 10회 째. “아이들만을 위한 문화라는 인식들이 예전에 비해 많이 사라지기는 했지만 아직 가족문화로 자리잡기에는 조금의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박집사는 말한다.

이강산교수 또한 한국 동요계에 널리 알려진 인물. 1991년에는 MBC, 1993년에는 KBS에서 주최한 창작 동요제에서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고, 주일학교 어린이 성가, 초·중학교 음악 교과서에도 그의 작품이 다수 수록될 정도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아름다운 동요들이 그의 손을 통해 수많은 아이들의 가슴에서 새록새록 살아났지만 “늘 아쉬움이 남는다”는 것이 이교수의 지적이다.

아이들은 동요의 선율 속에서 세상을 푸르게 칠해 가고 마음의 빛을 품는다. 푸르고 밝은 이 아이들의 꿈이 소중하게 커 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어른들의 몫이다. 하얀 쪽배에 의지해 80년을 이어온 한국 동요. 1백년이 지난 후에도 지금의 모습 그대로 불려질 것이라는 기대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온 세상을 품고도 남을 그 깨끗함과 푸르름이 있기 때문이리라.

공종은기자(jekong@uc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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