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천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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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천만 원
  • 이찬용 목사
  • 승인 2018.02.07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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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용 목사의 행복한 목회이야기②

1993년에 전세자금 2,500만원으로 교회 개척을 준비했습니다. 사위가 막상 개척을 한다니까, 장인어른이 걱정이 되셨는지 500만원을 헌금해 주셨습니다. 공교롭게도 개척하기로 계약한 장소는 39평인데, 4000만원 보증금에, 월 70만원을 달라고 했습니다. 주인에게 39평의 절반만 계약하자고 했더니 39평 전체를 다 하든지, 그렇지 않으면 못한다고 해서 호기롭게 300만원을 주고 계약을 해버렸습니다.

3000만원은 어찌어찌 준비가 된 거고, 이제 천만원만 있으면 개척을 시작할 수 있는데, 문제는 그 천만원이었습니다. 25년이 지난 지금도 사실 천만원이란 돈은 작은 돈이 아닙니다. 가난한 개척교회 목회자에게 천만원은 내가 믿는 예수님처럼 크게 느껴졌습니다. 소도 비빌 언덕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 있는데, 가난한 개척교회 목회자에겐 이 땅 그 어느 곳에도 비빌 언덕이라곤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날부터 밤 9시면 홀로 산에 올라가 기도하기 시작했습니다. 하나님!  개척자금 천만원이 모자랍니다. 도와 주십시오. 밤 열두시 가까이 기도하고 내려와선 아내에게 “어디 전화온데 없었어요?”하고 묻는 게 일상이 되었습니다. 매일 산에 올라가 천 만원 달라고 기도하고 내려와선 “전화온 데 없었어요?” 하고 물었습니다. 받을 돈은 천천히 오고 줄 돈은 빨리 온다더니, 이제 내일 모레면 4000만원을 지불해야 할 날이 닥친 겁니다.

여느 날처럼 다시 산에 올라갔습니다. 하나님 천만원이 부족합니다. 천만원만 주세요. 제가 잘하겠습니다. 천만원만 주세요. 어찌나 눈물이 나던지요.
제가 정말 잘하겠습니다. 천만원만 주세요. 천만원만 주세요….

그 순간이었습니다. 갑자기 제 머릿속을 스쳐지나가는 생각이 “야! 너, 그 천만원만 월세로 해?” “월세!” 저는 월세가 있는지도 모르는 사람 아닙니까. 그런데 그 천만원 월세로 해? 하는 생각에 월세도 있나? 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산에 내려와 다음 날, 상가 주인에게 전화를 드렸습니다. 제가 지금 막 목사 공부가 끝나고 목사 안수를 받은 사람인데 3000만원은 준비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천만원만 월세로 돌려 주십시오 했더니 “그러세요!” 두 말 할 것도 없이 상대편에서 허락을 해 버렸습니다.

그동안 내가 왜 울고 다녔는지요? 그 작은 경험이 제 처녀목회에서 ‘기도’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개척목회에서 가장 중요한 게 “깡통을 찌그러 버려라”라는 것을 후에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믿는 주님 말고도 의지할 게 많으면 개척목회자는 주님을 바라보기보다는 그 의지할 것들에 눈과 마음을 돌리기가 쉽다는 말이죠. 어쩌면 목회는, 신앙생활은 주님 한분 바라기로 평생을 걷는 길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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