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시-빛, 빛, 빛들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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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시-빛, 빛, 빛들의 노래
  • 승인 2004.01.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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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날이 밝았다 붉은 아침이 솟아 올랐다 땅이 혼돈하고 공허했던 아득히 먼 옛날 깊음의 어둠을 불사르며 삼층 하늘들의 불을 밝혔던 태고의 광명, 원시의 빛 빛, 빛, 빛

그날 야웨 엘로힘은 하늘에 장막을 펼치고 그토록 좋아하셨다는 것일까 그토록 좋아하셨다는 것일까

낮과 밤이 갈라지고 봄 여름 가을 겨울이 나뉘고 때와 날과 해가 바뀌며 시간에서 영원으로, 영원에서 그 시간으로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 …

벌거벗은 아담, 하와의 몸을 따사롭게 감싸준 사랑의 빛 죽음의 물 위를 떠돌던 노아의 마음을 붙잡아준 믿음의 빛 처절한 싸움을 끝낸 야곱의 길에 새 아침을 환히 열어준 소망의 빛

해는 떴다가 지고 떴던 곳으로 돌아가고 날은 날에게, 밤은 밤에게 빛으로 말하고 소리로 전하는데 억만년 겹겹이 쌓인 시간들을 소리없이 걷어내어 인류의 첫 숨결이 들려왔다는 검은 땅 올루바이 골짜기에 잃어버린 낙원 에덴의 동쪽 메소포타미아 강변에 고대 부귀영화가 단숨에 무너져 내린 옛 파사의 밤(Bam)에 아침해가 일찍 뜨는 나라 한반도의 산과 들에

그 붉은 가슴을 열어 넉넉히 빛줄기를 쏟아 붓는 우주의 빛이여, 사랑의 불덩이여

이제 새 날이 밝았다 저녁이 되고 아침이 되었다 사망의 잠을 자는 자는 깨어나고 슬픔의 재를 뿌리는 자는 일어나고 절망의 한숨을 짓는 자는 힘을 내라 그리고 하늘의 빛 아래로 모여 빛으로 옷을 만들고 빛의 자녀가 되어 두 손을 맞잡고 웃고 노래하면서 온 누리를 빛들로 가득 채우자 우주의 작은 별빛이 되자

영광은 세찬 날개를 달고 진리는 억센 깃털을 세우고 자유는 힘찬 나래를 펴서

저 이글거리는 분노의 산을 넘어 꽁꽁 얼어붙은 미움의 강을 건너 높이 높이 오르자, 힘차게 힘차게 나르자 하늘이 맞닿는 곳, 빛과 사랑이 넘치는 그곳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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