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다르지만, 우리는 모두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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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다르지만, 우리는 모두 ‘하나’
  • 정하라 기자
  • 승인 2016.04.11 09: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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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례나 2016 기획초대전, ‘위 아 더 원(We are The ONe)’에 당신을 초대합니다

설레는 봄, 어둠 사이로 밝은 빛이 스며든다. 무채색의 날카로운 쇳덩이들이 유채색의 옷을 입고 익살스러운 조형물로 다시 태어난다. 죽어있는 철제조각도 그의 손을 닿으면 춤을 추듯 생명의 날개를 달고 꿈틀거린다.

강원도 홍천 동면교회(담임:박순웅 목사)의 부인인 정혜례나 작가는 철을 소재로 하나님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조각 작품으로 만들어 내고 있다. 단단하고 차갑고 무거운 철판을 녹여 예수님과 사람, 십자가의 형상을 다채롭게 표현한 작품들이 이색적이다.

▲ 북한강의 경관이 보이는 춘천의 강촌검문소 앞 아가갤러리에서는 정혜례나 작가의 ‘We are The ONe(위 아 더 원)’ 전시회가 지난 4일부터 오는 30일까지 열리고 있다.

#‘철’로 펼치는 무궁무진한 작품세계

북한강의 경관이 내려다 보이는 춘천의 강촌검문소 앞 아가갤러리(관장:권영순)에서는 정혜례나 작가의 ‘We are The ONe(위 아 더 원)’ 전시회가 지난 4일부터 오는 30일까지 열리고 있다. 기독교의 대표적 상징인 ‘십자가’를 다양한 느낌으로 재해석했으며, 무채색의 철에 빛의 3원색을 입혀 인간의 다양한 내면의 목소리와 개성을 드러냈다.

“하나님은 우리의 성격, 개성, 문화, 환경 등을 모두 다르게 창조하셨어요. 하지만 사회는 천편일률적으로 획일화된 것을 가르치고 다른 것을 이상하게 바라봅니다. 이를 비판적인 시각으로 표현하려고 했어요.”

이러한 관점에서 이번 전시회의 주제도 ‘우리는 모두가 하나’라는 의미를 강조했다. 비록 생각이나 모습, 관점이 다르다고 할지라도 창조주 하나님의 손 안에서 서로의 다름을 인정할 때 우리는 모두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의 작품도 ‘철’이라는 한 가지 소재를 활용했지만, 작품 세계는 매우 무궁무진했다. 다채로운 색으로 입힌 십자가 형상에서부터 3원색으로 표현한 삼위일체 하나님의 모습, 인간 바벨탑, 한복을 입은 예수님과 열두 사도의 모습….

▲ 북한강의 경관이 보이는 춘천의 강촌검문소 앞 아가갤러리에서는 정혜례나 작가의 ‘We are The ONe(위 아 더 원)’ 전시회가 지난 4일부터 오는 30일까지 열리고 있다. 정 작가의 오른편에 있는 작품 '단지다름'.

정 작가는 이들 중에서도 ‘단지 다름’이라는 작품을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으로 꼽았다. 검은색 철제에 같은 모양의 군중들이 밀집해 있는 가운데 빨강, 주황, 노랑, 파랑 등의 다양한 색으로 칠해진 사람이 정 중앙에 서있다. 크기도 다른 구조물에 비해 월등히 크다.

“지금 우리 사회는 다양성을 인정하기보다 일정한 답을 요구합니다. 한 가지 색의 무리에 들어오지 않으면 이상하다고 여기며 배척하지요. 그러나 하나님은 우리를 다르게 창조하시고, 각자 다른 달란트를 주셨어요.”

태초에 인간은 본래 하나의 흙이었다. 하지만 인간의 죄악으로 인해 창조주 하나님과 멀어지고 사람들은 서로 보이지 않는 장벽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는 작품을 통해 그러한 장벽을 허물고자 애쓰고 있다.

정 작가는 작품 몇 개를 제외하고는 이름을 정해놓지 않음으로써 작품의 의미와 해석을 열어놓았다. 방문객들이 작품에 대한 선입견을 갖지 않고 작품 자체를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 북한강의 경관이 보이는 춘천의 강촌검문소 앞 아가갤러리에서는 정혜례나 작가의 ‘We are The ONe(위 아 더 원)’ 전시회가 지난 4일부터 오는 30일까지 열리고 있다. 작품은 '성부성자성령 하나님'

정 작가는 “작품을 특정한 주제를 가지고 만들지만, 막상 내놓고 나면 보는 사람들마다 다양하게 바라본다. 이것이 재밌는 부분”이라며, “관객들과 피드백과 소통을 통해 작품을 해석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교회 안에서는 하지 못하는 말이 많다. 그러나 예술 작품은 그 경계가 없다. 그러한 배타적인 벽을 허물고 하나님은 천지에 충만하시고, ‘우리는 하나’라는 것을 작품을 통해 설명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생명의 빛’을 담은 작품들

45여점의 작품 중에 유독 눈에 띄는 것이 있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한복을 입으신 예수님’, ‘원주민 복장을 입으신 예수님’ 등의 채색작품을 새롭게 선보였다. 신학의 경계는 뚜렷하지만, 예술의 경계는 자유롭다. 이러한 점에서 그는 작품을 통해 기독교인으로서 알게 모르게 쌓아왔던 배타적인 마음의 벽을 허물기 원했다.

“서구적인 외모의 예수님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전통과 문화 속에서도 예수님의 형상을 발견하기를 원하는 마음에서 한복을 입은 예수님으로 표현했어요. 또한 갖가지 개성을 가진 사람들이 하나되고 서로 어우러진 모습을 전하고자 했습니다.”

▲ 북한강의 경관이 보이는 춘천의 강촌검문소 앞 아가갤러리에서는 정혜례나 작가의 ‘We are The ONe(위 아 더 원)’ 전시회가 지난 4일부터 오는 30일까지 열리고 있다. 작품은 '맘몬을 쓰고 슬퍼하시는 예수님'

‘맘몬을 쓰고 슬퍼하시는 예수님’이라는 작품은 가시면류관 대신 돈으로 된 면류관을 쓰고 눈물 흘리는 예수님의 모습을 표현했다. 정 작가는 “가시관은 멸시의 의미다. 그런데 오늘날 교회 안에서는 돈과 물질에 대한 탐욕과 대형화의 가치가 만연해 있다”면서, “현대에 예수님이 오신다면, 물질이라는 ‘맘몬’의 우상을 쓰고 굉장히 슬퍼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몇몇 작품을 제외하고는 자칫 딱딱하게 느껴질 수 있는 철제작품들이 매우 역동적이고 생동감이 넘친다. 특히 고난의 상징인 십자가를 ‘십자가와 노는 사람’이라는 주제로 고통이 아닌, 기쁨이라는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했다.

▲ 북한강의 경관이 보이는 춘천의 강촌검문소 앞 아가갤러리에서는 정혜례나 작가의 ‘We are The ONe(위 아 더 원)’ 전시회가 지난 4일부터 오는 30일까지 열리고 있다.

“가진 것은 없더라도, 작은 것 하나에 감사하면 우리의 삶은 기쁨이 넘칠 것입니다. 흔히 십자가는 멍에이고 고통이라고 생각하지만, 어차피 질 십자가라면, 기쁘게 지자라는 생각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서울대학교 조소과를 졸업하고, 강원대학교 예술대학대학원에서 공부하며 대학교수를 꿈꿨던 그가 처음부터 기독교적인 작품을 만들려고 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목회자와 결혼하면서 조각에 잠시 손을 놓았다가 정신적, 육체적으로 어려움을 겪으며 다시 일을 시작하게 됐다.

“목회자와 결혼 후 육아와 사모로서의 사역을 감당하면서, 정신적 육체적으로 삶의 만족감이 낮아지고 우울증에 시달렸어요. 하지만 받은 달란트를 버리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다시 작업을 시작하니, 자연스럽게 몸이 회복됐습니다. 지금은 남편과 가족들 모두 적극적으로 저를 지지해주고 있어요.”

정혜레나 작가는 현재 국민대학교에서 입체미술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현재까지 열 차례의 개인전과 120여 차례의 단체전을 가졌으며 강원도기독교미술협회장을 역임했다.

전시회가 열리고 있는 아가갤러리의 권영순 관장(서대문 모래내교회 권사)은 “매년 부활절을 기점으로 기독교 관련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면서 “만물이 소생하는4월, 정혜례나 조각가를 모시고 다섯 번째 성화전시회를 열게 돼 기쁘다”는 소감을 밝혔다.

▲ 북한강의 경관이 보이는 춘천의 강촌검문소 앞 아가갤러리에서는 정혜례나 작가의 ‘We are The ONe(위 아 더 원)’ 전시회가 지난 4일부터 오는 30일까지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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